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고공행진… 저렴한 수도권으로 이동 가속시, 관련 대책 논의 중…부동산시장 '아직은 미흡'
  • ▲ 서울 강남구 한 아파트 단지 공인중개업소. ⓒ연합뉴스
    ▲ 서울 강남구 한 아파트 단지 공인중개업소. ⓒ연합뉴스

    '1000만 도시' 타이틀을 놓쳐버린 서울시의 인구이탈이 지속되고 있다. 전세난 등의 사회적 요인 때문으로 분석됐다. 시에서도 젊은층을 붙잡기 위해 근본적인 대책마련에 돌입했지만, 실효성 있는 정책이 나올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4일 경기도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도내인구는 모두 1301만9877명으로 집계됐다. 우리나라 총 인구가 5279만2070명인 것을 감안하면 국민 4명 중 1명(24.7%)이 경기도에 거주하고 있는 셈이다.

    경기도 인구는 2002년 12월 1000만명을 돌파한 이후 13년8개월 만에 302만명이나 늘었다. 즉, 하루가 멀다하고 평균 605명씩 증가한 셈이다.

    특히 경기도의 이 같은 인구증가는 출산 등에 따른 자연적 증가보다는 서울 등 외부 인구유입에 따른 사회적 증가 탓이 더 큰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2003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자연적 증가 인구는 94만8209명에 그친 반면, 사회적 증가 인구는 160만930명으로 66만여명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서울에서 경기로 순유입(전입-전출)된 인구가 139만7825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부산 6만289명 △경북 5만6780명 △대구 5만2284명 순으로 이어졌다.

    경기도는 서울시 인구가 대거 유입된 요인으로 서울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주택가격과 신도시 개발호재, 교통망 확충 등을 꼽았다. 전·월셋값 상승으로 서울에서 떠밀린 '전세난민'이 교통여건이 나쁘지 않으면서도 주거비용이 상대적으로 낮은 경기도로 대거 이동했다는 판단이다.

    서울시 인구는 지난 8월 말 기준 내·외국인을 합쳐 1023만9672명으로, 지난해 3월 이후 꾸준히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5월 말 기준 내국인이 999만5784명으로 집계돼 28년 만에 처음으로 1000만명 아래로 내려갔다. 전세난이 심화되면서 '탈서울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팀장은 "치솟는 아파트 가격으로 서울을 벗어나 대체주거지를 찾으려는 수요자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 팀장은 "상대적으로 아파트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서울 접근성이 좋은 곳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라며 "특히 수도권 내 교통망이 확충, 개선돼 '서울 생활권'으로 묶이는 주요 지역들의 경우 생활 기반이 서울에 있는 이들에게 최적의 입지인 만큼 이주가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KB국민은행 시세 조사 결과 8월 말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4억1271만원으로, 수도권 아파트 평균 매매가(3억9441만원)에 비해 2000만원이 채 차이가 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 평균 매매가는 3억1515만원, 인천은 2억5300만원으로 서울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전셋값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내 집 마련이 가능한 것이다.

    신정섭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올 하반기에 금리가 인상될 수 있지만, 인상되더라도 여전히 저금리"라며 "이미 월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당분간 전세품귀에 따른 전셋값 상승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분위기에 서울시에서도 '탈서울 방지'를 위해 팔을 걷고 나섰다.

    시는 우선 젊은층 주거안정을 목적으로 '2030역세권' 임대주택사업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기본 틀은 시프트(장기전세주택)와 비슷하다. 입지와 나이 등 대상을 직접 규정하고 역세권 용적률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의 차이다. 용적률 확보와 종 상향(준주거→일반상업지역) 등 보다 구체화한 안이 나올 예정이다.

    여기에는 민간임대주택 월세 세입자 임대료를 보조하는 '서울형 주택바우처'와 정체된 지역 내 주택을 활용하는 '빈집활용주택(공가 프로젝트)', 주거복지지원센터 운영 활성화 등 다양한 주거지원 확대가 포함된다.

    시 관계자는 "전세난과 비싼 주거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서울을 떠나는 사회초년생과 신혼부부 등 젊은 세대가 늘어나는 상황을 '준전시'에 비유할 정도로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3040 실업률과 비정규직화 등 노동여건도 결국 주거불안에서 비롯되는 사례가 많은 만큼 이를 해소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시의 이 같은 대책이 젊은 층의 이탈을 막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다.

    역세권 청년임대주택의 경우 세부기준이 당초보다 다소 강화되면서 사업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 또 역세권 세부 범위는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지정하고, 주차장도 애초 구성보다 많이 짓는 것으로 수정됐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시의 정책 불확실성까지 더해져 사업 참여를 주저하는 민간사업자마저 적지 않은 상태라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게다가 뉴타운·재개발 해제 지역의 경우 도로나 편의시설 등 기반시설이 열악한데다 대안 사업인 가로주택정비사업과 결합건축, 리모델링 등 역시 현재로선 수익성이 낮아 활성화가 더디기만 하다는 질책도 이어지고 있다.

    한편, 시는 연내 탈서울 현상에 대비하는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근본적으로 탈서울 현상을 막거나 유출 속도를 더디게 할 대책이 골자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