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덕 전집 골목, 비오는 날도 '썰렁'… 반죽서 계란 빼는 집도소비자 불신 증폭… "증명서도, 정부도 못 믿어"
  • ▲ 공덕 전집 골목의 한 전집. ⓒ공준표 기자
    ▲ 공덕 전집 골목의 한 전집. ⓒ공준표 기자


"세 살배기 손주랑 온 가족이 다 먹는건데 찜찜해서 계란을 어떻게 먹어요. 안전하다고 해도 그걸 어떻게 믿어요. 완전히 문제가 없어질때까지 그냥 안먹을래요." 김 모씨(여·62세)

유럽에서 시작된 살충제 계란 공포가 국내까지 확산되면서 소비자들의 '에그 포비아'
(Eggphobia·달걀 공포증)가 증폭되고 있다. 

계란 판매점은 물론 계란을 사용하는 음식점들까지 나서서 '식용란 살충제 검사결과 증명서'를 내걸고 안심시키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불신을 깨기엔 역부족이었다.

비가 추적 추적 내린 지난 16일 오후, 서울 공덕동 전집 골목에서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상인들이 전을 부치며 손님맞을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보통 비가 오는 날엔 각종 전과 막걸리를 찾는 손님들로 전집 골목이 분주하지만 이날은 다소 한산한 분위기를 띄었다.

한 전집 직원 A씨는(여·49세) "휴가철이라 그런지 살충제 계란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요 며칠 손님이 확실히 줄었다"며 "원래 비오는 날엔 손님이 많은데 오늘은 조용한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살충제 계란이 뉴스에 나온 뒤로 무슨 계란 쓰냐고 물어보는 손님이 있었다"며 "계란을 공급받는 도매상이 살
충제 검사 증명서를 갖다 줘서 붙여놨다. 우리집 계란은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 ▲ 공덕 전집 골목의 한 전집. ⓒ공준표 기자
    ▲ 공덕 전집 골목의 한 전집. ⓒ공준표 기자

    '살충제 계란' 파문 이후 전 반죽에서 아예 계란을 뺀 전집도 있었다.

    주인 B씨(여·51세)는 "손님들이 계란 괜찮냐고 계속 물어보길래 반죽할 때 계란을 빼버렸다"며 "전분과 찹쌀 가루를 대신 넣으니까 손님들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고 우리도 장사하기 수월하다"고 말했다.

    이어 "AI(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때문에 계란 값이 비싸지더니 이제는 살충제 계란까지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며 "계란 때문에 장사를 안 할 수도 없고 그냥 빼는게 속편하다"고 호소했다. 

    공덕시장에서 계란 소매점을 하는 상인 이 모씨(남·53세)는 "식당은 장사를 해야하니까 계란을 그대로 다 납품받는데 일반 손님은 뚝 끊겼다"며 "검사 증명서를 보여주면서 문제없다고 말을 하는데도 일반 손님들은 절대 안 산다"고 전했다.

    이날 공덕시장에 장을 보러 온 주부 C씨(여·31세)는 "집에 있는 계란에 적힌 숫자를 확인해보니 살충제 농가에서 생산된 번호가 아니라 버리기는 아까워서 일단 먹고는 있다"며 "정부 발표도 못 믿겠고 완전히 괜찮아 질때까지는 계란을 절대 사지 않을 것"이라고 단호한 의사를 밝혔다. 

  • ▲ 공덕 전집 골목의 한 전집. ⓒ공준표 기자
    ▲ 공덕 전집 골목의 한 전집. ⓒ공준표 기자


  • 남대문의 한 빵집 직원은 "계란 안들어가는 빵이 뭐 있냐고 물어보는 손님들이 꽤 있다"며 "살충제 계란이 터지고 나서 매출도 줄고 있지만 아직은 상황을 더 지켜봐야할 것 같다"고 전했다. 

    남대문 시장에서 계란빵을 파는 한 상인(여·64세)은 "사드 때문에 중국인 관광객도 없고 휴가철이라 장사도 안되는데 살충제 계란까지 터져서 정말 죽을 지경"이라며 "계란빵을 아무도 안 사먹는다"고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어 "뉴스에서 살충제 계란 문제라고만 하고 해결책이나 대책은 내놓지도 않고 미치겠다"며 "장사하는 사람들은 다 죽으란 소리 같다. 정부만 믿고 있다가는 다 망할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현재 살충제가 초과 검출된 산란계 농가는 경기 남양주시와 광주시, 양주시, 강원 철원군, 전남 나주시, 충남 천안시 등 총 6곳이다정부는 기준치 이하라도 피프로닐이 검출된 계란과 함께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농장에서 생산된 계란을 사용한 가공식품도 전량 수거해 폐기하기로 했다. 

    살충제 계란 파문 이후 계란 판매를 중단했던 이마트와 롯데마트, 농협 하나로마트, CU와 GS25, GS수퍼마켓, 세븐일레븐 등은 정부로부터 판매 적합 판정을 받은 제품들을 다시 판매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오늘까지 전국 
    농가 전수 조사를 끝내고 18일부터 합격품들을 정상적으로 유통시킨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