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기업법연구소 이사장 문제인정부 일자리 정책에 고언
  • ▲ 최준선 한국기업법연구소 이사장. ⓒ뉴데일리
    ▲ 최준선 한국기업법연구소 이사장. ⓒ뉴데일리

    "역대 대통령들은 취임 후 대기업 '규제완화'를 언급했는데 문재인 대통령은 이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인위적인 일자리 창출보다 규제완화를 통해 투자를 이끌어 내고 일자리를 늘리는 선순환적인 일자리 창출이 필요합니다."


    최준선 한국기업법연구소 이사장(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뉴데일리와의 인터뷰를 통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공공기관 일자리 확대'를 중심으로 하는 문재인정부의 일자리정책에 대한 견해를 피력했다. 


    현재 대한민국은 일자리가 없는 것이 아니라 대학 졸업자들이 원하는 수준의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진단이다. 고등학교 졸업자 80%가 대학에 진학하는 상황에서 이들 대졸자들의 눈높이를 만족시킬 만한 일자리가 적다는 것이다. 


    최 이사장은 임기 내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를 창출하고 이중 64만개는 고용형태 변화, 나머지는 신규 채용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공공부문 일자리 정책은 숫자만을 지나치게 의식한 인위적인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먼저 최 이사장은 국내 비정규직의 종류가 너무 다양하다고 꼬집었다. 교육부의 경우 비정규직 일자리 종류가 58종이나 되고 이들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최 이사장은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 발상은 비정규직이나 정규직이 하는 일이 같다는 전제에서 출발하지만 그렇지 않다. 반드시 비정규직으로 해야할 일들이 따로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이 비정규직을 많이 고용한다는 시각에 대해 그는 "대기업은 비정규직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대기업의 비정규직 비율은 최소 0.3%(SK하이닉스)에서 최대 8.1%(대한항공)로 다양하지만 10%를 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최 이사장은 "오히려 공기업과 지자체에서 비정규직을 대량 활용하고 있다"면서 "만약 공기업들이 비정규직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현재 전체 340여개의 한국 공기업 중 2/3가 적자 상태인데 공기업의 부실은 눈덩이처럼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기업의 경우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대거 전환되면 당분간 신입사원 채용이 어렵게 되고 청년실업이 늘어나는 등 악순환이 되풀이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제대로'된 청년 일자리에 방점을 찍었다. 정부는 취업준비생들이 원하는 일자리가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고등학생 80%가 대학에 진학하고, 이들 중 20%만 대기업에 취업하고 60%는 직장을 찾에 헤매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졸자 대부분은 대기업에 취업을 원하지만 현재 한국의 대기업이 이들을 100% 고용할 수 없기 때문에 취업자와 구인기업간 괴리가 발생한다는 분석이다.


    최 이사장은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일할 사람이 없어 문을 닫을 지경"이라며 "시급을 1만원으로 인상하면 중기 6만 곳은 버티지 못하며, 외국인 근로자를 대거 고용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의 대졸자들은 험한 일을 하는 기업에 취업하려 하지 않는다"면서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대기업 수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기업은 사업다각화로 쉽게 망하지 않고 감시가 많아 평판을 중요시 하므로 직원의 보수와 처우에 신경을 많이 쓴다. 이런 이유로 대기업이 늘어나면 젊은이들이 바라는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나게 된다는 설명이다.


    최 이사장은 글로벌 대기업의 확장에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지난해 포춘지가 선정한 글로벌 대기업 수를 보면 미국 134개, 중국 103개, 일본 52개인데 한국은 15개 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구 1000만인 스위스도 글로벌 대기업이 15개에 달하는데, 대한민국은 적어도 스위스의 5배인 50개는 돼야 한다"면서 "정부는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대기업을 대량으로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최 이사장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필두로 한 새정부의 '재벌개혁' 의지에 우려를 표했다. 청와대는 김 위원장을 공정한 경제질서를 통해 사회적 불평등과 양극화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자로 평가했지만 실무를 경험하지는 못한 인물이라는 것.


    최 이사장은 "새정부가 재벌개혁에 있어서는 완급을 조절한다고 했으니 국정과제 우선순위에서 조금 미뤄지는 느낌이다"면서도 삼성과 현대, SK, LG 등 4대그룹의 불공정 행위를 집중 감시할 뜻을 비춘데 대해서는 큰 효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4대그룹은 이미 그룹차원에서 내부거래위원회를 두고 철저히 법률을 준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불공정 하도급 관행을 집중 점검하겠다고 밝혀왔으나 4대그룹은 이런 일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아 감시의 실효성이 없다는 설명이다.


