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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는 컨테이너'가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이르면 다음 달부터 베트남과 미주 노선에서 시범사업을 벌이는 방안이 추진될 전망이다. 물류비 절감 효과를 앞세워 8조원이 넘는 세계 시장을 노크한다는 계획이다.
6일 국토교통부와 한국철도기술연구원(철도연)에 따르면 빈 컨테이너를 납작하게 눌러 접어 부피를 4분의 1로 줄이는 접이식 컨테이너가 상용화를 위한 막바지 단계에 있다.
철도연 권용장 녹색교통물류시스템 공학연구소장은 "기술개발은 됐고, 현재 한국선급에서 강도 등 국제 컨테이너 규격 인증(CSC·컨테이너 안전 협약)을 받는 막바지 단계"라며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다음 달 초에는 인증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CSC 검사는 선적 허용 기준의 2배에 해당하는 짐을 싣고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지 살피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선급 설명으로는 시제품 시험이 끝나 시험성적서 발급을 위한 막바지 절차를 밟는 중이다. 한국선급 관계자는 "경북 제작현장의 시험성적서가 6일 도착했다. 문제가 없는지 최종적인 검토를 할 예정"이라며 "시험 현장에서 문제가 없다고 봤기 때문에 이달 안으로 인증절차가 끝날 것"이라고 밝혔다.
철도연은 국제인증을 받으면 시범사업을 벌인다는 방침이다. 베트남 하노이와 미주노선 정기 화물선에 접이식 컨테이너를 실어 실전 테스트를 하면서 외국 선사를 상대로 신기술 홍보에도 나선다는 생각이다.
아직 기존 컨테이너보다 제작비가 더 들고 무게도 더 나가는 것은 다듬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접는 컨테이너는 길이 12m 컨테이너 기준으로 무게가 6t을 넘는다. 기존 컨테이너는 4t쯤이다. 제작단가는 800만원선으로 알려졌다. 450만~500만원인 기존 컨테이너의 1.6배쯤이다.
권 소장은 "물류업계에서는 운송비 절감 효과를 고려할 때 제작단가가 3배 미만이면 경쟁력이 있다고 말한다"며 "접이식 컨테이너의 고급화·경량화를 계속 추진하고 있다. 무게를 6t 미만으로 줄이고 제작단가도 더 낮춰 수출문을 열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접이식 컨테이너는 빈 컨테이너를 4개 한 묶음으로 실어나를 수 있어 운송비용을 4분의 1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 철도연은 전 세계적으로 빈 컨테이너를 해상으로 실어나르는 데 연간 8조원(67억 달러) 이상의 비용이 든다고 분석했다. 국내 물류업체도 해마다 3000억~4000억원을 빈 컨테이너 수송에 쓰는 것으로 추정한다. -
접이식 컨테이너는 육상 운송비용도 75% 절감할 것으로 철도연은 판단한다. 2015년 기준 수도권~부산 연간 컨테이너 물동량은 267만8900여TEU(1TEU는 6m 컨테이너 1개)이다. 이 중 빈 컨테이너는 전체의 30%쯤인 80만3600TEU로 추정한다. 시장 평균 운임을 45만원쯤으로 계산하면 빈 컨테이너를 도로로 실어나르는 데 연간 3616억원을 쓰는 셈이다.
지난해 1월 철도연은 접이식 컨테이너를 도입하면 도로운송비용을 900억원으로 낮출 수 있다고 소개했다. 화물운송 차량을 줄일 수 있어 교통 혼잡을 해결하는 부수적인 효과도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내륙운송의 경우 접는 컨테이너 도입의 효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도 없지 않다.
한 물류대기업 관계자는 "애초 해운항만사업과의 연계를 염두에 두고 접는 컨테이너 연구·개발(R&D)을 눈여겨 봐왔다. 중국 등에서 빈 컨테이너를 효율적으로 들여와 화물을 실어 내보내는 식이다"며 "기본적으로 화물차량과 컨테이너가 일대일로 매칭돼 있는 게 현실이어서 내륙운송만 놓고 보면 수요가 많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개인·지입 화물차주들은 일감이 줄어들 수 있다며 우려하는 눈치다.
화물연대 한 관계자는 "4대가 필요하던 화물차가 1대만 필요하다는 얘기다. 지금도 특수화물을 실어나르는 컨테이너의 경우 모아두었다가 한꺼번에 옮기는 경우가 있다"면서 "차주들 처지에선 일감이나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는 부분"이라고 했다. 화물연대 다른 관계자는 "부피는 같아도 한 번에 실어나를 컨테이너 무게는 4배로 늘어날 것"이라며 "무게가 늘면 기름값이 많이 들고 타이어 소모도 커질 텐데 추가 비용 없이 빈 컨테이너 1개를 회수할 때의 조건으로 계약이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