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송물량 25%로 줄어… 악조건 계약 속출할 듯
  • ▲ 컨테이너 접는 작업.ⓒ국토부
    ▲ 컨테이너 접는 작업.ⓒ국토부

    빈 컨테이너를 접는 기술이 개발돼 후년부터 상용화될 전망인 가운데 화물차업계는 일감이 줄어들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감이 줄면 악조건에도 울며 겨자 먹기로 운송계약을 맺을 수밖에 없을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한국철도기술연구원(철도연)은 지난 20일 경기 의왕 내륙종합물류기지(ICD)에서 접이식 컨테이너 기술 시연회를 열었다.

    접이식 컨테이너는 빈 컨테이너를 납작하게 눌러 접어 부피를 4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접은 컨테이너 4개를 올려 쌓으면 일반 컨테이너 1개와 부피가 같아진다.

    2명이 작업하면 접고 펴는 데 길어야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빈 컨테이너를 4개 한 묶음으로 실어나를 수 있어 운송비용도 4분의 1 수준으로 낮아진다.

    철도연은 전 세계적으로 빈 컨테이너를 해상으로 실어나르는 데 연간 8조원(67억 달러)의 비용이 든다고 설명했다. 국내 업체들도 해마다 4000억원을 빈 컨테이너 수송에 쓰는 것으로 추정된다.

    육상 운송비용도 75% 절감할 수 있다. 2015년 기준 수도권~부산 연간 컨테이너 물동량은 267만8900여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이다. 이 중 빈 컨테이너는 전체의 30%쯤인 80만3600TEU로 추정한다. 시장 평균 운임을 45만원쯤으로 계산하면 빈 컨테이너를 도로로 실어나르는 데 연간 3616억원을 쓰는 셈이다.

    철도연은 접이식 컨테이너를 도입하면 도로운송비용을 900억원으로 낮출 수 있다는 분석이다. 화물운송 차량을 줄일 수 있어 교통 혼잡을 해결하는 부수적인 효과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물류대기업 관계자는 "지금은 빈 컨테이너를 (도로로) 옮기는 데만 50만원쯤을 허비하는 셈"이라며 "상용화까지 추가적인 연구·개발(R&D)이 필요해 보이지만, 신선한 시도이고 외국 개발사례보다 여러모로 낫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그러나 개인·지입 화물차주들은 물류비용을 줄이는 기술 개발이 달갑지만은 않은 처지다. 운송비용이 4분의 1로 줄어든다는 것은 그만큼 일감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 화물운송 특수고용직 노동자연대(화물연대) 설명으로는 현재 개인·지입 화물차운전자는 컨테이너를 수송할 때 특정 장소에 컨테이너를 내려놓고 빈 차로 돌아오거나 빈 컨테이너를 회수해오는 경우가 많다.

    접이식 컨테이너가 도입되면 두 경우 모두 화물차운전자에게는 손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컨테이너를 회수하는 일감이 4분의 1로 줄거나 회수조건 없는 운송계약으로 빈 차 운행이 늘 수밖에 없어서다.

    화물연대 한 관계자는 "빈 컨테이너 회수를 위한 왕복 비용 등은 계약조건에 따라 다르고 원래 회수조건 없이 계약하는 경우도 있어 접이식 컨테이너 도입 영향을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다만 전반적으로 일감이 줄어들 소지는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물류대기업 관계자는 "지입차주의 일감이 줄 수 있다"며 "대승적 차원에서 보면 물류비용을 줄일 수 있으므로 낫지 않나 생각한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일감이 줄면 개인 화물차주들이 악조건에도 계약하는 사례가 늘 것이라고 우려한다. 빈 컨테이너 4개를 묶어도 부피는 일반 컨테이너와 같다 보니 무게는 고려치 않고 기존과 같은 조건을 요구하는 소위 갑질 계약이 만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부피는 같아도 한 번에 실어나를 컨테이너 무게는 4배로 늘게 된다"며 "무게가 늘면 기름값이 많이 들고 타이어 소모도 커질 텐데, 추가 비용 없이 빈 컨테이너 1개를 회수할 때의 조건으로 계약이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지금도 을의 처지인 화물차운전자가 계약할 때 손해를 감수한다고 설명한다. 빈 컨테이너 회수조건의 경우 국가에서 고시한 운송비용은 70만원 이상이지만, 실제 운송시장에서는 65~70% 수준인 45만~50만원에 운임이 책정되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