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업체 하반기 공급량 확대 영향… "공급과잉, 가격 하락 불가피"감가상각비 회수 완료… 선두업체 선호 현상 '또 하나의 기회'
  • ▲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공장 근무자들이 낸드플래스를 들어보이고 있다. ⓒ삼성전자
    ▲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공장 근무자들이 낸드플래스를 들어보이고 있다. ⓒ삼성전자


    지난해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반도체로만 매출 73조원을 벌어들이면서 글로벌 선두업체로 자리 매김했다. 

    하지만 반도체 상승세가 올 상반기를 기점으로 꺾일 수 있다는 전망이 쏟아지면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 안팎에서는 "기회는 곧 위기" "지금이 가장 위험한 시기"라는 말이 쏟아져 나온다. 특히 메모리 시장이 재편된 1990년대를 경험한 고위급 임원을 중심으로 "언제든지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는 걱정의 목소리가 높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4차산업혁명이 촉발한 메모리 반도체 급증에 힘입어 미국 인텔을 제치고 종합반도체 1위로 올라섰다. 삼성전자가 20년 가까이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는 서버, 데이터센터, 모바일, PC 등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가격이 급등했다. D램익스체인지가 발표한 지난해 말 기준 고정거래가 동향을 보면 D램(DDR4_4Gb 512Mx8 2133MHz)과 낸드플래시(128Gb 16Gx8 MLC)의 평균판매가는 1년새 85%, 33% 올랐다. 폭발적인 수요가 가격 상승을 부추긴 결과다. 

    반도체 시장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제품 가격이 오르내린다. 일반적인 제조업과 다른 점이 있다면 대규모 초기 투자, 첨단 미세공정, 고객사 신뢰 등 한계가 분명해 단기간에 공급량을 늘리기 어렵다는 점이다. 메모리 시장은 1990년대까지 선두업체 점유율이 20%를 넘지 못했다. 삼성전자, 현대전자, LG반도체가 시장의 40%를 차지했고 일본과 미국 업체가 나머지를 나눠 가졌다. 

    1990년 일본에 앞서 세계 최초로 16Mb D램을 개발한 삼성전자는 그해 반도체로만 730억원을 벌어들였다. 그러나 일부 품목의 가격이 오르내림을 반복하면서 이익은 큰 폭으로 요동쳤다. 1993년 1546억원을 벌어들인 삼성전자 반도체 실적은 1994년 9450억원, 1995년 2조500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하지만 16Mb D램 가격이 50달러에서 4달러까지 추락하면서 1996년 영업이익은 1642억원으로 곤두박질쳤다. 1년새 영업이익 93%가 줄어든 셈이다.

    LG반도체 역시 마찬가지였다. LG반도체는 1988년부터 3년간 적자를 내고 있었다. 그러나 D램 수요가 급증하면서 1992년 568억원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1993년 910억원, 1994년 3722억원, 1995년 7787억원의 이익을 남겼다. 하지만 1년 만에 D램 값이 폭락하면서 1996년 영업이익은 911억원으로 축소됐다. 여기에 1997년 외환위기까지 겹치며 2897억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현대전자에 매각됐다.

    당시를 기억하는 반도체 업계 관계자들은 "반도체 사이클이 하루 아침에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한다. 수요와 공급에 따라 메모리 가격이 극과 극을 오갈 수 있어 상승세와 하향세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반도체는 다른 제조업에 비해 규모의 경제가 강하게 나타난다"며 "1년새 매출이 2배 뛰었다가 1년만에 절반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당장 가장 큰 위협은 중국업체들의 무차별적인 공급량 확대다. 반도체 업체들은 그동안 감산을 통해 공급량을 조절해왔다. 가격 폭락을 우려한 업체들이 자율적인 감산정책을 펼치면서 시장을 안정적으로 유지한 셈이다. 하지만 중국업체들이 올 하반기부터 생산량을 급격하게 늘려갈 것으로 전망되면서 시장은 재편될 수 있다. 공급량이 수요를 넘어서면서 가격하락에 따른 실적 악화가 나타날 가능성도 높다.

    실제 모건스탠리는 공급 과잉에 따른 반도체 시장의 축소를 예견하면서 "낸드 가격의 하락이 시작됐고 D램의 공급부족도 내년 1분기 이후 사라질 것"이라 전망했다. JP모건도 "낸드는 설비투자가 이어지면서 공급이 수요 증가율을 앞질렀다. D램 평균가격도 공급 증가에 따라 하락세를 나타낼 것"이라 예측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수요는 올해와 내년 소폭 늘겠지만 설비 투자 등 반도체 공급이 초과하면서 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삼성전자의 대응은 비교적 단순한 편이다. 메모리 생산량을 공격적으로 늘려 중국업체들을 견제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CMOS 이미지센서(CIS) 전환으로 생긴 감소분을 상쇄하기 위해 16라인 일부를 D램으로 바꿔 생산량을 유지하고 있다. 또 18라인 1층에는 3D 낸드플래시 생산을 진행하고 있으며, 올해 상반기를 목표로 2층에 D램 라인을 추가로 만들어 공급을 늘릴 계획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생산량 확대는 결국 제품 가격 하락으로 나타나겠지만 이미 첨단공정을 통해 감가상각을 회수한 만큼 피해는 기술력이 떨어지는 경쟁사들이 입을 가능성이 크다"며 "고객사 입장에서도 같은 값이면 높은 기술력을 갖고 있는 선두업체의 제품을 선택하려한다. 수익이 소폭 축소될 순 있지만 우려할 정도는 아닐 것"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