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산업개발, 평택-오송 민자철도 제안

'2층 고속열차'는 달리고 싶다… 4조 민자철도가 발목

코레일·로템 "수송력 증대가 우선"… 국토부, 민자 적격성조사
8월 시운전 앞뒀지만 상용화는 갈길 멀어

임정환 기자 프로필보기 || 최종편집 2017.04.07 07:3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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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고속열차 콘셉트 디자인.ⓒ코레일


한국형 2층 고속열차(KTX)가 오는 8월부터 시험운전에 들어갈 예정인 가운데 앞으로 실전 배치를 놓고 효율성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선로용량이 포화상태인 경기 평택~충북 오송 구간에 민자로 고속철도를 추가 건설하는 문제와 맞물려 이해관계가 상충하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점은 논란의 중심에 국피아(국토교통부+마피아)로 대변되는 철도 마피아와 토건 마피아가 있다는 것이다. 철도 마피아의 온상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던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국토부 내 토건족과 날 선 신경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2층 KTX 상용화 '착착'… 국토부 '시큰둥'

7일 현대로템㈜에 따르면 2층 KTX 개발이 진행 중으로, 현재 차체 제작을 마치고 부품 생산 과정에 있다.

2층 KTX는 정부 연구·개발(R&D) 사업으로 추진하다 중단된 후 현대로템과 코레일,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하 철도연)이 공동연구 업무협약을 맺고 자체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로템은 오는 8월께 객실 열차 2량을 출고할 예정이다. 차량이 나오면 철도연은 시험계측과 주행 안전성을 평가하고, 코레일은 11월까지 KTX 산천에 2층 객실 열차를 연결해 시험운전을 한다.

현대로템 등 3개 기관은 상용화 기술개발을 마치면 60여개월의 제작 기간을 거쳐 오는 2023년 2층 KTX를 실전투입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2층 KTX 상용화 과정은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철도정책을 총괄하는 국토부는 2층 KTX 도입에 유보적인 태도다. 최악에는 원천기술을 개발하고도 사장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국토부는 국가철도망에 대한 중장기 시설 투자계획을 담은 기존 국가철도망구축계획과 별도로 효율적인 철도운송을 위해 올 상반기 안에 철도 중장기운송계획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 계획에는 노선별 운행계획과 선로 배분, 차량수급계획, 요금 조정 등의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차량수급 문제는 개별 구축 철도망의 추후 연결 여부 등을 고려해 사전 대비가 필요하다. 국토부는 이를 위해 지난달 말 한국교통연구원에 중장기 전국철도수요 전망 연구를 의뢰한 상태다.

하지만 이 연구과제에는 2층 KTX 수급에 대한 내용은 빠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2층 KTX는 논란이 있어 (도입은)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2층 KTX는 국토부가 지난 2월 내놓은 제3차 철도산업발전 기본계획(2016~2020년)에서도 누락됐다. 정부는 앞서 제2차 기본계획(2011~2015년)에서 열차 운행을 다양화하겠다며 2층 KTX 도입과 운행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었다.

실제로 정부는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KAIA)을 통해 2013~2017년 290억원을 들여 2층 KTX를 개발하기로 하고, 철도연을 주관연구기관으로 선정해 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2015년 주관연구기업으로 참여한 현대로템이 연구과제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아 연구가 중단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 정부대응이 현실감각을 잃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후 현대로템은 코레일 등과 업무협약을 맺고 기술개발을 이어가는 상황이다.

국토부는 혈세를 들여 진행하던 사업이 중단된 상태로, 재추진할 상황이 아니며 재추진의 필요성도 느끼지 못한다는 견해다.

국토부는 2층 KTX가 타고내리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열차 운행이 지연되고 전력 소모도 커 운영비 지출이 늘어나는 등 비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터널 등 기존 시설물과의 규격문제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코레일은 경춘선 개통 이후 ITX 청춘열차에 2량의 2층 열차를 편성해 운행하고 있으므로 시설규격은 문제 될 게 없다는 의견이다. 열차를 제작하기 나름이라는 것이다.

