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입주폭탄에 신규공급 증가까지… '설상가상' 우려거래량·경매낙찰가율·재건축시세·분양지수 등 상승세
  • ▲ 지난 12일 문을 연 '한강 금호어울림' 견본주택 내. ⓒ금호건설
    ▲ 지난 12일 문을 연 '한강 금호어울림' 견본주택 내. ⓒ금호건설


    건설사들이 올해 분양계획 물량을 지난해보다 높게 잡으면서 '소화불량'에 걸릴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과잉공급과 정부의 각종 규제 영향으로 주택경기가 침체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면서다. 하지만 새해 들어 각종 주택 관련 선행지표들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23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 409개 사업장에서 총 41만7786가구의 민간아파트가 공급될 예정이다. 분양시장 초호황기였던 2015년 43만4384가구와 맞먹을 정도로 물량이 많이 쏟아지는 것으로, 최근 5년 평균 분양물량 30만7774가구에 비해 약 36% 많은 아파트가 새로 선보일 계획이다.

    이현수 부동산114 연구원은 "지난해의 경우 황금연휴, 조기대선, 부동산규제 등으로 건설사들이 예정물량을 공급하지 못해 올해로 넘어온 것"이라며 "2017년은 당초 계획보다 적은 물량이 공급됐고, 2018년은 예상과 달리 많은 물량이 계획으로 잡힌 셈"이라고 설명했다.

    월별로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3월(5만9017가구)와 9월(3만6608가구)에 물량이 몰려있다. △1분기 10263가구 △2분기 7만487가구 △3분기 6만1362가구 △4분기 4만8968가구 등으로 상반기에 물량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에서는 23만5430가구가, 지방에서는 18만2356가구가 각각 분양을 앞두고 있다. 수도권은 전반적으로 물량이 증가한다. 경기에 13만9257가구가 공급되며 과천시의 예정물량이 가장 많다. 지난해 하반기 예정됐던 과천 주공아파트 재건축, 과천지식정보타운 분양이 올해로 넘어오면서다. 지방은 부산이 4만5158가구로, 가장 많은 물량이 예정됐다.

    건설사별로는 지난해 2만가구 이상 공급하며 주택시장에서 입지를 다진 GS건설이 올해도 가장 많은 2만9896가구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미 청약을 마친 '춘천 파크 자이'를 시작으로 과천지식정보타운(S9블록), 서울 강남 개포주공4단지 재건축 등을 분양할 예정이다.

    이어 포스코건설 2만4991가구, 대우건설 2만4785가구, 롯데건설 2만794가구, 대림산업 2만282가구 등이 2만가구 이상을 공급한다.

    또 다른 대형사인 현대산업개발(1만1680가구)과 현대건설(1만4379가구), 삼성물산(1만1447가구) 등은 1만가구가 넘는 새 아파트를 지을 계획이다.

    이처럼 대형사들이 물량을 늘리면서 중견건설사들도 지난해보다 늘어난 분양계획을 세우고 있다.

    중견사 중에서는 대방건설이 1만247가구로 가장 많은 물량을 목표로 잡았다. 호남 기반 건설사인 모아주택산업 7474가구, 중흥건설 7296가구, 호반건설 6442가구, 우미건설 4142가구 등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공급할 계획이다. 이밖에 중흥건설, 동일, 제일건설 등도 4000여가구를 선보일 예정이다.

    부동산 개발업체 A사 관계자는 "지난해 연휴와 조기대선 여파로 하반기로 미뤄진 물량이 많았는데, 하반기에는 부동산 대책이 나오면서 분양시기가 계속 뒤로 밀렸다"며 "시장이 꺼지기 전에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2월부터 분양물량을 계속 내놓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신규분양 물량이 늘어나면서 업계에서는 연내 쏟아질 입주물량에 '엎친데 덮친 격'이라며 시장 침체가 장기화될 것으로 우려했다.

    하지만 최근 집계되고 있는 각종 주택 관련 선행지표들은 우려와 달리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집계 자료를 보면 23일 기준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모두 6192건으로, 지난해 1월 4480건보다 38.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3주 만에 전년 거래량을 초과한 것이다. 주택시장의 대표적인 선행지표인 주택거래량은 집값 상승 기대감이 클 때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

    지난해 8·2대책 발표 이후 10월 3791건까지 급락했다가 11월 6458건, 12월 8414건으로 다시 빠르게 늘고 있다.

    25개구 가운데 금천·노원·도봉·은평구를 제외한 21개구가 전년대비 거래량이 늘어났다. 가장 많은 손바뀜이 일어난 송파구의 경우 지난해 288건에서 548건으로 90.6% 증가했으며 용산구(184건) 152%, 강남구(505건) 108% 등에서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주택시장의 또 다른 선행지수인 경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지옥션 조사 결과 1월 2주 서울 아파트(주상복합 포함)의 낙찰가율은 104.1%를 기록했다. 경매시장에 나온 주택 물건이 평균적으로 모두 감정가보다 비싸게 낙찰되고 있다는 뜻이다. 2주간 통계지만 지지옥션이 2001년 경매 통계를 집계한 이래 월간 최고치였던 지난해 11월 102.9%보다 높다.

    이영진 이웰에셋 대표는 "감정가는 4~6개월 전 감정평가사가 시세흐름을 평가한 적정가인데, 이보다 더 비싸게 입찰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매매시장에서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매매시장이 활기를 띄는 건 경매물건 수 동향을 봐도 알 수 있다. 부동산 매매시장 활황기일 경우 채권자가 급매물로 내놓더라도 매매시장에서 대부분 팔리다보니 굳이 경매로 넘어 가지 않는다. 주택이 잘 팔리면 경매 물건의 취하, 변경도 많아져 물건이 부족해지기 마련이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1월 2주까지 진행된 서울 아파트 경매 물건 수는 32건에 불과했다. 지난해 1월 126건의 4분의 1 수준이다. 2주간 수치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전년대비 물량이 크게 줄었다.

    최근 가장 뜨거운 재건축 아파트도 시세가 많이 뛰었다.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 역시 주택시장의 대표적인 선행지수로 꼽힌다. 집값 상승 기대감이 커지는 만큼 재건축 아파트값 오름세도 커지기 때문이다.

    부동산114 분석 결과 1월 3주 서울 재건축 아파트는 0.93% 상승하면서 일반 아파트 상승률 0.45%를 크게 웃돌았다. 재건축 아파트 상승률은 지난해 9월8일 이후 19주 연속 이어지고 있다.

    이밖에 주택산업연구원에서 조사하는 분양경기실사지수(HSSI)도 1월 81.5를 기록, 첫 조사를 시작한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으로 80선을 넘어섰다. 조사 이후 지속적으로 기준선(100)을 밑돌고 있지만, 지난달에 비해 14.2p 상승했다. 특히 서울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11월 실적에 이어 12월까지 2개월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재국 한국금융연구원 겸임교수는 "올해도 서울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기 때문에 각종 선행지수들이 최근 10여년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라며 "지역별로 차별화하겠지만, 전반적인 호조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