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층 고속열차 콘셉트 디자인.ⓒ코레일
    ▲ 2층 고속열차 콘셉트 디자인.ⓒ코레일


    2층 고속열차(KTX) 도입을 놓고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철도 마피아와 토건 마피아가 대립각을 세우는 가운데 국토교통부가 특정 건설 관련 단체의 세미나를 후원하며 2층 KTX 도입 반대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국토부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교통연구원과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의 고위직도 주제발표에 참여해 선동을 위한 조직적인 동원 의혹마저 제기되는 상황이다.

    23일 철도업계에 따르면 (사)한국철도건설협회와 (사)한국철도시설협회가 공동 주최한 2017 춘계세미나가 지난 20일 서울 용산 백범김구기념관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번 세미나 주제는 '차기 정부에 바라는 철도 정책 과제'였다.

    이재훈 교통연구원 미래교통전략연구소장이 '차기 정부의 철도 투자 방향과 실행과제', 양근율 철도연 부원장이 '제4차 산업혁명시대의 철도발전 방향'을 주제로 발표했다.

    이 소장은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의 확대 필요성을 언급했다. 정부 재원이 부족해 철도 투자가 줄어들 수 있으므로 민간투자를 활성화해 철도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부원장은 제4차 산업혁명시대 수요자와 공급자가 원하는 맞춤형 철도 운행과 노선 운영을 위해선 철도건설과 유지관리, 운영 등에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진 종합토론에선 서광석 한국교통대 교수의 진행으로 서상교 경기도 철도국장, 안용모 경일대 석좌교수(전 대구시 도시철도건설본부장), 김응록 송원대 교수, 한구수 대림산업 상무, 이태균 삼보기술단 사장 등이 참여했다.

    논란이 일고 있는 2층 KTX와 관련해선 신규 노선 건설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 소장은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등이 주장하는 선로이용 효율성 제고보다 추가적인 철도노선 건설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 소장은 "앞으로 경부고속철도에 수서발 고속철(SRT) 증편, 인천·수원·의정부 출발 열차가 신규로 운행할 예정"이라며 "열차운영 효율화로는 시설 부족을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곤란하다"고 부연했다. 그는 "철도는 수요 처리뿐 아니라 적정 서비스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철도 관련 업계는 이날 세미나가 2층 KTX 도입과 관련해 심도 있는 검토나 검증 없이 건설 논리를 앞세우는 강연회 수준이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철도업계 한 관계자는 "철도건설은 수조 원의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므로 신규 노선 건설의 필요성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노선 건설과 2층 KTX 도입을 놓고 효율성과 정부 재정의 낭비 요인은 없는지 충분한 논의가 있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 ▲ 국토부.ⓒ연합뉴스
    ▲ 국토부.ⓒ연합뉴스


    2층 KTX 도입과 관련해 정책 결정이 내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국토부가 특정 건설단체의 세미나를 공식 후원한 것도 도마 위에 올랐다.

    세미나를 주최한 철도건설협회에는 지난해 2월 국토부에 '평택~오송 고속철도 민간투자사업' 제안서를 낸 현대산업개발이 회원사로 들어가 있다. 종합토론에 참여한 대학과 설계·감리사도 협회 회원사들로만 짜졌다.

    사업비 규모가 4조원에 이르는 특정 사업의 이해관계자가 회원사로 있는 건설 관련 협회가 정책 토론회를 진행하는 데 국토부가 후원하고 나선 것이다.

    세미나에는 2층 KTX 도입을 찬성하는 코레일이나 현대로템㈜은 참여하지 않았다.

    철도업계 관계자는 "민간투자사업 제안사가 포함된 협회가 차기 정부에 철도 정책과제를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자리에 철도정책 주무부처가 사실상 편들고 나선 모양새"라며 "이를 위해 교통연구원 등 국토부 산하 연구기관까지 동원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2층 KTX는 애초 국토부가 연구·개발(R&D) 과제를 추진하다 주관연구기업(현대로템)이 연구과제 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으며 중단됐다.

    이후 현대로템과 코레일, 철도연이 공동연구 업무협약을 맺고 개발을 이어가 오는 8월께 시험운행에 나설 예정이다.

    코레일 등은 2층 KTX를 도입하면 포화상태인 평택~오송 구간 선로 이용을 극대화할 수 있어 신규 선로를 건설할 필요가 없다는 견해다.

    이 구간 선로 용량은 편도 기준 하루 190회다. 안전 여건 등을 고려하면 하루 176~186회 운행할 수 있다. 올해 기본 열차운행 횟수는 총 176회로, 선로 용량이 이미 포화상태나 다름없다.

    논란은 지난해 2월 대형 건설사인 현대산업개발에서 국토부에 이 구간 신규 선로 건설사업을 제안하며 불거졌다. 국토부는 절차에 따라 같은 해 6월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민자사업 적격성 조사를 의뢰한 상태다.

    노동계는 "해당 구간이 경부선·호남선 고속철이 반드시 지나야 하는 알짜배기 구간"이라며 "재벌이 제안한 민자사업을 국토부가 추진하는 모양새"라고 지적한다.

    철도업계 관계자는 "적은 투자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데도 (국토부가) 검증 없이 토목건축 사업의 필요성을 지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처사"라며 "프랑스 등 철도 선진국은 왜 2층 고속열차를 운영하고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 ▲ 철도정책 과제 세미나 개최 초대장.ⓒ철도건설협회
    ▲ 철도정책 과제 세미나 개최 초대장.ⓒ철도건설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