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 수색만 3번 "오너, 검찰 조사 이어 청문회, 특검까지…경영 차질 불가피"국민연금 운용 기금 규모만 '500조'…"삼성그룹 조차 눈치 봐야하는 슈퍼 갑"


  • 국민연금이 수천억원의 손실을 무릅쓰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찬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당사자인 삼성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나섰지만, 오너에 대한 검찰 조사와 국정조사 청문회에 이어 특검까지 당분간 경영활동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가장 부담스러운 부분은 국민들과 투자자들의 차가운 시선이다. 이미 합병이 완료된 상황에서 근거도 없을 뿐만 아니라 왜곡된 자료를 기반으로 한 기업 때리기가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최순실씨를 지원한 대가로 국민연금의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지난해 7월 진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질 합병에 청와대 및 국민연금이 특혜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그 근거로 국민연금이 합병 찬성 결정을 내리기 전 개최한 회의가 지목받고 있다. 하지만 이 조차도 합병 찬성에 대한 불리한 내용만을 엮어 의혹을 확산시키고 있다는 게 문제다.

    의혹을 제기하는 이들은 국민연금이 35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을 알고서도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삼성이 최순실에게 수백억원을 불법 지원했고 이에 대한 보답으로 청와대가 국민연금에 삼성물산 합병을 찬성하도록 압력을 넣었다는 내용이다.

    회의록을 살펴보면 합병 당시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지분 11.2%와 제일모직 지분 4.8%를 보유하고 있었으며, 평가액은 합병일(2015년 7월 17일) 기준 각각 1조2200억원, 1조1800억원이다.

    국민연금 투자위원회는 합병이 발표된 직후 삼성이 제시한 합병비율(1:0.35)과 국민연금이 EV/EBITDA(기업가치/세전영업이익)를 기준으로 산출한 합병비율(1:0.43)이 큰 차이를 보인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합병에 찬성해 온 채준규 국민연금 리서치팀장 조차 "양사의 적정 가치에 기초해 합병비율을 구해보면 1:0.46이며 따라서 합병비율에 있어서는 삼성물산이 다소 불리하다고 볼 수 있다"고 걱정했다.

    하지만 기업가치 증가 및 시너지 효과로 상당 부분 상쇄될 수 있다며 "합병의 시너지 또한 함께 고려해야한다"며 결국 찬성에 힘을 실었다.

    결과적으로 채 팀장의 예측은 적중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시가총액은 합병 발표 이후 9% 가량 상승했고, 제일모직 바이오 사업의 장부상 평가가치는 합병 후 3~4조원 가량 증가했다.

    또 다른 특혜 근거로 국민연금이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기관의 반대 권고에도 찬성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ISS는 합병이 진행될 경우 삼성물산에 손실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ISS는 제일모직 입장에서 판단할 경우 합병은 필요하다며 상반된 의견을 보였다.

    회의록에서 한정수 국민연금 주식운용실장은 "ISS가 삼성물산 입장에서는 반대, 제일모직 입장에서는 찬성했다"며 "이해관계자 의견에서는 삼성물산의 입장에서만 제시된 의견처럼 보여 사실살 혼선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투자위원회가 시너지 효과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반대했음에도 국민연금 주식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가 열리지 않아 특혜를 제공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실제 참석자 일부는 합병에 따른 2조원 이상의 시너지 효과가 "특정하기 어렵거나, 검증이 곤란하다"며 마지막까지 합병을 반대했다.

    결국 투자위는 회의 마지막에 표결을 진행했고, 12명 중 8명의 찬성으로 합병 찬성은 최종 결정됐다. 국민연금이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한 것은 자체적인 판단에 따른 것이지 외압은 없었다는 것이다.

    국민연금 투자위원회는 합병 찬반에 대한 충분한 논의를 진행했고, 시너지효과가 크다고 결론을 내렸다. 합병안건에 7명이 찬성하면 통과되는 게 내규였던 만큼 국민연금 주식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전문위)에 부의할 필요가 없었다.

    외압이 있었다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인 삼성이 투기자본(헷지펀드)인 엘리엇의 먹잇감으로 전락하는 것은 안된다는 여론과 사회적 분위기였다. 당시 20%에 달하는 개인주주들은 물론, 재계 관계자들과 전문가, 국민들은 투기자본의 삼성 흔들기와 심각한 국부유출을 우려하며 국민연금의 결정에 관심을 집중했다.

    홍완성 기금운용본부장은 "투자위에서 3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토의를 거쳐 기명 표결을 진행했다"며 "투표 결과 과반이 넘는 찬성이 나와 전문위에 부의하지 않고 투자위에서 최종 의사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기금 이익, 합병 시너지 효과, 합병비율, 바이오 부분 미래가치 평가에 대해 중점적으로 토론했다"며 "찬성 혹은 반대의 표결을 한 결과 전체 위원 중에서 과반수가 넘는 위원이 찬성을 했다"고 덧붙였다.

    최홍석 국민연금재정과장 역시 "국민연금 투자위는 매년 2500건 가까운 의결권행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1차적으로는 기금운용본부가 판단하고 찬성, 반대가 곤란한 상황이 (전문위에) 올라온다"며 "전문위에는 1년에 1~2건 정도가 올라오고 있으며 합병과 관련해서는 그동안 60건 정도가 이뤄졌는데 본부(투자위)가 다 결정해 온 만큼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삼성이 청와대에 압력을 행사해 국민연금을 압박했으며, 막대한 이득을 취하고자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이호성 한국경영자총협회 상무는 "국민연금이 운용하는 기금 규모가 500조원에 달한다"면서 "삼성그룹조차 눈치를 봐야하는 상황인데, 의결권과 관련된 논란 자체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과 국민연금이 주가를 조작했다는 주장하는 이들은 삼성이 호재를 감춰 물산 주가를 떨어뜨렸고, 국민연금이 주식을 사야할 때 팔고, 팔아야 할 때 사면서 손실을 떠안았다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주가는 그 어느 누구도 예측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공개적인 시장에서 다수 투자자들의 자유로운 거래를 기초로 이뤄지는 만큼, 시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잘못된 정보로 의혹만 제기하는 것은 시장경제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