현대로템도 제작과정에서 보완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승하차 시간 지연은 출입문을 크게 만들거나 수를 늘리면 해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현재 KTX 산천은 출입문 폭이 90㎝여서 동시에 타고내릴 수 없지만, 2층 KTX는 폭이 120㎝여서 전동차만큼은 아니어도 승하차 시간을 충분히 단축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출입문 수를 늘리는 것도 대안이다. 2층 고속열차가 활성화된 프랑스는 출입문을 객실당 2~3개 설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전력 소비 문제도 열차운영자 처지에선 2층 KTX 도입으로 수송량이 늘게 되므로 전기료를 추가로 내더라도 결과적으로 이익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코레일 설명으로는 2층 KTX는 1개 열차당 좌석 공급량이 1404석으로 기존 KTX 산천의 363석보다 4배쯤 늘어난다. 931석인 KTX-1과 비교해도 50% 이상 증가한다.

열차 1대가 항공기(276석 A380-300 기준) 5대, 우등고속버스(28석) 50대와 맞먹는 수송력을 보이는 셈이다.

▲국토부.ⓒ연합뉴스


◇'평택~오송' 포화 해법은… 2층 열차 도입 vs 선로 추가 건설

2층 KTX 도입의 최대 걸림돌은 민간이 제안한 고속철도 추가 건설사업이다.

대형 건설사인 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2월 국토부에 '평택~오송 고속철도 민간투자사업' 제안서를 냈다. 사업비 규모가 4조원에 이른다. 올해 정부예산 총액의 1%에 해당한다.

국토부는 절차에 따라 같은 해 6월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민자사업 적격성 조사를 의뢰했다.

평택~오송은 열차 수요가 가장 많은 구간이다. 지난해 12월 수서발 고속철도(SRT) 개통에 이어 2023년에는 인천·수원발 고속철도가 개통할 예정이다.

한국철도시설공단에 따르면 이 구간 선로 용량은 편도 기준 하루 총 190회다. 안전 여건 등을 고려할 때 하루 176~186회 운행할 수 있다.

올해 기본열차 운행횟수는 총 176회다. 코레일 116회, ㈜에스알(SR) 60회다. 용량 한계인 190회를 기준으로 열차를 추가 투입할 여유가 하루 14회밖에 없다. 선로용량이 포화상태나 다름없다.

해결책은 2층 KTX를 도입해 기존 선로운영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거나 선로를 추가로 건설하는 것이다.

코레일과 현대로템은 전자를, 국토부는 재정이 부족하다며 후자를 민자사업으로 추진하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국토부가 철도산업 발전을 토목건축 위주로 끌고 가려는 구태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조언한다.

현대로템 한 관계자는 "적게 투자하면서도 효율성을 높이는 게 필요한 데 토목건축 사업을 위해 (국토부가) 비합리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며 "국토부 방식이 맞다면 철도 선진국들은 왜 2층 고속열차를 운영하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레일 설명으로는 프랑스 철도공사(SNCF)는 지난 2007년부터 2층 고속열차만 구매하고 있다. 앞으로도 2층 열차만 제작·구매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또한 "우리나라는 재정사업을 해도 차량과 토목으로 사업을 쪼개고 비중도 토목건축이 70~75%쯤이다. 반면 외국은 턴키(설계시공 일괄입찰)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외국 발주처는) 차량·시스템 기술을 도입하고 싶어 하는데 (국내기업은) 참여하려 해도 국내에서 노하우를 쌓을 여건이 안되다 보니 입찰실적이 없어 못 하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2층 고속열차 개발은 철도산업 발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는 사업이다. 수송력·에너지 효율성 등 장점이 많아 철도 수요가 많은 유럽에서는 트랜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시속 300㎞급 2층 고속열차는 현재 프랑스가 유럽에서 독점적 지위를 구축한 상태다.

평택~오송 민자사업 추진은 노동계에서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해당 구간은 경부선과 호남선 고속철이 반드시 지나야 하는 소위 알짜배기 구간이다. 현대산업개발이 선로사용료 등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데 큰 무리가 없다는 얘기다.

노동계 한 관계자는 "재벌이 제안한 민자사업을 국토부가 추진하는 모양새로, 철도 민영화 논란을 부채질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아직 민자 적격성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면서 "2층 KTX가 개발돼 도입하거나 차량을 발주할 때 국토부와 협의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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