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 감면 혜택 등 민간 유도 실적 저조… 2015년 이후 39건 고작지자체, 열악한 재정에 관리 건축물 방치… 중앙 공공건축물은 초과 실적
  • ▲ 지진 피해현장 찾은 이낙연 총리.ⓒ연합뉴스
    ▲ 지진 피해현장 찾은 이낙연 총리.ⓒ연합뉴스

    전국 건축물의 내진확보율이 지난해 말 35.5%에서 올 7월 현재 20.6%로 7개월 새 15%나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내진확보율 역주행의 원인은 정부가 내진 성능을 확보토록 한 대상을 2층 건축물까지 확대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내진보강 대상을 확대했지만, 민간 건축물 중 내진 성능을 보강하는 사례는 적다는 점이다. 공공부문도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는 건축물은 열악한 재정 탓에 지진에 무방비로 노출되긴 마찬가지 실정이다.

    1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윤영일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전국 건축물 내진설계 현황을 보면 내진 성능을 갖춘 건축물은 전체의 20.6%에 불과한 실정이다. 내진설계 대상 건축물 5개 중 4개는 지진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전국 건축물 중 내진 대상 건축물은 올 7월 현재 총 273만8172동이다. 이 중 내진 성능을 갖춘 건축물은 56만3316동에 그쳤다.

    지자체별로는 부산지역 내진확보율이 13.7%로 가장 저조했다. 이어 대구 15.7%, 강원 15.8%, 전남 17.8%, 서울 18.5% 등의 순이었다.

    새롭게 도시가 형성된 세종시는 34.9%로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공공건축물의 경우 경북이 20.1%로 가장 낮았고 다음으로 전남 20.4%, 충남 20.7% 순이었다.

    민간 건축물은 부산 13.5%, 강원 15.2%, 대구 15.4% 등으로 저조했다.

    내진확보율은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7개월 동안 전국 평균이 14.9%포인트(P)나 떨어지며 역주행했다.

    국토위 소속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이 국토부로부터 받은 자료에는 지난해 12월 말 현재 내진확보율은 35.5%로 집계됐다.

    주거용 건축물은 내진 성능 확보대상 83만7000동 중 34만9000동만 내진 성능을 확보했다. 전체의 39.8%에 그쳤다.

    비주거용은 전체 대상 64만8000동 가운데 27.5%인 17만8000동만 내진 성능을 갖췄다.

    일곱 달 만에 내진확보율이 15% 가까이 떨어진 것은 정부가 지난해 경주 지진 이후 내진 성능 확보 대상을 3층 또는 총바닥면적 500㎡ 이상에서 2층 또는 총면적 500㎡ 이상으로 확대했기 때문이다.

    정선주 세종 청이엔지건축사사무소 대표는 "이번 포항 지진을 계기로 내진설계 건축물 기준이 더 강화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는 내진설계 의무대상 건축물을 확대해왔다. 1988년에는 6층 이상 총넓이 10만㎡ 이상 건축물이 대상이었으나 3층 이상, 500㎡ 이상 등으로 기준이 강화됐다.

    올해 2월부터는 2층 또는 총면적 500㎡ 이상으로 확대됐다.

    정부는 부처나 공공기관이 관리하는 공공건축물에 대해선 예산을 지원해 내진 보강에 나서고 있다.

    안행부에 따르면 지난해 공공건축물 내진보강 계획은 224건이었으나 실제 특별교부세 등을 통해 보강이 이뤄진 실적은 340건이다. 계획보다 많은 152% 실적을 올렸다.

    반면 지자체가 관리하는 공공건축물은 실적이 지지부진하다.

    충남의 경우 2015년 말 현재 도가 관리주체인 건축물 중 내진보강 대상은 626동이다. 이 중 자체 예산을 들여 내진보강을 마친 건축물은 233동으로 37.2%에 불과하다.

    충남도 관계자는 "지자체 재정 상황이 열악하다 보니 사업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며 "다른 지자체도 사정은 매한가지"라고 말했다.

    지진화산재해대책법에는 지자체 관리 건축물의 내진보강과 관련해 중앙의 재난관리 주체가 국비를 지원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다만 의무 사항은 아니다.

    안행부 관계자는 "(우리로선) 지자체 공공건축물에 대해서도 내진보강을 지원하고 싶은 맘이 굴뚝 같지만, 예산이 없어 못 해준다"며 "내년 예산에도 관련 예산 335억원을 신청했지만, 기획재정부가 전액 삭감했다"고 부연했다.

    특히 민간 건축물은 내진보강이 더디다. 정부는 건축 당시 내진설계 의무대상이 아니었음에도 내진설계를 했거나 나중에 내진보강을 한 기존 건축물의 경우 지방세 감면, 화재보험료 할인, 대지건물비율(건폐율)·용적률 완화 등의 혜택을 준다. 내진보강을 유도하기 위한 당근인 셈이다.

    하지만 민간 건축물 중 내진보강을 통해 혜택을 받은 사례는 많지 않다.

    안행부 집계로는 첫 지원이 이뤄진 2015년 4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내진보강 혜택을 받은 실적은 39건, 감면액 규모는 1억6500만원에 그친다. 전국에서 한 달에 평균 1.86건에 불과하다.

    안행부 관계자는 "지자체 공무원 교육은 물론 편의점, 반상회보 등을 통해 세제 감면 등의 혜택을 홍보하고 있다"며 "그동안 지진 피해가 체감되지 않다 보니 의무대상이 아닌 건축주가 보강에 나서는 사례가 적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도 "(지진 피해가) 피부에 직접 와닿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며 "이번 지진을 계기로 포항 인근 지역에서는 신청이 늘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