    최 이사장은 "문제가 된다면 10대그룹 바깥이나 아예 자산총액 5조에 미달하는 재계순위 60위 이하의 기업집단의 탈법이 심한데 이들까지 감시한다면 과잉규제가 되는 딜레마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4대그룹도 한국에서나 4대그룹이지 세계 규모로 보면 순위에서 밀린다"면서 "한국 재벌들이 해외에서 벌어 들이는 돈이 매출의 80~90%인데 반해 노동력이나 자원을 제공하는 것도 아니고 재벌에 대한 기여도가 크지 않은 한국에서 단지 재벌총수라고 해서 반기업정서에 편승해 한국사회에 공헌을 요구하는 것은 염치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최 이사장은 "한국처럼 공정위가 재벌을 집중 감시 기능까지 갖는 나라는 없다"며 "글로벌 시각에서 재벌을 바라봐야 하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대기업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확충을 추구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정책이 되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최준선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 ▲ 최준선 이사장은 정부의 일자리 정책과 관련 대기업을 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데일리
    ▲ 최준선 이사장은 정부의 일자리 정책과 관련 대기업을 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데일리

    -경제 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기업과 소통해야 한다는 인식에 동의한다. 적극적인 소통 방식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런지.


    ▲기업인을 만나야 한다. 다행히 이달 말 대통령의 방미 순방 기간 동안 미국에서 기업인들과 처음으로 대면할 것으로 알려졌다. 방미 경제사절단 참석 희망 인원이 100명 안팎이라 하는데, 이들 인사를 최대한 수용해야 할 것으로 본다. 지금까지 대통령은 모든 곳에 다 소통을 위한 귀를 열어 두고 있는데 유독 기업인과 경제단체에 대해서는 소통의 통로를 닫고 있었다.

     

    경총에 호통치고 대한상의로부터는 쓴 소리를 듣고 있고 전경련은 아예 없는 조직 취급을 받고 있다. 트럼프가 어떻게 했나. 취임식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세계적인 기업인을 초대했다. 다만 기업인들을 독대하면 안 된다. 단체로 만나고 담소를 나누고 격의 없는 대화를 하면 좋다. 이러 것은 문 대통령의 장점이므로 잘 하실 것으로 본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재벌개혁' 의지와 내용을 어떻게 전망하고 평가하시는지.

    ▲청와대는 김상조 위원장이 공정한 경제질서를 통해 사회적 불평등과 양극화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 능력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재야에서 이런 저런 목소리를 낸 연구자이지 실무를 경험하지는 못한 분이다. 과거의 발언으로 평가해 볼 수밖에 없는데, 재벌개혁은 완급을 조절한다고 했으니 조금 후순위로 미뤄지는 느낌이다.


    내용은 대략 경제력 집중억제, 기업지배구조 개선, 경제범죄 무관용 엄벌로 요약할 수 있는데 자세한 내용은 지주회사규제강화, 기업분할 계열분리 명령제도 도입, 4대그룹/10대그룹/그 이하 그룹 등 그룹을 규모별로 차별규제 하는 방안 등이 될 것이다.


    '기업집단국'을 신설하고 삼성과 현대, SK, LG 등 4대그룹의 불공정 행위를 집중 감시하겠다는 뜻을 비친 바 있는데, 번지수를 잘 못 짚은 것이다. 4대그룹은 이미 그룹차원에서 내부거래위원회를 두고 철저히 법률을 준수하고 있다. 불공정 하도급 관행 역시 4대그룹은 더 이상 이런 일은 하지 않아 감시의 실효성이 없다.


    문제가 된다면 10대그룹 바깥이나 아예 자산총액 5조에 미달하는 재계 순위 60위 이하의 기업집단이 문제일 것이다. 매출 5조 미만의 기업이 탈법이 심한데 이들까지 철저히 감시하는 것은 과잉규제가 되는 딜레마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김상조 위원장에게 충고한다면 글로벌 시각에서 재벌을 바라봐야 한다. 한국처럼 공정위가 재벌집중감시 기능까지 갖는 나라는 없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얘기를 안 할 수 없다. 대기업이 비정규직을 많이 고용한다는 인식에 대한 평가와 비정규직 일자리의 복잡성에 대해 설명해주신다면.

    ▲비정규직의 종류가 너무 다양하다. 교육부의 경우 비정규직 일자리의 종류가 58종이나 된다. 이들을 어떻게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것인가. 비정규직 제로 발상은 비정규직이나 정규직이 하는 일이 같다는 전제에서 출발하지만, 그렇지 않다. 반드시 비정규직으로 해야 할 일이 따로 있다. 실은 대기업은 비정규직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SK하이닉스 0.3%에서 대한항공 8.1%까지 다양하지만 10%를 넘지 않는다. 쿠팡이나 대한항공처럼 물류회사의 경우는 택배비가 워낙 저렴해 수익이 없기 때문에 비정규직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이에 반해 대부분 공기업과 지자체에서 비정규직을 대량 활용하고 있다. 만약 비정규직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현재 전체 340여개의 한국 공기업의 2/3이 적자인 상태인데, 공기업의 부실은 눈덩이처럼 점점 커질 것이다. 또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대거 전환되면 당분간 신입사원은 채용할 수 없게 되고 청년실업은 더욱 늘어나게 된다. 다행히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이 최근 “모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아니다”고 말했는데, 이제 좀 감이 잡히는 것 같다.

