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창호 대표 "8년째 세부 보상안 없는 반올림…피해 가족에 도움 안 돼"진단 당사자, 20년만에 편지 "삼성 진정성, 꼬인 실타래 풀려…이제 얘 키우는 데 전념"
  • ▲ 서울 강남역 주변, 반올림 집회장 모습. ⓒ최종희 기자.
    ▲ 서울 강남역 주변, 반올림 집회장 모습. ⓒ최종희 기자.


    "반올림은 모든 문제를 싸움으로 풀려고 한다."

    삼성 직업병 가족대책위(가대위) 송창호 대표는 18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싸워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시기는 예전에 지났다"며 "이제는 실제 피해 가족들끼리 대화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이날 과거 반올림 측 대표와 독대한 자리에서 나눈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반올림 대표에게 보상 문제를 어떻게 풀거냐고 질문한 적이 있는데, '싸워야죠'라는 황당한 답변만 들었다"면서 "8년 전이나 지금이나 반올림의 태도는 변한게 없다"고 지적했다.

    송 대표는 "반올림은 보상에 대한 구체적인 그림도 없이 8년째 허송세월만 보내고 있다"며 "결국 반올림 존재가 피해 가족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삼성 직업병 논란은 지난 2007년 황상기 씨가 사망한 딸(삼성전자 퇴직자)을 대신해 산업재해 신청을 하고 피해보상을 요구하면서 사회적 쟁점이 됐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는 소위 활동가로 불리는 4명과 유가족 2명으로 구성돼 있다. 가대위에는 유가족 7명 만이 소속돼 있다.

    송 대표는 반올림이 갖고 있다는 피해자 명단의 실체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200여명의 피해자가 있다는 게 반올림의 주장인데, 공개도 하지 않는데다 집회장에도 데리고 나오지 않는다"며 "정말로 피해자 명단이 존재한다면 지금이라도 이들이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송 대표는 반올림이 명단을 넘겨줄 경우 삼성과의 보상 절차를 밟겠다는 약속했다.

    하지만 반올림이 이 같은 제안을 받아드릴 가능성이 매우 낮다. 자신들의 투쟁 명분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명단의 진위 여부도 따져봐야 한다. 가대위에 따르면 반올림 명단은 전화만 한 통 받아도 한 명을 추가하는 식으로 작성됐다.

    송 대표는 "반올림은 보상 방식을 문제 삼지만, 보상을 받을지 말지는 피해 가족들이 결정할 문제"라면서 "어찌됐든 피해 당사자인 가대위와는 명단을 공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삼성은 이미 지난해 9월 보상위원회를 꾸렸다. 직업병 의심환자들이 모두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길을 열겠다는 취지로 가대위도 보상위 활동에 참가했다.

    보상위를 통해 같은 해 12월 말까지 100여명이 넘는 직업병 의심환자들이 보상금을 타갔다.

    같은 날 아침 삼성 사내매체 '미디어삼성'에 편지 형태의 기고문이 올라왔다. 삼성전자 사업장에서 일하다 백혈병 진단을 받았던 가대위 소속 김은경 씨의 글이다.

    김 씨는 삼성전자 온양사업장에 1991년 입사해 1996년까지 일했다. 퇴직한 뒤 9년이 지난 2005년 백혈병에 걸렸다.

    그는 기고문을 통해 "직업병 문제가 잘 해결돼 아이 키우는 데만 전념할 수 있게 됐다"며 "회사(삼성)의 진정성을 믿었기 때문에 하나씩 꼬인 실타래를 풀어나갈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반올림이 200일 동안 농성하고 있는 것이 피해자들에게 무슨 도움이 될까"라고 반문 한 뒤 "반올림 활동가들은 삼성이 존재하는 한 무슨 꼬투리를 잡아서라도 계속 싸우려고만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