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공사 2020년 스마트톨링 전면 시행… 재판서 이겨도 실직할 위기노조 "무인수납기 설치 후 감원 전례… 휴게소 전환배치 절대 안돼"
  • ▲ 고속도로 요금소.ⓒ연합뉴스
    ▲ 고속도로 요금소.ⓒ연합뉴스

    정부가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박차를 가하면서 6700여명에 달하는 고속도로 요금소 외주화 직원에 대한 한국도로공사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요금소 직원이 공사 직원임을 인정해달라는 대법원 상고심이 진행 중인 가운데 도로공사가 요금소 무인화 시스템인 스마트톨링(자동요금 징수)을 2020년 전면 시행할 예정이어서 무더기 실직 사태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강래 도공 사장은 일부 인력을 고속도로 휴게소로 전환 배치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요금소 직원은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혀 진통이 예상된다.

    정부는 지난 18일 '소득주도 성장과 국민 삶의 질 향상'을 주제로 한 올해 첫 업무보고에서 공공기관 자회사 등을 대상으로 2단계 정규직 전환 작업을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기간제와 파견·용역 등 모두 7만7000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도공의 고속도로 요금소 직원 직접고용 문제가 다시 주목을 끌고 있다. 스마트톨링 도입으로 셈법이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출신인 이 사장으로선 문재인 정부의 정책철학을 무시할 수도, 무인화 시스템 도입을 접을 수도 없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요금소 직원은 지난 2013년 2월 도공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외주업체와 계약을 맺었지만, 실질적으로는 도공이 자신들을 지휘·감독하는 만큼 공사 직원으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1심과 항고심은 요금소 직원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서울동부지법 민사15부)는 "원고가 외주 운영자에게 고용된 후 도공의 직접 지휘명령을 받아 근로했다고 판단된다"며 "2년 이상 근무한 근로자를 도공에서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도공은 이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판결은 올해 초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대법원이 1·2심 판결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면 도공은 요금소 직원을 직접 고용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도공은 요금소 직원을 100% 외주화한 상태다. 이들 규모는 6718명이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인 알리오에 공시된 지난해 1/4분기 현재 도공의 정규직 직원 수 4860명보다도 많다.

    도공이 이들을 직접고용 형태로 전환하면 몸집이 급격히 불어나 운영비 증가는 물론 정리해고를 둘러싼 노조 갈등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도공으로선 대법원이 도공 손을 들어줘 사건을 파기환송 해도 부담이다. 정부 산하 공기업으로서 정부의 국정운영 방침을 거스르기 어렵기 때문이다.

    설상가상 도공이 추진하는 스마트톨링도 변수로 떠올랐다.

    도공은 통행권을 뽑을 필요 없이 카메라 영상으로 자동차 번호를 인식해 요금을 자동 징수하는 스마트톨링을 2020년 전면 시행할 계획이다.

    내년까지 하이패스 보급률을 90%로 올리고 스마트톨링을 접목해 고속도로 요금소 무인화를 실현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요금소 직원이 무인화 시스템에 일거리를 빼앗긴다는 것을 의미한다.

    도공 관계자는 "무인화로 말미암은 인위적인 구조조정 없이 업무를 전환한다는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요금소 직원은 도공의 말을 믿을 수 없다는 태도다. 무인수납기 설치 사례가 대표적이다.

    도공은 영업소 운영경비를 줄이고자 2012년부터 무인수납기를 도입, 운영하고 있다. 통행료징수시스템(TCS)상 교통량 1000대 미만이고 일반차로 2차로 이상인 폐쇄식 영업소, 소형 개방식 영업소가 설치 대상이다. 2012~2015년 42곳 요금소의 44개 차로에 설치했다.

    도공은 설치 이후 35곳의 요금소에서 총 127명의 수납원을 신규 또는 가까운 영업소로 전환 배치하거나 일자리 공유를 권고했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요금소 직원 주장은 다르다. 그동안 도공에서 외주업체에 무인화 기기로 필요 최소 인력이 줄었다며 감원을 통보해왔고 대책이 없는 외주업체는 직원을 해고했다는 것이다.

