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압박·수직적 문화 못견디고 떠나는 직원 매년 증가인력적체·항아리형 구조 심화로 장기 경쟁력 상실 우려
  • ▲ 은행 영업점 전경. ⓒ 뉴데일리
    ▲ 은행 영업점 전경. ⓒ 뉴데일리


    #시중은행에 근무하는 직장인 A씨(30세)는 최근 지원한 인터넷 전문은행 경력 채용 합격자 발표일만 손꼽아 기다린다. 은행의 이른 출근과 늦은 퇴근, 서비스 불만으로 고객들이 접수하는 민원, 상품 가입 권유에 시달리면서 이직을 결심했기 때문이다. 힘들게 취업 관문을 뚫고 금융사에 합격했지만 근무 환경이 열악하다고 판단, 취업 2년 만에 다시 이직을 준비하고 있다.

    금융사를 떠나는 젊은 직원들이 해마다 늘고 있다.

    은행·카드·보험사에 입문한 신입 직원들이 수직적인 문화와 강도 높은 영업압박에 시달리면서 빠르게 퇴사하는 분위기다.

    11일 신한금융지주가 발표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내 임직원 현황에 따르면 입사한 지 5년이 채 되지 않은 직원 규모가 매년 축소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속연수 5년 미만 남자 직원 규모는 2014년 3386명에서 2016년 2849명으로 약 15.85% 감소했다. 

    여직원 이탈 규모는 더 컸다. 지난해 5년 미만의 여성 직원은 총 2250명으로 2014년(3644명) 대비 무려 38.25% 감소했다.  

  • ▲ 은행 영업점 전경. ⓒ 뉴데일리



    반면 15년 이상 20년 미만 근무한 직원 규모는 지난 3년간 비슷한 추세를 유지했고, 20년 이상 근무한 직원들의 규모는 해를 거듭할수록 늘고 있다. 

    이같은 인력 구조는 신한금융 뿐만 아니라 모든 금융사의 고민이라는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인력 적체 현상으로 항아리형 구조 개선이 시급한 상황에서 오히려 젊은 직원들의 이탈 속도가 점차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초 대규모 희망퇴직을 진행한 국민은행도 높은 연봉을 받는 관리자급보다 10년차 미만 젊은 행원들이 대거 은행을 떠난 탓에 업무 공백이 크게 발생한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사 신입 직원들의 퇴사 이유는 다양하지만 대부분 높은 업무 강도나 실적 압박 등을 이유로 꼽고 있다.

    지난 2~3년 사이 금융권에 핀테크가 도입된 뒤 신상품과 서비스 출시가 봇물을 이뤘고, 은행권에서 과도한 실적 경쟁을 펼치면서 직원들이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직장인들이 익명으로 소통하는 한 커뮤니티에서는 실적 압박으로 멤버스나 카드, 적금 신규 가입자를 모집하는 내용이나 억압적인 조직 문화로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글들이 자주 게시된다.

    젊은 직원들의 경우 금융공기업이나 케이뱅크, 곧 출범하는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 전문은행의 업무 강도나 영업 방식에 큰 관심을 보이고 면접을 본 뒤 경험담을 공유하는 경우도 많다.

    적은 연봉을 받아도 근무 강도가 낮고 퇴근 후 개인 생활을 즐길 수 있는 기업 문화를 원하는 이들이 늘면서 금융사를 떠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금융사 역시 PC오프제나 의무휴가제도를 도입하는 등 유연 근무제를 실시하며 업무 강도를 줄이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2030대 젊은 직원들을 붙잡기는 쉽지 않은 모양새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실무를 기반으로 경험을 쌓은 젊은 직원들이 역량을 키워 향후 금융사를 이끌어 나갈 수 있도록 해야하는데 단기 실적 압박에 얽매이다보니 인재로 키우기 힘든 상황"이라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 젊은 직원들의 이탈로 금융사의 경쟁력은 크게 저하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