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수주 낭보에도 '기지개' 못 켜는 해외건설… 정부·금융권 지원 절실

현대ENG 컨소 등 수주 소식 잇달아…증권가 기대감 확산
실적 반등에는 못 미쳐…환율 등 걸림돌도 산적

성재용 기자 프로필보기 | 최종편집 2017.03.16 16: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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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삼성엔지니어링이 시공한 알제리 스킥다 정유플랜트 전경. ⓒ뉴데일리경제 DB


최근 3~4일 사이 대형건설사들의 신규수주 낭보가 이어지면서 해외건설시장이 기지개를 켜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해외건설 경기가 녹록치 않을뿐더러 환율, 국제유가 등 위험요인도 상존하는 만큼 축포는 시기상조라는 진단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현대건설 컨소시엄은 지난 13일 이란에서 32억달러 규모의 석유화학 플랜트 시설 공사를 수주했다. 이는 국내 건설사가 이란에서 수주한 공사 중 가장 큰 금액의 프로젝트다.

같은 날 국내 건설사 가운데 이란시장에 가장 많은 공을 들인 대림산업도 희소식을 전했다. 지난해 말 낙찰통지서(LOA)를 받은 이란 아스파한 정유공장 개선 공사에 대한 정식 계약을 체결했다. 공사규모는 2조원대로, 대림산업이 단독으로 수주했다.

이튿날 두산중공업은 인도네시아 국영건설사와 컨소를 이뤄 인도네시아 전력청으로부터 4700억원 규모의 무아라 타와르 복합화력발전소 전환사업을 수주했다고 밝혔다. 이 프로젝트는 기존 1150㎿급 가스화력발전소에 배열회수보일러(HRSG) 8기와 스팀터빈 3기를 공급해 1800㎿급 복합화력발전소로 전환하는 공사다.

굵직한 해외 프로젝트 수주 낭보가 이어지면서 증권가에서도 건설업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광수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2000년대 들어 현대건설과 현대ENG가 공동 수주한 프로젝트는 모두 389억달러에 달한다. 지역적으로도 중동뿐만 아니라 유럽, 남미, 아시아 등 다양하다"며 "양사의 시너지로 해외 플랜트 시장에서 수주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보이며 올해 해외 신규수주가 가파르게 증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또 "대림산업의 경우 대형건설사 중에서 가장 빠르게 해외수주가 가시화되고 있다"며 "무엇보다 미국과의 관계 악화로 이란 프로젝트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에서 실제적인 계약 체결은 리스크 해소 차원에서 의미가 크다. 향후 이란 수주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판단했다.

뿐만 아니라 대우건설, GS건설 등 이번에 수주 소식을 전하지 않은 다른 대형사에도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대우건설의 경우 전통적으로 강점을 갖고 있는 아프리카 지역에서 인구 성장과 함께 주택보급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점진적인 수주 증가가 기대된다"며 "베트남 스타레이크시티 사업에서 2017년 연간 800억원이 연결이익으로 인식될 전망이며 사우디아라비아 하우징 프로젝트 역시 연내 도급 계약 체결이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박상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GS건설은 올해 해외에서 지난해보다 65% 증가한 3조4000억원을 수주할 것"이라며 "여기에 올 상반기 해외 저가 공사까지 마무리되면 큰 폭의 영업이익 개선으로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어지는 수주 낭보에도 기록적인 실적 반등으로 이어지기는 힘들어 보인다. 해외건설협회 집계 결과 올 들어 이날까지 신규 해외수주액은 모두 30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82억달러)에 비해 63.0%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수주 건도 148건에서 135건으로 8.78% 줄어들었다.

뿐만 아니라 환율과 국제유가, 국제정치라는 변수가 남아있다.

이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지난해 12월 이후 석 달만의 인상이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올라가면 미 채권금리가 상승하면서 글로벌 유동자금이 쏠리게 된다. 그만큼 달러 강세가 유력해지는 셈이다.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수주 경쟁력은 지난해와 같이 약세를 면치 못하게 된다. 실제로 지난해의 경우 달러 강세 탓에 엔화와 유로화 등이 약세를 보이면서 해외시장에서 우리 건설사들의 가격경쟁력이 크게 저하된 바 있다.

요동치는 국제유가도 걸림돌로 지목된다. 중동 수주에 큰 영향을 미치는 두바이유는 13일 배럴당 50.04달러를 기록하며 3개월 만에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지는 50달러 선으로 내려앉았다. 이에 앞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지난 9일 배럴당 49.28달러를 기록,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으로 50달러를 밑돌았다.

미국 셰일오일 증산과 원유 재고 증가에 더불어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 분열로 인한 불안감까지 확산되면서 유가가 더 떨어질 수도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이 경우 해외 인프라 시장의 큰 손인 중동 건설시장도 지난해와 같은 상황을 재현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유럽이나 일본 업체의 가격경쟁력이 국내 업체보다 각각 25%, 14% 높다라며 배럴당 60달러 이상을 유지한다는 전제 하에 발주물량이 늘어날 수 있다는 OPEC의 의견에 비춰볼 때 해외시장의 발주물량 증가를 논하기는 이르다고 진단했다.

국제정세도 여전히 불확실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對이란 정책에 따라 중동의 긴장감이 고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중동 발주가 지연되거나 취소될 가능성도 있다.

때문에 해외수주를 늘리기 위한 특단의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손태홍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치열해지는 수주경쟁뿐만 아니라 불리한 시장 환경 등으로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지, 나아가 지속성장이 가능할지도 낙관하기 어렵다"며 "해외건설시장에서의 성장은 단순히 개별 기업의 몫이 아니며 정부와 기업의 협력, 나아가 국가 단위의 투자와 노력을 필요로 한다"고 강조했다.

건설협회 한 관계자는 "이번 대규모 해외공사 수주가 해외건설 부활의 발판이 되도록 건설기업은 물론, 정부와 금융권의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때"라며 "해외건설을 되살리려면 기업들은 시장을 다변화하고 단순 시공 위주의 도급공사에서 탈피해 기획과 설계, 엔지니어링 등 기술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정부와 금융권도 실효성 있는 지원 시스템을 마련해 기업들을 지원해야 할 것"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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