자본을 늘릴 수도 대출을 줄일 수도 없어 '끙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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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요지경 BIS비율에 수출입은행의 고민이 깊다ⓒ뉴데일리 DB
    ▲ 요지경 BIS비율에 수출입은행의 고민이 깊다ⓒ뉴데일리 DB

     

    분기별 BIS비율이 발표될 때 마다 수출입은행은 주눅이 든다.

    벌써 6년여 '국내은행 꼴찌'라는 타이틀을 달고 산다. 매번 정부 출자를 받아 10% 줄타기를 하고 있다. 으레 언론의 비판과 여론의 질타가 뒤따른다. BIS비율을 높이려면 자기자본을 늘리거나 대출 등 위험가중자산을 줄여야 하지만 은행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게 거의없다. 시쳇말로 '노답'이다.

    최근 발표된 3분기 발표에서도 수은의 BIS비율은 9.44%로 역시 국내 18개 은행 중 최하위였다. 수은의 BIS비율이 10% 이하로 떨어진것은 2009년 3월 9.34% 이후 6년8개월만의 일이다.

    6월까지만 해도 10.13%로 우량은행 기준에 간신히 턱걸이를 했었지만 3개월새 0.9%가 줄었다. 지난달 성동조선 4200억 등 한 분기만에 여신잔액이 2조1000억원이나 증가했다.

    일각에서는 보수적인 잣대를 들이댈 경우 수은의 BIS 비율이 사실상 8%대까지 떨어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책금융기관이라는 업보를 지고 있는 수은은 여타 은행들이 BIS비율 방어에 나설 때 거꾸로 대출을 늘려왔다.

     

  • ▲ 늘 '꼴찌'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은행이 할 수 있는게 거의 없다ⓒ
    ▲ 늘 '꼴찌'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은행이 할 수 있는게 거의 없다ⓒ


    7, 8년전만해도 수은의 BIS비율은 13~14%였다. 하지만 금융위기 직후인 20008년부터 기업 유동성 공급을 위한 정책대출을 급격히 늘리면서 자산건전성이 나빠졌다.

    2007년 19조4634억이던 대출 실적(보증 제외)은 2008년 29.83% 증가한 25조 2690억, 2009년 32조 8438억, 2010년 38조7669억, 2011년 42조8400억원, 2012년 49조7282억, 2013년 53조3976억 등 해마다 규모가 늘었다.

    지난해부터는 보증까지 포함한 규모가 70조를 넘어섰다. 올들어 9개월 동안 대출과 외화 자산, 투자금 등이 포함된 위험가중자산은 지난해 100조에서 16조가 늘어 벌써 116조가 됐다.

    문제는 수출입은행이 지원한 전략사업들의 상황도 좋지 않다는 사실이다. 수은이 2011년부터 올해 7월까지 5년 동안 대출·보증 등 금융지원을 한 기업 가운데 부실이 발생해 법정관리에 들어간 기업은 모두 107곳에 이른다.  이 기간 부실 발생 기업의 여신 잔액은 1조3334억이지만 회수된 금액은 124억에 불과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수은의 BIS비율은 늘 아슬아슬하고 정부 출자에 의존해 가까스로 우량은행 기준인 10%를 맞추는데 급급한다.

    최근 5년간 정부는 현금과 현물을 포함해 1조7000억원을 출자했다. 이번에도 1조 가량 출자할 방침이다.산업은행이 5000억원을 맡고 은행의 최대주주인 정부가 나머지를 분담한다. 수은의 BIS비율은 요지경이고 착시효과라는 이유있는 비판의 근거다.

     

  • ▲ 이쯤되면 정부도 수은도 요지경 BIS비율의 민낯을 드러낼 때가 됐다. 그래야 답이 보인다ⓒ뉴데일리 DB
    ▲ 이쯤되면 정부도 수은도 요지경 BIS비율의 민낯을 드러낼 때가 됐다. 그래야 답이 보인다ⓒ뉴데일리 DB

     

    9월 기준 수은의 자기자본은 10조9500억, 위험가중자산은 116조원 이다. BIS비율 10%를 맞추려면 자기자본을 최소 11조6000억원까지 늘려야 한다. 최소 7000억 이상의 자금수혈이 필요하다. 그 와중에 수은은 지난달 대우조선 관련 1조6000억 추가 지원도 떠맡았다.

    정부의 출자에만 의지하지 말고 은행으로서 안정적으로 BIS비율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비판은 뼈아프지만 허허롭다.

    혹여 내부 유보금이라도 늘릴라치면 정부의 고배당 요구가 잇따른다. 올해 정부는 수은에 대해 22.75%, 152억원의 배당을 결정했다. 대손적립금을 이유로 배당을 유보한 지난해를 제외하면 2012년 22.9%, 2013년 17.54% 등 해마다 고배당금을 챙겨갔다.

    형식은 은행 내부적으로 의사결정 과정을 거치는 모양새지만 국책은행의 배당은 기획재정부가 배당협의체를 꾸려 정부 배당액을 지정한 뒤 각 기관에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있다. 당연히 고배당 정책은 자기자본 감소로 연결되고 BIS비율 하락을 초래한다.

    수출입은행은 최근 국책은행으로서 어려운 경영상황에 대한 책임을 보여주겠다며 임금 인상분 반납 행렬에 동참했다. 노조 합의하에 전 직원의 11월과 12월 시간외수당 및 연차 수당을 지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기본연봉의 1.5% 수준으로 은행 경영 여건이 악화된 데 대한 책임을 직원들도 함께 나누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정성이야 갸륵하지만 언발에 오줌누기 격이다.

    수은은 늘 정책금융에 동원되다보니 어쩔 도리가 없다며 항변하지만 사실 이 은행의 관리능력은 오래전부터 도마에 올랐다. 지난해 불거진 모뉴엘 사태가 대표적이다. 고정이하 부실채권은 올해 2조8000억으로 2011년 5797억 보다 4배 가까이 늘었다.

    이쯤되면 정부나 수은 모두 요지경 BIS비율의 민낯을 드러낼 때가 됐다. 그래야 답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