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40만주 증여, 3억 기부
  • ▲ 강병중 넥센 회장이 지난 4월 서울디지털대학교에 수십억원 상당의 자사주를 증여하면서, 사학 인수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뉴데일리DB
    ▲ 강병중 넥센 회장이 지난 4월 서울디지털대학교에 수십억원 상당의 자사주를 증여하면서, 사학 인수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뉴데일리DB


    국내 한 재벌 총수가 사이버대에 40억원 가량의 주식을 무상 증여하면서 대학 인수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돌고 있다.

    공교롭게 무상 증여시점 전후로 총수의 대학과 고교 동문들이 대거 학교 법인에 이사로 참여하면서 인수설이 더욱 힘을 받고 있다.

    학교측은 '교육투자'라는 점을, 해당 그룹은 총수 개인이 일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대학가에서는 사실상 인수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4월24일 강병중 넥센 회장은 자사 주식 40만5840주(보통주 22만주·우선주 18만5840주)를 서울디지털대학교에 증여했다.

    넥센 우선주 9만2510주를 갖고 있던 강 회장의 부인 김양자씨도 함께 참여했다. 이를 통해 서울디지털대는 당시 종가 기준 약 35억원을 확보하게 됐다.

    증여와 관련해 서울디지털대는 "강 회장의 교육 발전을 위한 투자로 알고 있을 뿐"이라며 선을 긋고 인수 여부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재발닷컴에서 올해 1월 집계한 상장사 주식 100대 부호에 오른 강병중 회장의 주식자산 가치는 3140억원으로 전체 69위다.

    현재 넥센·넥센타이어 회장, 넥센월석문화재단·KNN문화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강 회장이 특별한 인과관계가 없는 서울디지털대에 수십억원을 증여한 것을 두고 대학가에서는 대학을 사실상 인수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얘기가 돌고 있다.

    기업의 경우 지분 보유 등을 통해 경영권을 확보하지만 사학의 경우 이 같은 개념이 없다. 다만 법인 이사진 구성을 놓고 새 주인이 들어섰는지 여부를 파악하고 있다.

    학교법인 서울디지털대 이사진은 강 회장이 증여 직전인 올해 3~4월 대거 교체됐다. 올해 초 법인 이사 3명이 사임계를 제출하는 등 전체 이사 7명 중 6명이 바뀌었다.

    이사진 명단에 강병중 회장 본인의 이름은 없지만 이사장이 된 정순택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비서관과 이사인 이기우 인천재능대 총장, 정태류 변호사 등은 강 회장측 인사로 분류된다.


    강 회장과 정 이사장은 동아대 법학과 동기이며, 정 변호사와는 마산고 동문이다. 교육부 차관을 역임한 이기우 총장은 부산고 출신으로 정 전 수석의 고교 후배다.

    새로 구성된 서울디지털대 법인 이사회는 강 회장이 주식을 증여한 다음날 회의를 진행했다. 회의소집 통지는 8일 전 이사진에게 통보됐다.

    당시 이사회에서는 2016학년도 교비회계 및 법인회계 결산, 교육용 기본재산 처분허가 재신청 등에 대한 안건이 다뤄졌다. 이중 수익용 기본재산 관련 안건은 기증자 개인정보가 있다며 법인 측은 사립학교법 시행령에 따라 비공개 사안으로 처리했다.

    공개된 회의록에는 관련 부분은 안건 제목만 있을 뿐 내용은 공백이다.

    미공개된 회의에서는 강 회장이 증여한 주식과 함께 이름 없이 '회장께서 3억원을 법인운영금으로 기부해 주셨다'는 부분 등이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강 회장의 증여와 관련해 넥센타이어 측은 "(넥센 주식이니) 넥센에 물어보라"고 답했다. 넥센 관계자는 "개인적인 사항이라 회사에서는 잘 모른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디지털대 관계자는 "정확한 내용은 모르겠지만, 교육투자를 위해 증여하신 거라 보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새로운 이사진이 구성에 대해 교육부는 '인수'로 인식될 수 있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교육부 관계자는 "법인이 인수됐다는 부분에서, 교육부 차원에서는 인수 사항보다 이사회 교체를 확인한다. 학교의 경우 매매 개념이 없어, 이사회 교체가 많이 된다. 그걸로 인식한다. 이 부분으로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사 교체가 많다면 변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법적 절차를 보고 문제가 없으면 새 이사 선임을 승인해준다. 인수 여부는 알 수 없고, 보고 사항은 아니다. 대학 법인이 수익용기본재산 등을 통해 지원을 많이 해주면 재정적으로 우수하기 때문에 학교에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서울디지털대는 앞서 이사진 등의 교비 횡령·유용으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지난해 1월 대법원은 엄모 전 이사장에 대해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엄 전 이사장은 건물 2곳을 학교 명의로 적정 가격보다 각각 5억원 비싼 가격으로 사들였고 동생 소유의 한 연수원을 18억원 비싸게 매입, 교비 19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었다.

    2005년에는 당시 황모 서울디지털대 부총장은 학교 공금 38억여원을 횡령, 유용한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 받기도 했다.

    엄 전 이사장 시절 인수된 연수원은 현재까지도 처분되지 않고 있다. 올해 초 공개된 '학교법인 서울디지털대 감사지적사항'에는 해당 연수원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 이에 '현실에 맞는 매매로 매수자를 물색하고 부족분은 외부에서 기부 받는 방법으로 처분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시정 조치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이 가운데 대학가에서는 강병중 회장의 증여로 수익용기본재산이 확보됐기에 사실상 서울디지털대 법인이 새 주인을 찾았고, 그만큼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A사이버대 관계자는 "사학을 인수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수익용기본재산이다. 서울디지털대로 증여된 부분이 인수에 필요한 부분으로 보여진다"고 전했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서울디지털대는 (강 회장의 증여로) 수익용 기본재산도 확보하는 등 여러 부분에서 깔끔하게 정리됐다고 들었다. 법적으로 인수냐, 아니다라는 부분이 있는데 인수자는 기본적으로 기본 재산을 확보한다. 재정기여자가 앞에 나서지 않더라도 이사진을 새로 선임하는 부분 등으로 인수됐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