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매출 11조원 규모 큰 덩치 부담예비입찰 참여 기업들 의중도 불투명
  • ▲ 서울 종로구 소재 대우건설 본사. ⓒ뉴데일리경제 DB
    ▲ 서울 종로구 소재 대우건설 본사. ⓒ뉴데일리경제 DB


    건축 디자인부문 세계 1위 기업인 에이컴(AECOM)을 비롯한 10여개 국내외 기업들이 대우건설 매각 예비입찰에 얼굴을 비췄다.

    일견 매각 성사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보이지만 업계에서는 실제 본입찰에 참여할 기업이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말 연결 기준 연간 매출액이 11조원에 달하는 큰 덩치도 부담이지만, 무엇보다 예비입찰에 나선 이들의 실제 인수의지나 목적이 불분명하다는 점이 매각 성사 가능성을 낮춘다는 진단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3일 마감된 대우건설 매각 예비입찰에 △미국 건축설계기업 에이컴 △미국 투자회사 TR아메리카(TRAC) △말레이시아 에너지업체 페트로나스 △중국국영건축총공사(中國建築工程總公司, CSCEC) 등 글로벌 기업과 현금이 풍부한 호반건설, 현대자산운용 10여개 국내외 업체가 참여했다.

    앞서 국내외 업체 21곳이 비밀유지확약서를 제출하고 투자설명서(IM)를 받아간 가운데 절반이 입찰 참여 의향을 밝힌 것이다.

    매각주간사인 미래에셋대우와 BoA메릴린치는 이번 주 내 예비입찰제안서(LOI)를 제출한 업체를 대상으로 적격예비인수후보(숏리스트)를 선정하고, 향후 예비실사 및 본입찰 일정을 확정할 예정이다. KDB산업은행은 내년 1월 중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10여개 업체 참여로 초반 흥행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일부 나오고 있지만, 실제 M&A 성사까지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다음달 예정된 본입찰까지 참여할 지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실제 IB(투자은행)업계와 건설업계에서도 이들 중 1~2개 업체 정도만 최종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본적으로 매각가격 자체가 최대 2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부담이 되고 있다. 산업은행이 매각하는 대우건설 지분 50.75%(2억1093만주)를 전날 종가 6290원 기준으로 환산하면 1조3267억원이 되고, 경영권 프리미엄 5000억원가량을 더하면 1조8000억원을 웃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실제로 덩치가 큰 대우건설을 사들여 운영할 수 있는 기업이 얼마나 되겠냐"며 "여기에 여러 추가 부담 비용이 발생하는 것도 부담이 되기 때문에 참여기업들은 예상가격보다 싼 값에 인수하려는 의지가 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뿐만 아니라 예비입찰에 참여한 기업들의 실제 인수의지나 목적이 불투명해 보인다.

    호반건설의 경우 대우건설 매각이 추진되기 전부터 잠재적 인수후보로 꼽혀왔다. 지난해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으로만 4800억원 이상 보유하고 있으며 부채비율도 46%에 불과한 만큼 대우건설 인수에 나설 수 있는 체력이 충분하다고 파악되면서다.

    실제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2015년 산은이 주관했던 금호산업 매각에도 출사표를 던진 바 있으며, 동부건설·SK증권·한국종합기술 등이 시장에 매물로 나왔을 때 예비입찰에 참여하는 등 관심을 가져왔다.

    하지만 예비입찰에 참여해 시장가격에 비해 크게 낮은 가격을 적어내거나 실사만 하고 빠진 사례도 있는 만큼 실제 본입찰에 참여할지 예단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M&A시장의 단골손님이지만 실제 인수한 사례가 울트라건설이 유일하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해외기업들도 마찬가지다. 페트로나스·CSCEC 등 대형 글로벌 업체들은 이미 대우건설 인수후보로 수차례 거론됐던 업체들이지만 실제 인수의지나 의도가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

    페트로나스 경우 한국 투자자문회사와 파트너십 관계를 맺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참여주체가 본사가 아닌 한국 내 투자법인으로 알려지고 있어 본사 차원의 의중인지 정확히 밝혀진 바가 없다.

    전직 대우건설 경영진과 인연이 깊은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는 국제 사모펀드 이름으로 참여했지만 아직 한국 내 전략적투자자(SI)를 구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고, 사우디 내 정세가 불안해 본입찰까지 완주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재미동포 사업가인 문정민 회장이 설립한 미국 부동산 투자개발기업 TRAC그룹은 앞서 2004년과 2009년 대우건설 매각이 추진됐을 때도 참여한 바 있으나, 싼값에 인수하겠다는 의지가 강해 인수업체 선정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에이컴이나 CSCEC는 대우건설 인수보다는 한국 건설시장 현황 파악 차원에서 예비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현대자산운용은 실제 주인이 키스톤PE로 사모펀드(PEF) 성격을 띠고 있다. SI로 보기 어려워 입찰적격심사 통과가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편, 대우건설의 매각이 순조롭게 진행되더라도 산은의 1조원에 달하는 투자손실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7월 말 7190원까지 오르면서 재기를 노렸던 대우건설의 주가는 지난달 말 이동걸 산은 회장이 국정감사에서 대우건설 매각 의지를 천명하자 7500원 선을 넘었다.

    하지만 달아오르던 주가는 이달 들어 공매도 매물이 쏟아지면서 하락 반전했다. 지난 13일까지 예비입찰제안서를 받으면서 매각을 본격화했지만 9일과 10일을 제외하고는 대우건설 주가가 오른 적이 없다.

    14일 주가는 전일에 비해 60원 떨어진 6290원으로 마감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지난 2월10일 이후 처음으로 5000원대로 내려갈 위기다.

    산은이 2010년 대우건설을 인수할 당시 주가는 1만8000원 수준이며, 적정 회수 주가로 거론되던 1만3000원과도 이미 멀어졌다.

    이와 관련 이동걸 회장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매각가격에 구애받지 않고 장기적인 경쟁력 차원에서 매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산은은 보유한 주식을 매각할 때 시장가격으로 판다는 원칙을 정관 등에 반영, 인수 후보들이 가격을 너무 낮게 제시할 경우 최종 거래가 무산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