    한 요금소 관계자는 "그나마 노조가 있는 영업소는 십시일반 인건비를 쪼개 고용을 유지했지만, 노조가 없는 곳은 인력을 계속 잘라왔다"며 "도공은 인근 영업소로 전환배치 했다지만, 이것도 조건이 맞아야 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뉴데일리경제가 수소문한 결과 나주요금소 사례가 대표적이었다. 나주요금소는 2012년 무인수납기 설치 이후 직원 4명이 전환배치 없이 퇴사했다.

    익명을 요구한 소식통은 "무인수납기 설치 후 외주업체 사장이 대놓고 나가라고는 못 했지만, (전환배치 없이) 일감이 줄다 보니 회사랑 충돌이 있던 4명이 '어쩔 수 없이 내가 나가야지'하며 그만뒀다"고 전했다.

    그는 "겉으로는 사표를 냈으니 자발적 퇴사로 보이지만, 실상은 무인화에 따른 해고나 진배없다"고 했다.
    또 다른 요금소 직원은 "전환배치라지만, 누구를 다른 곳으로 보낼지도 모호하다"며 "업무능력에 관한 명확한 잣대가 없어 결국 외주업체 사장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좌우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조가 있는 곳은 최소한의 견제라도 이뤄지지만, 없는 곳은 6개월 단위로 근로계약을 맺는 곳도 있다"면서 "도공이 감원을 통보하면 (전환배치 없이) 계약만료를 이유로 얼마든지 손쉬운 해고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도공 관계자는 "무인화에 따른 인력 전환배치(권고) 현황은 있지만, 이후 요금소 직원의 신상 변화에 따른 사직까지는 파악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 ▲ 이강래 도로공사 사장.ⓒ도공
    ▲ 이강래 도로공사 사장.ⓒ도공

    이강래 사장은 무인화 문제와 관련해 전부는 어렵지만, 일부 요금소 직원을 고속도로 휴게소로 전환배치 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사장은 "요금소 직원 문제는 현재 대법원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고 스마트톨링 도입 문제까지 있어 복잡하다"며 "스마트톨링과 관련해 원칙적으로 정규직 전환 예외를 인정받고 있으나 그동안 도공을 위해 고생이 많았던 분들이므로 인간적인 차원에서라도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현재 2교대인 고속도로 휴게소 근무를 (정부의) 근로시간 단축 방침에 따라 3교대로 전환하려 한다"며 "확정된 건 아니나 인력이 많이 필요할 것이므로 (요금소 직원을) 전환배치 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마트톨링을 시행해도 영상보정(번호판 식별)과 통행 민원 관련 고객센터 업무가 필요하므로 일부는 요금소 내에서 업무를 전환하고, 나머지 일부는 휴게소에서 청소 등 다른 업무를 보게 해 고용을 유지할 수 있게 하겠다는 의도다.

    문제는 요금소 직원은 휴게소로의 전환배치에 반대한다는 점이다.

    민주연합노조 박순향 서산톨게이트지회장은 "휴게소 얘기는 청소 등 아예 다른 일을 하라는 것"이라며 "이 제안을 받아들일 사람은 없으니 도공은 요금소 관련 업무 외 배치는 꿈도 꾸지 말라"고 선을 그었다.

    박 지회장은 "영상보정이나 과적 단속, 고지서 발송 등 전환배치 할 업무가 적잖다"며 "정부는 일자리를 창출하자는데 하던 일을 강제로 없애는 게 말이 되느냐"고 역설했다.

    한편 도공은 지난해 11월부터 요금소 직원의 정규직 전환 문제에 관해 노사협의체를 구성해 논의하고 있다. 이달 17일까지 총 3차례 회의를 열었다.

    근로자대표는 도공의 전원 직접고용을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도공은 스마트톨링 도입과 관련 감원이 불가피하다는 견해다. 공익위원은 도공의 소요인력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