  • ▲ 최준선 이사장은 정부의 일자리 정책과 관련 대기업을 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데일리


    -'제대로' 된 청년 일자리에 대한 언급에 관심이 쏠린다. '제대로'라는 표현이 갖는 의미와 이 같은 일자리 마련의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런지.

    ▲한국의 고등학생의 80%가 대학에 진학하는데, 현재 한국의 대기업이 이들을 100% 고용할 수는 없다. 겨우 20% 정도만 대기업에 취업하고 60%는 직장을 찾아 헤맨다. 그런데 지금 한국은 일자리가 없는 것이 아니다. 지금 중소기업은 사람이 없어서 난리다. 시급을 1만원으로 인상한다면 중기 6만 곳은 버티지 못한다. 그래서 외국인 근로자를 대거 고용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그럼,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대기업 수를 늘여야 한다. 대졸자들은 모두 번듯한 대기업에 들어가고자 한다. 똑똑한 선택이다. 대기업은 사업다각화로 쉽게 망하지 않는다. 감시가 많아 평판을 중요시하므로 직원의 보수와 처우에 신경을 많이 쓴다. 이런 이유로 대기업수를 늘여야 하는데, 2016년 Fortune 지가 선정한 글로벌 대기업 수를 보면 미국 134개, 중국 103개, 일본 52개인데 한국은 15개밖에 안 된다. 인구 1000만인 스위스도 15개인데, 한국은 적어도 스위스의 5배인 50개는 되어야 한다.


    정부는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대기업을 대량으로 키워야 한다. 대만은 중소기업 위주의 정책으로 일관하다 1980년 중반부터 대기업정책을 펼쳤다. 중진국의 함정을 벗어나려면 대기업이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대만 최대 재벌 홍하이(鴻海)그룹이 탄생했다.


    -기업의 실패가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국가의 관여가 정당화된다고 보고 있는데 최 교수께서 말하는 '통일된 지배구조'는 정부의 '회사법'을 통해 지배구조를 통일해야 한다는 것인지. 지배구조 개선의 방향성에 대해 다시 자세히 설명해주신다면.

    ▲한국에서 기업지배구조는 2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기업의 소유구조에 따른 기업의 지배문제, 이를 소유구조라고도 한다. 다른 하나는 기업에 대한 관리구조를 말한다. 소유구조의 문제는 소유집중 문제인데, 이 분야는 공정거래법에서 규율하고 있다.


    현재 한국에서 논의되는 소유구조 문제는 재벌해체문제, 지주회사의 상장 자회사 주식보유 하한을 20%에서 30%, 비상장사는 40%에서 50%로 각각 높이려는 시도가 대표적이다. 이렇게 되면 지주회사는 경영권 지분을 확보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진다. 분할 자회사의 자사주 의결권을 제한해 신규 지주회사 전환을 어렵게 하는 규제도 논의되면서 기업들의 불안은 더욱 커지고 있다. 수년 넘게 지주회사 전환을 준비해 왔다가 곤경에 빠진 기업이 적지 않다.


    지배구조는 경영의 건전성과 경영의 효율성을 위한 장치 문제인데 지배구조 부실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회사의 실패다. 지배주주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 분식회계에 의한 회사부정이 우려되고, 지배주주가 존재하는 경우에는 분식회계는 불필요하거나 불가능하지만 대신 관계자 거래를 통한 지배주주의 사익추구 행위가 문제된다.


    이는 채권자 또는 소액주주의 이익을 침탈하는 것으로, 이를 방지하고자 회사의 감사에게 회계감사 및 업무감사권을 부여하고  주주에게 회계장부열람권, 대표소송권 등 각종의 권한을 주어 회사를 감시하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배구조에 최선의 모델은 없고, 각 기업이 결정하면 충분하다.


    그러나 지배구조에 관해 회사법이 관여하는 이유는 기업의 실패는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지극히 크므로 국가의 관여가 정당화되는 면이 있기 때문이다. 또, 통일된 지배구조가 거래의 안전을 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회사에는 대표이사와 감사를 두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하지 않으면 어떤 회사에서는 “우리회사는 감사만 있는데, 감사가 회사의 대표 역할과 감독 기능을 동시에 한다”면 서로 거래 상대방의 조직에 대해 믿지 못하게 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그렇기 때문에 지배구조의 통일이 필요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