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쇄 풀린 후 첫 행선지는 일본재계 “여권에 잉크 마를 새 없어”
  •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달 9일 중국 하이난다오 BFA호텔에서 열린 보아오 포럼에서 강연하고 있다. ⓒSK그룹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달 9일 중국 하이난다오 BFA호텔에서 열린 보아오 포럼에서 강연하고 있다. ⓒSK그룹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출국금지가 풀린 이후 글로벌 현장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년 동안 한달에 한번꼴로 해외출장에 나선 것.

4일 재계에 따르면 최태원 회장은 지난 3일 중국 베이징포럼 참석차 출국했다. 지난해 4월 출국금지 해제 이후 11번째 해외 출장이다. 
 
최태원 회장은 출금 해제 이후 ▲중국 4회 ▲미국 2회 ▲일본 2회 ▲유럽 2회 ▲동남아 1번 등 총 11차례 해외 출장길에 올랐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 2016년 12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출국금지 조치를 받았다. 매년 참석했던 중국 보아오포럼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하지만 검찰이 최 회장에 무혐의처분을 내려, 출금이 해제되자 최 회장은 글로벌 광폭행보를 시작한 것이다.

족쇄가 풀린 최 회장이 처음으로 택한 출장지는 일본이다. 당시 도시바 메모리사업 인수전의 담판을 짓기 위해 3일간 일본 재계 및 금융권 주요 인사를 만나 협력 가능성 등을 타진했다. 이를 통해 SK는 현지 재무적 투자자(FI)를 끌어들여 ‘연합군’을 구축, 도시바 메모리사업 인수 성공의 토대를 마련했다.

재계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은 여권에 잉크가 마를 새가 없을 만큼 국내 기업 총수 중 가장 활발한 해외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현장경영과 함께 글로벌 행사에서 각국 주요기업 CEO들을 만나 파트너십 확장과 함께 평소 강조해온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널리 알리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추석 연휴를 반납하고 10일간 일본과 미국, 유럽 등을 잇따라 방문했다. 특히 미국에서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을 만나 양국 간 민간 교류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또한 최 회장은 해외출장을 통해 신규투자 등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있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의 해외출장에는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곤 한다”며 “흥부와 놀부에 나오는 제비처럼 최 회장은 출장에서 새로운 일감을 물어와 SK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고 말했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해 6월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 순방길에 동행해 향후 5년간 오클라호마 셰일가스전 개발 등 에너지 분야를 중심으로 최대 7조원에 달하는 대미 직접투자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는 ‘동남아판 우버’로 불리는 그랩의 앤서니 탄 대표를 만났다. 이들은 O2O 서비스 플랫폼의 미래 비전을 공유했고, 이날 논의는 SK의 그랩에 대한 집중 투자로 이어졌다.

SK 관계자는 “SK의 기업문화는 ‘따로 또 같이’다”며 “각 계열사가 CEO와 이사회 중심으로 경영되는 가운데 최태원 회장은 전략적 대주주 입장에서 그룹 차원의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 회장은 향후 기업 존속을 위해 신성장동력이나 글로벌 파트너링 기회를 만드는 것을 본인의 역할로 판단하고 있다”며 “해외 출장을 통한 네트워킹 강화 노력은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최태원 회장의 ‘절친’으로 알려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지난 2월 집행유예로 석방된 이후 유럽과 캐나다, 중국 등에서 활발한 해외경영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