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액·영업이익, 전기 대비 각각 1.7%, 0.4% 감소주가 대비 합병가액 3.4배 높은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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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그룹이 지주사 체제 전환을 위해 주요 계열사 4곳에 대한 분할합병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합병가액' 조정 가능성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합병가액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의거 투자사업부문의 본질가치로 평가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통상 자산가치와 수익가치가 각각 1과 1.5의 비율인데 반해 4개 계열사 중 하나인 롯데쇼핑은 자산가치 대비 수익가치가 2.4배에 이르는 등 합병가액이 유독 높게 책정된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롯데쇼핑의 1분기 실적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중국의 사드 보복 등의 문제가 실제 실적감소로 이어질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면서 매출 실적에 따라 합병가액을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기 때문.


    12일 롯데쇼핑은 공시를 통해 1분기 매출액이 7조594억원이라고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7% 감소한 수치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07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4% 감소했고, 전기 대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6.4%, 46.2% 감소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당기순이익은 1115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68.9% 늘었다.


    롯데쇼핑의 1분기 실적은 시장 기대치에 부합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큰 폭의 실적 감소를 예상했으나 나름 선방했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롯데쇼핑의 높은 합병가액과 이후 조정 가능성은 지속적으로 회자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분합합병을 예고한 4개사 롯데제과, 롯데쇼핑, 롯데칠성, 롯데푸드의 합병가액은 각각 7만8070원, 86만4374원, 184만2221원, 781만717원이다.


    당시 롯데는 4개사 각 투자부문의 가치는 분할 시 시가를 산정할 수 없기 때문에 관련법상 정해진 방법에 따라 본질가치(합병가액)로 평가해 합병비율을 산정했다고 밝혔다.


    롯데그룹이 4개사 분할합병을 발표한 4월26일 기준으로 롯데제과, 롯데쇼핑, 롯데칠성, 롯데푸드의 종가는 각각 8만5800원, 25만4500원, 163만7000원, 65만4000원으로 다른 계열사는 합병가액과 큰 차이가 없는 반면 롯데쇼핑은 3.4배 높은 수준이다.


    아울러 4개사의 주식매수청구권 매수예정가격도 주목되고 있다. 이들 기업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내용을 살펴보면 롯데제과, 롯데쇼핑, 롯데칠성, 롯데푸드의 매수예정가격은 각각 20만4062원, 23만1404원, 151만1869원, 63만3128원이다.


    여기에서도 롯데쇼핑만 유독 눈에 띈다. 합병가액은 86만4374원의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지만 주식매수청구권 매수예정가격은 4분의 1수준으로 평가한 것.


    이 같은 평가를 한 외부평가기관은 비상장주식의 경우 장부금액이 100억원이 넘는 경우 현금흐름할인법(DCF)으로 가치를 매겼다고 설명했다. 이는 해당기업의 미래 영업활동을 통해 기대되는 순현금흐름을 할인율로 할인해 기업가치를 산출하는 방법이다. 


    이를 두고 증권가에서는 롯데쇼핑의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을 합병가액과 근접하게 상향조정하는 방안과 합병가액을 주식매수청구권 가격 수준으로 하향조정해야 한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입장에서는 제과, 쇼핑, 칠성, 푸드 중 신 회장이 가장 많은 지분을 확보한 롯데쇼핑의 가치를 올리는 것이 자신의 경영권을 확고히 할 수 있는 방법임은 자명하다.


    하지만 롯데쇼핑의 경우 외부평가기관의 평가기간은 지난 2월1일부터 4월25일까지로 중국의 사드 보복 등 용역을 맡았던 당시 여건보다 악화됐을 가능성을 간과할 수 없다.


    이와 관련 증권가 관계자는 "이번 1분기 실적은 시장 기대치에 부합하는 수준이지만 중국의 사드 보복과 관련된 매출 감소분이 3월 한달 정도만 반영돼 아직 롯데쇼핑 전체 매출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면서 "사태가 조만간 해결되지 않으면 2분기에는 더욱 악화된 실적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롯데쇼핑의 1, 2분기 실적을 바탕으로 수익가치 산정에 사드 사태 이후의 상황을 고려해 실적감소와 실적향상 등 바뀐 정황을 반영, 제대로 평가해야 투자자들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이번 롯데쇼핑 1분기 실적이 합병가액 재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면서 "지난달 공시된 분할합병비율과 합병가액이 오는 8월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됐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논의는 주총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8월 주총 안건으로 상정된 상황에서 합병가액 재검토는 의미가 없고, 합병비율이나 합병가액에 대한 반대 의견이 있다면 이날 주총에서 의견을 나누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