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겨울철 냉·난방 불가피… 공회전 제한지역 아니어서 단속도 못해LH "세종시·행복청 영업 연장 동의"… 연간 2천만원 이상 임대료 챙겨
  • ▲ 자동차극장.ⓒ뉴데일리
    ▲ 자동차극장.ⓒ뉴데일리

    친환경 도시를 표방하는 세종시의 자동차극장이 대기오염과 관련해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세종시는 인근의 버스터미널 주변은 공회전 제한지역으로 지정해 단속하고 있으나 자동차극장은 제한지역이 아니어서 민원이 들어와도 과태료를 부과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땅 주인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세종시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하 행복청)이 영업 연장에 동의했다며 문제 될 게 없다는 태도다.

    21일 세종시와 LH 세종특별본부에 따르면 세종시 대평동(3-1생활권) 견본주택 부지 인근에서 영업해온 자동차극장이 지난해 11월28일 토지임대계약을 갱신해 오는 11월까지 영업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세종 자동차극장은 지난 2013년 12월 문을 열었다. 4200㎡ 터에 대형스크린 2개를 설치하고 영업 중이다. 승용차 120대를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당시는 세종시 신도시(행정중심복합도시)에 이렇다 할 문화시설이 없었던 만큼 행복청에서 자동차극장을 적극 유치했다.

    행복청 관계자는 "당시 세종시 이주 입주민의 문화 갈증 해소를 위해 자동차극장을 공들여 유치했다"며 "자동차극장은 건물이 필요치 않아 주차 공간만 있으면 짧은 기간에 개관할 수 있는 이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개관 이후 정부세종청사 공무원과 가족 등에 대해선 입장료 할인이 이뤄졌다.

    행복청은 월산공단 등 세종 시내 7곳을 자동차극장 후보지로 물색했으나 사업자가 접근성과 수익성을 이유로 현재의 장소를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세종시 정주 여건이 나아지면서 자동차극장이 세종시가 지향하는 친환경 도시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는 점이다.

    행복청은 세종시 개발 콘셉트를 환경친화 도시로 설정하고 각종 정책을 추진 중이다. 최근에는 전기·수소차 보급 확대를 위해 충전시설을 단계적으로 확충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대중교통도 마찬가지다. 간선급행버스체계(BRT)를 달릴 전용차량으로 도입을 검토했던 바이모달트램의 경우 경유 연료를 전기 등 친환경연료로 대체하지 않으면 도입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자동차극장은 특성상 여름과 겨울철에는 냉·난방을 위해 시동을 틀지 않으면 영화관람에 불편이 따른다. 상영시간에 따라 길게는 2시간 이상 시동을 걸어두어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자동차극장은 소리를 차량의 라디오를 통해 수신하다 보니 배터리 방전을 우려해 봄과 가을에도 시동을 켜는 사례가 없지 않다.

    세종 자동차극장 홈페이지에는 아예 '영화 관람 때 배터리 방전이 되지 않게 중간중간 자동차 시동을 켜주세요'라고 안내하는 실정이다.

    행복청 한 관계자는 "이주 초기에는 문화 시설이 없다 보니 자동차극장이 단기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상설 영화관이 생겼으니 필요성을 재검토해야 한다"며 "행복도시 개발 콘셉트와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땅 주인인 LH는 자동차극장 터에 대해 계약을 갱신했지만, 세종시와 행복청이 동의했다며 문제 될 게 없다는 견해다.

    LH 세종본부 관계자는 "계약 갱신을 앞두고 관계기관에 문서로 의견을 물었다"며 "문화 편의시설 충족과 관련해 두 기관에서 (자동차극장) 연장운영에 동의했다"고 답했다.

    LH는 해당 운동장 용지를 빌려주고 분기마다 509만원의 임대료를 받고 있다. 1년이면 2000만원 이상의 가욋돈을 챙기는 셈이다.

    자동차 공회전에 따른 대기오염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현재 법 체계에서는 단속도 할 수 없는 처지다.

    대기환경보전법 제59조에는 시·도지사가 자동차 배출가스로 인한 대기오염과 연료 손실을 막기 위해 버스터미널과 노상 주차장, 차고지 등에 대해 조례로 주·정차 상태에서의 공회전을 단속할 수 있게 규정돼 있다. 해당 법규에는 자동차극장을 예외시설로 인정하지 않는다.

    즉 지방자치단체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조례로 자동차극장에 대해서도 단속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환경부 설명으로는 서울시는 시내 전역을 공회전 제한지역으로 정해 관리하고 있다.

    세종시는 현재 고속버스터미널과 조치원 공용버스터미널, 노상주차장 등 총 9곳을 공회전 제한지역으로 정해 단속하고 있다. 자동차극장은 빠져 있다.

    세종시와 LH 세종본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해당 부지는 운동장 용지로 주거밀집지역이 아니다"며 "(여름·겨울철) 공회전에 따른 악영향보다 자동차극장 문을 닫았을 때 발생할 피해가 더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세종시가 공회전 제한지역으로 지정한 고속버스터미널은 자동차극장에서 멀지 않다. 주거밀집지역이어서 지정한 게 아니라 시설운영의 특성을 고려한 것이다.

    세종시 조례에는 기온이 5~26도(℃)인 경우 제한장소에서 5분 넘게 차량을 공회전할 수 없다. 이를 어기면 1차 경고에 이어 5만원의 과태료를 물릴 수 있다.

    하지만 자동차극장은 제한지역으로 지정돼 있지 않다 보니 단속의 사각지대에 있다. 자동차극장은 냉·난방이 필요한 여름·겨울철에 수십 대의 차량이 5분 이상 엔진을 공회전할 개연성이 크지만, 단속을 할 수 없는 것이다.

    세종시 환경정책과 관계자는 "과태료는 제한지역에서만 부과할 수 있다"며 "민원이 들어오기 전에는 현실적으로 단속이 어렵다. 민원이 들어와도 현장에서 공회전하지 말라고 권고하는 게 전부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