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화두였던 디지털금융, 내년에도 중점 추진 과제로 선정비은행 수익 비중 높여라…취약 포트폴리오 메우기에 '박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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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보름 앞둔 가운데 금융사들이 내년도 경영 전략 세우기에 분주하다.

충성 고객 확보를 위한 디지털 금융 강화와 지주사의 경쟁력 높이기를 위한 인수합병(M&A)에 힘을 싣고 리딩뱅크 경쟁에 뛰어들 채비를 갖추고 있다. 

◆디지털 금융이 '대세'…조직 신설·전문가 영입으로 경쟁력 강화 박차

금융지주와 주요 은행들이 올해 화두였던 ‘디지털 금융’에 힘을 싣고 내년도 중점 과제로 추진할 준비에 나서고 있다. 

디지털 금융 경쟁을 위해 가장 적극적으로 뛰어든 곳은 바로 하나금융이다. 

하나금융은 연말 정기 인사에 앞서 최근 디지털 혁신 기술 전담 조직인 DT랩(Digital Transformation Lab)을 신설하고 김정한 전 삼성전자 소프트웨어 연구소장을 총괄 부사장 겸 CTO로 영입했다.

DT랩은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블록체인과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등 미래 핵심기술을 확보하고 관계사와의 협업을 통한 서비스 상용화를 추진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다.

하나금융은 이번 김정한 부사장 영입을 통해 앞으로 금융그룹이 보유한 방대한 데이터를 다양하게 활용하고 결합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역량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실제로 하나금융은 올해 다양한 시도를 펼치며 디지털 금융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하나금융의 통합 멤버십 ‘하나멤버스’를 내년 상반기부터 외국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해 디지털 자산 플랫폼 구축을 추진 중이며,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한 챗봇 도입, 텍스트뱅킹, 하나머니고(GO) 등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인 바 있다. 

신한금융지주도 2018년에는 올해보다 디지털 사업에 더욱 집중할 계획이다. 위성호 행장 취임 후 디지털 금융에 힘을 쏟고 있는 가운데 지주와 은행이 손발을 맞춰 경쟁력 강화에 나설 예정이다. 

신한금융의 경우 올해 초 조영서 전 베인앤컴퍼티 금융부문 대표를 디지털전략팀 본부장으로, 신한은행은 인공지능(AI) 전문가인 장현기 박사를 디지털전략본부장으로 선임하는 등 일찌감치 전문가 영입 채비를 마쳤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이 디지털 혁신을 위해 아마존 본사를 직접 방문하고, 위성호 행장도 취임 후 디지털 혁신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만큼, 2018년 경영 화두 역시 디지털이 중심에 놓일 전망이다.

실제로 신한은행은 신한S뱅크와 써니뱅크 등 전 계열사 금융상품을 연계하는 슈퍼플랫폼 사업을 진행 중이며 이를 내년 초 선보일 계획이다.

농협금융지주도 2018년 디지털 금융사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달 초 조직개편을 통해 디지털금융부를 새로 꾸리고, 지주사 중심의 디지털금융 활성화, 핀테크와 빅데이터 사업을 위한 협업 체계를 강화할 계획이다. 

아울러 디지털금융 전략협의회를 CDO 협의회로 격상하고, 디지털금융 전반에 의사결정 기구로 활용하기로 했다. 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 등 새로운 기술을 금융사 업무 전체에 접목시킬 수 있도록 계열사가 함께 대응 체계를 마련할 방침이다. 

◆금융지주, 포트폴리오 취약 부분은 M&A로 메운다

2018년에는 금융사들의 리딩뱅크 쟁탈전이 한층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올해 KB금융이 증권과 손해보험 등 비은행 계열사 인수로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발휘하면서 신한금융은 수년간 차지해온 1위 자리를 내주게 됐다

특히 신한은행이나 카드를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들이 업계 선두권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고, 포트폴리오에 손해보험사가 없다보니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신한금융은 내년부터 적극적으로 인수합병을 진행할 의지를 강하게 나타내고 있다. 조용병 회장 역시 내부적으로 증권사나 보험사 인수 추진 의사를 밝히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신한금융의 반격에 맞설 KB금융의 움직임에도 관심이 쏠리는 분위기다.

윤종규 KB금융은 지난 달 연임을 확정지은 뒤 그룹 포트폴리오상 취약한 생명보험 부문을 보강할 계획이 있음을 밝히며, 시장에 좋은 매물이 있을 경우 모든 가능성을 열고 인수합병을 검토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실제로 지난 3분기 KB금융의 당기순이익을 살펴보면 비은행 부문 수익 비중이 35%에 육박하는 등 2012년(18%)보다 대폭 늘어난 성과를 거뒀다. 

그동안 은행에 집중돼있던 수익 집중 구조를 탈피하고 비은행 계열사가 고르게 수익을 견인할 수 있는 안정적 포트폴리오를 완성시켰다는 평가다.

하나금융지주 역시 내년도에는 비은행 계열사 강화에 집중할 전망이다. 

김정태 하나금융회장이 2025년까지 비은행 부문 수익 비중을 최대 3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중장기 로드맵을 제시한 만큼, 재연임에 성공할 경우 가시적인 로드맵이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내년도 정부의 대출 규제로 은행 영업 환경이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은행들이 디지털과 비은행 계열사 강화 등 중장기 플랜을 세우고 지속성장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힘쓰는 분위기"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