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銀, 청년고객 예·적금 위주 금융상품 제공 주력취업난으로 인해 부채만 증가, 개인파산도 급증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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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자금 등 소액으로 시작된 청년층 부채는 취업난으로 악순환이 고착화되고 있다.

    은행권이 청년층에 대해 보수적인 영업에 나서면서 대출을 받기 어려운 반면 제2·3금융권은 공격적으로 영업을 확대해 청년층의 고금리 대출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청년층 금융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이들의 자금 수요를 고려해 금융자립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취업난으로 인한 채무 악화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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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행에 따르면 20대의 1인당 부채 규모는 2203만원으로 집계됐다.

    타 연령층에 비해 규모는 크지 않지만 청년들의 취업난이 가중되면서 채무 구조는 오히려 악화되는 모양새다.

    실제 30대 이상의 금융소비자들은 자산 축적을 위한 담보대출인데 반해 20대 청년들은 학자금이나 생활비 등 소액 대출이 대부분이다.

    아울러 청년층이 취업난으로 안정적 소득을 거두지 못하면서 빚의 고리를 끊지 못하고 신용등급까지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20대 금융소비자는 ‘학자금대출→저소득→저신용→고금리→채무악순환→신용불량’ 등으로 이어지는 악성화 경로가 고착화되고 있다.

    ◆시중은행 “20代 잠재고객은 옛말”

    그 동안 시중은행은 미래 고객을 선점하겠다는 전략 아래 청년층을 대상으로 단계적인 금융상품을 판매했다.

    청년 고객을 확보할 경우 고객의 학업, 취업, 결혼, 은퇴 등 인생주기에 따라 맞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실업난 등으로 인해 청년층의 재산형성이 어려워지자 이들에게 예·적금 위주의 수신 상품만 제공하는 것으로 영업 전략을 선회했다.

    청년 고객들의 취업난에 따른 연체율 증가, 정부 보증능력 제한 등 열악한 영업 환경으로 인해 대출상품을 취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은행 수익에 직접 연계되는 대출상품의 판매실적이 부진했으며 청년 대상 금융상품이 연금저축, ISA 등 상위 단계로 이전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은행에선 ‘문전박대’…2금융권에선 고금리대출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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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들은 은행에서 막힌 대출 경로를 저축은행, 대부업 등 2금융권에서 해결했다.

    2·3금융권은 모바일 플랫폼을 기반으로 30일 무이자 대출 마케팅을 공격적으로 영위했다.

    이에 올해 상반기 저축은행 및 대부업 20대 이용자 비중은 20%를 상회했으며 지난 4년 동안 저축은행의 대출현황 분석 결과 차주가 20대인 계좌 수가 27.7%에 달했다.

    같은 기간 대출 규모는 5497억원에서 9752억원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청년들이 문턱이 높은 은행 창구보다 쉽게 돈을 구할 수 있는 저축은행, 대부업을 찾았다는 것이다.

    실제 2015년 상반기 기준 20대 이외의 저축은행과 대부업 신용대출 이용 비중은 10% 전후인데 반해 20대 비중은 31%로 타 연령대비 고금리 대출 비중이 3배나 달했다.

    문제는 청년들의 신용등급 하락이다.

    연체기록이 없는 청년층은 기본적으로 신용등급이 중위권으로 분류된다.

    따라서 현재 은행의 중금리 대출상품을 이용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제2·3금융권을 이용함으로써 자신들의 신용등급을 스스로 하락시키고 있는 것이다.

    금감원 조사결과에 따르면 2금융권의 대출기록은 신용등급을 1.5등급 이상 하락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돈을 구하기 쉬웠으나 신용불량 되기도 쉬운 구조

    청년 세대들의 악순환의 끝은 신용불량이다.

    앞서 설명했듯이 청년층은 상대적으로 고금리 대출비중이 높기 때문에 소액 부채에도 금리 부담이 크다. 따라서 상환불능 위험이 상존하고 신용 불량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최근 연령별 채무조정 현황에 따르면 전 연령층에서 워크아웃 신청이 감소하고 있지만 청년층의 신청인원은 높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3분기 전체 개인 워크아웃 신청자는 전분기 대비 1.7% 감소했다. 하지만 20대 신청자는 8.8% 증가했으며 20대 프리워크아웃(31일 이상 90일 미만 채무자) 신청자도 41.7% 급증했다.

    이처럼 청년층의 워크아웃 신청 증가와 함께 개인회생 및 파산 신청자도 부쩍 늘었다.

    지난해 대법원의 개인파산 및 회생 사건 현황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20대의 회생 및 파산 신청자 증가율은 타 연령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7.2%를 기록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백종호 연구위원은 “금융당국은 청년층 자금수요를 고려해 금융자립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며 “대학생, 장기구직자, 고금리 대출자, 연체자 등 대상에 따라 장학사업, 생활안정자금 지원, 고금리 전환대출, 채무조정 및 탕감 등 차별화된 지원을 실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학자금 대출에서 시작된 빚이 단계별로 확대되지 않게 사전 및 채무조정 상담 외에 청년층의 경제생활을 건전화하기 위한 금융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