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위원장 "이해진 비전 제시 못 해"… "문 대통령 제2의 잡스"안철수 "김 위원장, 대통령에 아부… 정부 구시대적 시각 고쳐야"
  • ▲ 김상조 공정위원장.ⓒ연합뉴스
    ▲ 김상조 공정위원장.ⓒ연합뉴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구설이 끊이지 않는다. 급기야 "오만하다"는 비판까지 제기됐다.

    인터넷 검색포털 다음의 이재웅 창업자는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상조 위원장이 앞으로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아무것도 없이 맨몸으로 정부 도움 하나도 없이 한국과 일본 최고의 인터넷 기업을 일으킨 기업가를 이렇게 평가하는 것은 오만이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습니다'라는 전체 공개 글을 올렸다.

    김 위원장이 국내 정보통신(IT)기업의 시장 지배력에 규제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혀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위험(?)을 감수하고 공개 비판한 셈이다.

    논란의 발단은 지난 7일 보도된 언론 인터뷰다. 김 위원장은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전 이사회 의장을 혁신의 아이콘인 애플 창업자 고 스티브 잡스와 비교했다. 김 위원장은 인터뷰에서 잡스는 전통적 관점에서 독재자 스타일의 최고경영자로, 사람들이 그를 미워했지만, 존경한 것은 그가 미래를 봤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이해진 전 의장에 대해 "네이버 정도의 기업이 됐으면 미래를 보는 비전이 필요하지만, 이 전 의장은 그런 것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김 위원장은 앞선 7일에는 언론사 주최 행사에 참석해 "문재인 대통령은 제2의 잡스로 진화하고 있다"며 치켜세웠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열린 새 정부 첫 업무보고에서 "공정위가 국민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기관으로 우뚝 서고 막힌 곳을 뚫어주는 '사이다' 역할을 하고 있다"며 "(김 위원장은) 불공정이란 적폐를 걷어내고 공정이 뿌리내리는 경제를 만드는 기수가 돼달라"고 칭찬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논란 발언의 배경으로 국내 IT업계 규제를 언급해온 김 위원장과 업계 사이에 형성된 불편한 기류를 꼽는다.

    공정위는 이달 초 네이버와 이해진 전 의장을 각각 준대기업집단과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했다.

    이해진 전 의장은 동일인 지정을 앞두고 직접 공정위를 찾아 네이버를 '총수 없는 기업집단'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네이버도 보도자료를 통해 공정위가 구시대의 잣대로 네이버를 재단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네이버는 보도자료에서 "네이버는 주식이 고도로 분산된 회사"라며 "해당 규제는 '일가친척으로 구성된 자본가 집단'이란 의미의 재벌 규제를 위한 잣대이므로 투명한 지배구조와 전문경영인 체제를 갖춘 네이버에 적용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재웅 창업자는 페이스북에 "네이버같이 지배구조가 투명한 기업은 정부가 과잉 규제해선 안 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이해진 전 의장을 거들었다.

    이재웅 창업자는 10일 오후 페이스북에 "오만이라는 표현은 부적절했다"며 "김상조 위원장의 표현도 부적절했지만 내 표현도 부적절했다"고 수정한 글을 올렸다.

    하지만 이런 진화에도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 회의에서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아부했다"고 꼬집었다.

    안 대표는 "정치가 기업과 기업가를 머슴으로 보는 오만의 민낯이 드러났다"며 "이 정부 전체에 퍼진 생각인 것 같아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20년 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우리나라 기업은 이류, 행정은 삼류, 정치는 사류'라고 말한 적 있다"며 "삼류가 일류를 깔본 셈"이라고 지적했다.

    안 대표는 "이제는 정부가 기업을 앞에서 끌고 가는 시대가 아니다"며 "정부는 구시대적인 시각부터 뜯어고치기를 바란다"고 역설했다.

    김 위원장의 구설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의 거침 없는 화술은 취임 초기부터 이어졌다.

    김 위원장은 지난 7월6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금융위원회를 당혹게 하는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다. 그는 "(과거 시민단체 활동할 때 보면) 나쁜 짓은 금융위가 더 많이 하는데 욕은 공정위가 더 많이 먹는 게 아닌가"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에 대해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금융위가 나쁜 짓을 했다고 평가받을 일은 없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공직자 자세를 다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말실수했다"고 사과해야 했다.

    김 위원장 발언은 공정위 내부에서도 논란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공정위에 대한 불신은 대부분 위원장 등 국장급 이상 간부의 문제"라고 말했었다. 일각에선 김 위원장의 발언이 내부 결속을 다지기보다 직원 간 틈만 벌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에는 공정위 노조가 내놓은 과장급 이상 관리자 평가 결과에서 소위 갑질하는 '쭈쭈바 과장' 파문이 제기된 가운데 노조의 이번 발표가 김 위원장의 협조 요청에 따라 이뤄졌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됐다. 공정위는 해명자료를 통해 "관련 보도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