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인사폭 전망, 승진 넘어 '조직-인력' 재구성 고심"총수 부재에 '최종결정' 지연…'임원승진-조직개편-보직변경' 병행될 듯"


  • "일이 손에 안잡힌다.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삼성전자 임직원의 말이다. 부사장급 이하 임원인사가 늦어지면서 승진 대상자는 물론 일반 직원들의 고민도 깊어가고 있다. 인사와 함께 조직개편 및 보직변경이 예고된 만큼 관심은 기대에서 걱정으로 변해가는 분위기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임원인사는 다음 주 중반께 발표될 예정이다. 당초 이번 주 승진 명단이 발표될 것으로 예측됐지만 다양한 변수가 발생하면서 늦춰진 것이다.

    예상을 뛰어넘는 대규모 인사 폭이 중요한 원인이다. 지금까지 삼성전자는 그룹 차원의 사장단 인사가 진행된 후 3~5일 간격을 두고 부사장급 이하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부문장 인사가 지난달 31일, 사장단 인사가 지난 2일 진행된 것을 감안할 때 늦어도 이번 주에 인사가 발표되는게 일반적인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재계에서는 승진 대상자와 보직변경 및 조직개편 폭이 예상을 뛰어넘어 검토에 많은 시간이 걸린 것으로 판단하는 분위기다. 최근 2~3년간 최소한의 인사가 진행된 만큼 이번에는 최소 200명 이상의 승진자가 나올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부분이다. 지난 5월 96명을 포함하면 올 한해 승진자만 300명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진행된 사장단 인사가 세대교체와 경영쇄신에 집중된 사실을 감안할 때 임원인사도 대규모 물갈이가 불가피해 보인다. 총수 부재로 인한 비상경영체제가 이어지고 있지만 경영정상화를 위해서는 예정된 인사까지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그럼에도 인사가 늦춰지는 건 간단히 결정할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난 다양한 요소들이 있다는게 삼성 안팎의 평가다.

    우선 역대 최대 실적에 따른 보상 차원의 인사에도 많은 시간이 할애될 수 있다. 실적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는 반도체 부문의 경우 성과주의를 넘어 팹리스와 파운드리 사업부의 인력 재구성 등 다양한 변수들이 분포돼있다.

    새롭게 재편된 삼성 리서치(세트 통합연구소)와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의 개편작업도 임원인사를 늦추는 주된 이유다. 삼성 리서치의 경우 기존 부사장급에서 사장급 조직으로 격상됨에 따라 선행기술 개발에 투입될 기술 분야 전문가들의 마스터 임원 승진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사업지원 태스크포스 역시 주된 업무가 전자계열사간 공통 현안 협의로 대표되는 만큼 계열사 업무에 정통한 임원들이 대거 흡수될 수 있다.

    총수 부재에 따른 외부인사 영입, 여성임원 조정, 미전실 인사 복귀 등에도 많은 시간이 필요한 상태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된 만큼 여론의 흐름은 중요하게 고려해야할 사안이 됐다.

    더욱이 미래전략실과 같은 그룹 차원의 컨트롤타워가 사라지면서 계열사간 협의도 최종 결정을 어렵게 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삼성전자가 그룹의 핵심 계열사에 해당하는 만큼 계열사들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소그룹 체제 전환을 위한 그룹 조직개편이 임원인사를 늦추는 이유라 주장한다. 이달 말을 목표로 진행되는 전자·금융·생명 소그룹 체제 전환과 보폭을 맞추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전자 한 관계자는 "이번 주 인사가 나올 것으로 예측됐을 뿐 구체적인 일정이 결정된 적은 없었다"며 "임원인사와 조직개편, 보직인사가 함께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