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사 설계 두고 '중대변경' 가능성 제시… '도 넘은 비방전'대우건설, 유효투표수 381표 획득… 헹가래 치며 기쁨만끽
  • ▲ 과천주공1단지 조합은 지난 26일 과천시민회관에서 시공사 선정을 위한 총회를 진행했다.ⓒ뉴데일리
    ▲ 과천주공1단지 조합은 지난 26일 과천시민회관에서 시공사 선정을 위한 총회를 진행했다.ⓒ뉴데일리



    지난 26일 오후 3시 과천주공1단지 시공사 선정총회가 열린 과천시민회관. 현대건설·대우건설·GS건설 직원 수십명은 자사부스에서 담담하게 시공사 선정결과를 기다렸다.

    한 건설사 직원은 "막판에 직원들이 홍보활동에 집중해 표심이 많이 올라왔다고 보고를 받았다"면서 "결과를 미리 알면 우리가 현장에 찾아왔겠느냐"고 말했다.

    ◇막판 표심잡기 비방전 "타사는 사업지연 당연"

    시민회관 대극장 안 객석은 조합원들로 가득 차 있었다. 건설사 직원들은 홍보동영상과 발표자료를 조합원들에게 공개했다. 한 건설사 임원들은 단상에 올라와 큰절까지하며 조합원 표심잡기에 애를 썼다.

    건설사들은 막판까지 타사 비방전도 서슴지 않았다. 다른 건설사가 제시한 설계를 두고 '중대변경' 가능성을 내비치며 사업지연을 당연시했다. 한 건설사가 내놓은 동영상에선 전문가 의견을 통해 다른 건설사 설계를 구체적으로 지적하며 "교통영향평가와 건축심의 변경대상으로 사업지연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미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보이는 조합원과 건설사는 질의응답을 이어갔다. 건설사가 조합원 질문을 예측이라도 한 듯 해당 답변을 대형스크린을 통해 설명을 이어갔다.

    조합원들은 조합 측에서 나온 설계사무소 직원에게 건설사 설계안을 두고 질의했다. 중대변경 가능성 등 건설사 주장이 설득력이 약하다는 답변이 돌아오자 일부 조합원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조합원 A씨는 "본인은 괜찮고 다른 회사는 나쁘다는 식으로 홍보전을 펼치고 있다"면서 "우리가 전문가가 아니라서 판단하기는 쉽지 않은 문제"라고 고심했다.

    조합원 개인을 대상으로 불법적인 홍보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들렸다. 앞서 건설사들은 과도하게 OS(홍보)요원을 고용해 타사를 비방한다는 지적은 계속됐다.

    조합원 B씨는 "(홍보활동을) 한쪽에서 하면 다른 건설사도 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면서 "3개 건설사 모두 돈으로 조합원을 움직여 시공권을 가져가려는 행태는 고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 건설사가 차려놓은 홍보 부스.ⓒ뉴데일리
    ▲ 건설사가 차려놓은 홍보 부스.ⓒ뉴데일리



    ◇대우건설, 381표 획득 시공사 선정

    오후 5시께 조합원 투표가 끝났다. 조합원들은 "문자메시지를 통해 결과가 통보될 것"이라며 현장을 빠져나갔다. 반면 결과를 끝까지 지켜보겠다는 조합원들도 상당수 있었다. 

    투표가 끝났으니 각 건설사 관계자는 단상으로 나와달라는 조합 측 설명이 들렸다. 건설사 직원들은 개표현장을 참관하기 위해 하나둘씩 단상 위로 올라섰다. 팔짱을 낀 채 개표장면을 유심히 지켜보는 모습에선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객석에 앉아 있던 조합원들도 초조하기는 마찬가지. 개표과정에서 조금이라도 수상한 행동이 나오면 주저 없이 항의했다.

    5시45분 집계가 마무리됐다. 조합원들과 건설사들은 마지막 발표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결과는 대우건설이 유효투표수 1012표 중 381명 선택을 받았다. 현대건설과 GS건설은 각각 363표, 261표에 그쳤다.

    시공사가 대우건설로 확장됐다는 소식에 건설사 희비는 엇갈렸다. "대우!대우!대우!" 시민회관은 대우건설 직원 목소리로 가득 찼다. 반대로 현대건설과 GS건설 직원들은 조용히 현장을 빠져나갔다.

    대극장 밖에서 대우건설 측은 환호하며 기쁨을 감추지 안았다. 직원들은 전화통화를 통해 소식  전하기에 분주했다. 임원급으로 보이는 대우건설 직원을 헹가래 해주며 분위기를 만끽하고 있었다.

    책임자로 보이는 대우건설 직원과 홍보요원인 중년여성은 눈물을 흘렸다. 이들은 현장을 나오는 조합원에게 큰 목소리로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연신 내뱉었다.

    반대로 현대건설과 GS건설이 마련한 홍보부스는 한적한 모습이었다. 결과 발표 즉시 직원들은 현장을 떠난 것으로 보였다. 부스 안에는 치우지 않는 홍보자료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대우건설은 공사비로 타사 대비 약간 낮은 수준인 3.3㎡당 440만원을 제시했다. 분양가는 가장 높은 3.3㎡당 3313만원. 미분양이 발생할 경우 3147만원에 사들이겠다는 조건도 내걸었다. 조합원 부담을 최대로 낮추겠다는 대우건설 제안이 조합원 표심잡기에 성공한 것으로 풀이됐다.

    이미 과천주공 7-1단지 시공권을 확보한 상태로 앞으로 과천 주공 내 '푸르지오' 브랜드 타운 형성도 예상됐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과천주공1단지는 우수한 입지와 프리미엄 브랜드 경쟁으로 많은 관심을 받은 지역"이라며 "랜드마크 입지에 어울리는 명품 아파트 건설을 통해 조합원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설명했다.

  • ▲ 대우건설 직원들은 시공사 결과 발표 직후 기쁨을 나눴다.ⓒ뉴데일리
    ▲ 대우건설 직원들은 시공사 결과 발표 직후 기쁨을 나눴다.ⓒ뉴데일리



    ◇조합원, 사업지연 우려 가장 커

    현장에서 만난 조합원들은 사업지연에 대한 우려가 가장 컸다. 이미 시공사 교체로 사업이 지연되면서 한차례 우여곡절을 겪었기 때문이다. 특히 설계변경과 고분양가에 대한 HUG(주택도시보증공사) 제동으로 사업지연이 발생하면 입주는 지연될 수 밖에 없다는 걱정이었다.

    조합원 A씨는 "3개 건설사 모두 대기업으로 우수한 조건을 제시했다"면서 "어떤 회사가 선정돼도 큰 차이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합원들 설명을 종합하면 과천주공1단지 조합원은 과거부터 거주한 60대 이상 어르신들이 대다수다. 이들은 과천을 떠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고 했다. 결국, 빠르게 사업이 진행돼 일정대로 입주를 희망했다.

    문제는 설계변경과 이전 시공사 포스코건설과 소송 등으로 사업지연 가능성은 남아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건설사도 사업일정을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고 약속했다. 만약 문제가 불거지면 모든 책임을 100% 지겠다고도 했다.

    조합원 B씨는 "지금도 사업이 지연되면서 조합원 걱정이 크다"면서 "건설사가 제시한 사업일정대로 진행되는 것이 조합원들이 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