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오피스 공실률·넘치는 매물…헐값 매각 가능성도 제기
  • ▲ 사옥 매각을 추진하는 건설사들의 늘고 있다. 다만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아 매각작업이 원활하지만은 않아 보인다. 사진은 포스코건설 사옥. ⓒ뉴데일리경제 DB
    ▲ 사옥 매각을 추진하는 건설사들의 늘고 있다. 다만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아 매각작업이 원활하지만은 않아 보인다. 사진은 포스코건설 사옥. ⓒ뉴데일리경제 DB

    건설사들이 재무구조 개선이나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사옥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덩치가 큰 사옥 매각을 통해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으려는 셈이다. 다만 오피스빌딩 상황이 여의치 않아 매각과정이 수월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포스코건설은 인천 연수구 송도사옥 건립 및 운영을 위해 설립했던 특수목적법인(SPC) 피에스아이비(PSIB) 채무 3567억원을 전액 인수했다. 이 채무는 포스코건설 사옥을 짓기 위해 끌어왔던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금이다. 포스코건설은 회사 보유현금으로 해당 채무를 상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포스코건설은 PSIB 지분을 100% 확보함과 동시에 송도사옥 소유권도 갖게 됐다. 포스코건설 측은 송도사옥 매각으로 채무상환 비용을 회수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건설 측은 "매각을 염두에 두고 최근 PSIB의 채무를 전액 인수했다"며 "채무 인수 이후 사옥을 그대로 갖고 있는 것이 낫다는 내부 의견도 있어 매각이나 보유 여부를 두고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엔지니어링도 작년 10월부터 장부가 3500억원 규모 서울 강동구 상일동 사옥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사옥매각이 지지부진하자 박중흠 사장은 지난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사옥 A~C동 중 B동을 임대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실제 최근 B동에 근무하던 조달본부 등 일부 부서가 다른 동으로 옮겨진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ENG 관계자는 "경영효율화를 위해 B동 부서 일부가 재배치됐다"며 "인수의향을 내비치는 곳이 없어 임대 방안까지 열어둔 것일 뿐 사옥 매각을 추진한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건설사들이 사옥매각에 나서는 것은 재무구조 개선은 물론, 유동성까지 확보하려는 계산이다.

    포스코건설 경우 사옥매각을 통해 회수한 비용을 대부분 PF대출금 상환에 쓸 것으로 예상돼 재무구조에는 직접적인 영향은 없겠지만, 최근 실적이 좋지 않아 유동성 확보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풀이된다.

    포스코건설의 1분기 별도기준 재무제표를 보면 매출액은 1조2745억원으로 작년 1분기 1조7160억원에 비해 25.7%가량 줄어들었으며, 유동비율 역시 165.4%로 작년 말에 비해 -4%포인트 감소했다. 미청구공사액도 7852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19.7% 증가, 실적악화 우려가 커졌다.

    삼성ENG는 작년 3분기 1조50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한 이후 유상증자와 함께 사옥매각을 추진해왔다. 2분기 잠정실적 또한 연결기준 '어닝쇼크'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작년 2분기에 비해 82% 줄어든 204억원의 영업이익를 기록했다.

    이밖에 지난해 대우조선해양 부실사태에 따른 수주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금융투자업계의 보수적 판단으로 자금조달 여건이 녹록치 않다는 점도 사옥매각을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올 상반기 건설 회사채 발행은 삼성물산 3000억원이 유일했다. 다만 삼성물산이 제일모직과의 합병으로 건설사로 보기 힘든 점을 감안하면 건설 회사채 발행 실적은 사실상 '제로(0)'라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문제는 건설사 사옥 매각이 낙관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일단 오피스 시장의 공실률이 높아 매각가격이 작지 않은 건설사 사옥이 쉽게 매각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감정원이 연면적 3만3000㎡ 이상이거나 지상 21층 이상인 프라임급(최상급) 오피스빌딩 공실률을 조사한 결과 2분기 기준 서울시내 오피스빌딩 공실률은 11.1%로 △여의도권 14.9% △도심권 10.2% △강남권 7.8%로 집계됐다.

    포스코건설 사옥이 있는 송도 역시 전분기 보다 6.8% 늘어난 51.8%로 조사돼 사옥매각 전망을 어둡게 했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기업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관계자는 "대부분 재무유동성 확보를 목적으로 하거나 기업의 전략적인 이유로 인한 사옥 매각이 이어지고 있다"며 "브렉시트로 촉발된 경기 전망 불확실성과 변동성 확대가 오피스 거래시장에 지속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특히 국내 기관 투자자들이 투자 결정에 신중해졌다. 불확실성이 사라질 때까지 투자에 신중한 태도를 지속학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시장에 매물이 많다는 점을 이유로 사옥매각이 더딜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나금융지주는 KEB하나은행 서울 중구 을지로 별관과 명동본점 빌딩(옛 외환은행 본점) 등의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생명 태평로 빌딩과 삼성화재 을지로 사옥 등도 매물로 나와 있다. 대우조선해양 사옥도 아직 주인을 찾지 못한 상태다.

    때문에 '헐값매각'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서울·수도권 오피스빌딩의 공실률이 워낙 높다보니 원하는 가격의 매수자를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섣불리 매각을 추진하다가 헐값에 넘길 가능성 역시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