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주택 등록시 지방세·건보료 인하 '당근'매각·보유, 양도세 중과로 난항… 증여 증가세
  • ▲ 자료사진. 서울 강남권 아파트 단지 전경. ⓒ뉴데일리 DB
    ▲ 자료사진. 서울 강남권 아파트 단지 전경. ⓒ뉴데일리 DB


    정부의 임대주택 등록 촉진방안이 4개월 만에 발표됐다. 110일 남은 양도소득세 중과 적용을 앞두고 다주택자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13일 정부는 당정협의·경제관계장관회의를 거쳐 관계부처 합동으로 '임대주택등록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은 임대주택 등록 유도를 위한 '당근과 압박'으로 풀이된다. 임대사업자 등록시 세금과 건강보험료 인하 등의 '당근'이, 비등록자에게는 세금혜택이 줄어드는 '채찍'이 양방향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발표 자료에 따르면 △8년 임대시 2021년까지 취득세·재산세 등 지방세 감면 확대 △1주택만 임대하더라도 임대소득세 감면 확대 △8년 임대시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 및 장기보유특별공제 70% 적용 △건보료 부담 완화(4년 40%·8년 80%)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임대등록 의사결정에 걸림돌로 지적돼 왔던 건보료 부담이 크게 완화돼 등록에 따른 경제적 혜택이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다주택자들이 소득세·건보료 부담을 피하기 위해 임대사업 등록을 하지 않는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자발적 등록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유도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번 혜택들에서 4년 임대는 빠져있고, 8년 임대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양지영 R&C연구소 소장은 "급변하는 부동산시장에서 8년 이상을 보고 투자하는 것은 집주인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크다"며 "개인 사정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고 시장도 8년 동안 큰 변화가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번 발표로 다주택자들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세입자들의 주거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된 것인 만큼 집주인 입장에서는 여전히 여러 옵션 중 하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현재 다주택자 입장에서는 임대사업자 등록 외에도 매각, 버티기(보유), 상속 및 증여 등 네 가지 옵션이 있다.

    일단 매각안은 최선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서울 아파트시장을 비롯해 집값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재건축 후광효과를 받는 일부 단지에 국한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주거복지 로드맵에서 공적주택 공급에 대한 발표와 이달 아파트 입주물량이 올해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화성시, 평택시, 용인시 등 경기 남부권과 지방 일부 지역의 경우 대규모 입주물량을 소화하는 속도가 더뎌지면서 역전세난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관망세로 일관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기존 다주택자들이 아예 집을 내놓지 않으면서 거래량이 감소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국토교통부 집계 결과 10월 전국 아파트 등 주택 매매거래량은 6만3210건으로, 지난해 10월에 비해 42% 줄어들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팀장은 "급하게 팔려고 하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며 "갭투자에 나섰던 사람들은 처분에 나설 가능성이 있지만, 경제적 여유가 있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집을 산 사람들의 경우 당분간 집을 보유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버티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달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보유세 인상 가능성을 언급한 만큼 향후 추가 세 부담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공급 절벽 현상이 나타나 매물이 줄어 결국 시장 왜곡 현상까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 번 거래가 이뤄졌을 때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부동산학)는 "양도세 중과로 다주택자들을 유도해 매물을 늘려 집값을 잡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과도한 시장 개입으로 역효과가 날 수 있는 부작용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8·2대책을 발표하면서 다주택자 대상 양도소득세 인상을 발표했고, 지난 6일 국회는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내년 4월부터 2주택 보유자는 기본세율 6~42%에서 16~52%로, 3주택 보유자는 26~62%로 높아진 세율을 적용받게 된다. 또 다주택자는 내년 4월부터 일괄적으로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받을 수 없게 된다.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분양권 거래의 경우 보유기간과 관계없이 일괄 적용되는 셈이다.

    그러면서 상속 및 증여 쪽으로 선회하는 케이스가 늘어나고 있다. 많은 세금을 물고 주택을 처분하느니 가족 등에게 증여해 부담을 덜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지난달 강남의 재건축 예정 단지 중 한 곳인 A아파트 전용 76㎡(2층) 매물이 10억3400만원에 거래됐다. 동일 평형·층수 시세가 12억원대인 것에 비해 1억6000만원 이상 급락한 가격이다.

    2억원 이상 매매가가 급락한 사례도 있다. 경기 성남시에 위치한 B아파트 전용 84㎡(10층)의 경우 지난달 5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같은 평형, 층수대 매물이 지난 9월 8억원에 거래된 것에 비해 30%가량 낮은 가격이다.

    업계에서는 증여 목적으로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대개 급매물 매매가가 시세대비 3000만~5000만원가량 낮은 점을 감안하면 급매물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통상 국세청은 가족간 거래시 매매가가 시세대비 30% 이상 차이 나거나 차액이 3억원을 넘을 경우 증여세를 부과한다. 해당 단지 매물은 증여세 부과기준에 미달한 가격으로 거래가 이뤄진 셈이다.

    송파구 C공인 관계자는 "최근 양도세 부과를 피하는 방법을 문의하는 다주택자들의 전화가 많이 온다"며 "시세대비 과도하게 낮은 가격으로 실거래가 신고된 경우 증여가 목적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중과될 양도세가 다주택자들의 증여 움직임을 자극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감정원 통계를 보면 10월 전국 아파트 증여건수는 모두 3892건으로, 최대 열흘에 달하는 장기 연휴로 아파트 매매량이 줄어들었음에도 지난해 10월에 비해 12.9% 증가했다. 서울 역시 같은 기간 102% 증가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 부동산전문위원은 "최근 베이비부머 세대인 고령층 다주택자들은 자녀 상속과 증여 문제에 관심이 많다"며 "앞으로도 아파트 증여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