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100대 대학' 동력 명분 약해
  • ▲ 치의대 설립 추진 이유로 인천대학교가 '글로벌 100대 대학'을 내세운 것과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뉴시스
    ▲ 치의대 설립 추진 이유로 인천대학교가 '글로벌 100대 대학'을 내세운 것과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뉴시스


    인천대학교가 '글로벌 100대 대학' 진입을 위해선 의과대학 설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학교 위상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의대 유치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해외 명문대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조건으로, 의대가 있어야 한다는 인천대의 주장은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이다.

    이달 초 인천대는 조동성 총장을 단장으로 하는 '의·치대 설립추진단'을 발족하고 본격적인 의치대 설립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인천대가 내세운 의대 추진 이유는 세계 100대 대학 진입을 위한 필수 동력이 될 수 있다는 부분을 강조했다.

    앞서 지난해 7월 조동성 인천대 총장은 취임 전 의치대 유치 및 부속병원 설치 등을 향후 공약을 내세운 바 있다.

    현재 인천 소재 대학 중 인하대, 가천대 등 2개교가 의대를 보유하고 있다. 인천대는 2009년 의대 설립을 추진했지만 좌절됐고 이듬해 약대 유치에 나섰지만 쓴맛을 봤다.

    이후 기회만 되면 의대 설립 계획을 밝혔던 인천대는 번번이 좌절, 이번에는 의치대 설립을 추진하는 이유로 글로벌 100대 대학 진입을 꼽았다. 현재 인천대 의치대 설립 추진단의 업무는 학내 미래전략팀에서 담당하고 있다.

    의대·치대 설립의 경우 교육부 허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보건복지부에서 인력 수급 전망에 따라 정원이 나오면 이를 교육부에 통지, 의대 신청을 한 대학에 배정하는 절차를 거친다. 하지만 의대 등 정원이 동결된 상황에서 신규 의대 설치를 제자리걸음이다.

    교육부 대학정책과는 23일 "복지부에서 정원 배정이 있어야하는데, 1998년 이후 의대 등의 정원은 동결이다. 과잉이라 전망하고 있어 교육부에서도 정원을 줄 수 없다. 의대를 설치하겠다는 대학이 있어도 정원이 없기에 배정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019학년도 수급 전망에 대한 결정을 봐야 하는데, 정원이 나오더라도 경쟁은 치열할 것이다. 유치하고 싶어하는 대학들이 있다"고 덧붙였다.

    세계대학순위로 가장 많이 활용되는 지표는 영국 타임즈 고등교육(THE), QS(Quacquarelli Symonds) 랭킹이다.

    THE 2016~2017 세계대학랭킹에서 100위 내 한국 대학은 서울대,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KAIST) 등 2곳이었다.  QS 2016 순위에서는 서울대(35위) 카이스트(46위) 포항공대(포스텍·83위) 고려대(98위) 등이 세계 100위 대학 랭킹에 이름을 올렸다.

    전국 41개 의대 설치 대학 중 서울대, 고려대 등 2개교만 글로벌 100대 대학에 포함된 셈이다.

    QS 랭킹 800위권에 한국외대, 세종대, 서울시립대 등 의대가 없는 대학들도 순위에 들어갔고 THE 순위에서는 연세대·경희대·한양대 등이 250~400위권에 있었다. 인천대의 경우 THE, QS 전체 순위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평가 지표에 따라 대학 순위가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의대 유무가 글로벌 순위를 결정하지 않고, 있더라도 세계 100대 대학으로 진입한다는 보장도 없다.

    A대학 관계자는 "의대가 있다면 연구논문이 많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세계대학순위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 다만 세계 100대 대학 진입은 쉬운게 아니다. 의대가 있는 대학도 어려운 상황인데 국립대법인인 인천대가 백화점식 운영에 나서는 거 같다"고 말했다.

    B대학의 한 교수는 "세계 대학 순위 진입을 위한 목표를 잡을 수 있지만, 의대가 있어야만 랭킹에 오른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인천대 측은 세계 100위 대학보다는, 명문대로 인정받기 위한 의치대 설립 추진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인천대 미래전략팀 관계자는 "의치대 설립 추진은 시작하는 단계다. 법제 검토도 해야 할 것이고, 상위 정책 검토, 전략 방향 등도 세워야 한다. 마스터플랜도 쉽게 나오지 않는다. 제대로된 전략 방향을 준비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글로벌 100대 대학 목표와 관련해서는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어느 대학이든 몇대 대학 진입이라는 표현은 옳을지 모르지만 어떤 비전과 목표가 있는 것에 많이 먹히니깐, 그정도의 목표치가 있고, (조동성) 총장도 생각을 가지는 것이다. 대개 명문대는 의대를 보유하고 있으니깐 필요한 요소라고 본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의치대 설립은) 쉬운 사업이 아니다. 중장기적으로 본다. 몇년안에 한다는 것이 아니라, 정부 방향이나 주변 환경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준비하는 차원이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