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움츠러들어...이자 등 [非소비지출] 큰 폭 증가
  • ▲ 경기 침체와 부동산 가격 하락이 장기화되면서 교육비와 식료품 같은 필수품 소비조차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 경기 침체와 부동산 가격 하락이 장기화되면서 교육비와 식료품 같은 필수품 소비조차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경기 침체와 부동산 가격 하락이 장기화되면서 
미래에 불안을 느낀 사람들이 
교육비·식료품 같은 
필수품 소비까지 줄이고 있다는 내용의
통계가 나왔다.

[한국은행]은
[가계금융·복지조사] 조사 결과를 통해
20일 이같이 발표했다.

조사 결과는 
경기 침체와 부동산 가격 하락의 여파로 
가계부채 문제가 악화되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소비가 움츠러든 채 
연금·이자와 같은 비(非)소비지출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 눈에 띈다.
 

◇ 소득 낮을 수록 빚 늘어

집값 하락의 여파로 
빚을 내 집을 산 사람은 감소한 반면, 
전셋값 급등으로 
전세보증금을 마련하기 위해 
새로 빚을 낸 사람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거주 주택 등 
부동산을 마련하기 위해
빚을 낸 사람의 비율은
50%를 차지했는데,
이는 작년(52.1%)보다 줄어든 수치다. 

반면, 
전·월세 보증금을 마련하기 위해 
빚을 낸 사람들은 
작년 5.8%에서 올해 6.2%로 늘었다. 

다른 빚을 돌려막기 위해 빚을 냈다는 사람도 
2.4%에서 3.1%로 늘었다.

저소득자의 빚이 급격히 늘고, 
고소득자의 빚 부담이 줄어드는 
빚 부담의 [양극화 현상]도 두드러졌다. 

소득이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부채는 
올해 1,246만원으로 
1년 사이에 24.6% 늘었다. 

소득이 하위 20~40% 사이인 2분위 가구도 
3,330만원의 빚을 지고 있어 
1년 전보다 16.3% 증가했다. 

반면 상위 20%인 
5분위 고소득 계층의 부채는 
지난해 1억3,723만원에서 
올해 1억3,721만원으로 조금 줄었다. 
 

“고소득자들마저 경기 전망이 좋지 않다고 여겨 
 투자를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경제가 활력을 잃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 박창균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전체 가구의 평균 소득은 
4,475만원으로 5.7% 늘었지만 
처분 가능한 소득은 
3,645만원으로 4.9% 증가에 그쳤다. 

부채는 6.8%가 늘었기 때문에 
소득 증가가 부채 증가를 따라가지 못한 셈이다. 

이로 인해 
가계의 재무건전성 비율(금융부채를 처분 가능 소득으로 나눈 수치)이 
지난해 106%에서 
올해 108.8%로 악화됐다.
 

◇ 이자 갚느라 소비 못 해

돈 씀씀이 쪽에서는 
비(非)소비지출이 큰 폭으로 늘었다. 

물건을 사거나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목적이 아닌 
공과금·연금·이자 등으로 
필수불가결하게 써야 하는 지출 내역이
늘어났다는 의미다. 

이런 비소비지출은 
작년에 가구당 평균 757만원에서 
올해 830만원으로 9.6% 증가했다. 

공적연금 및 사회보험료로 260만원, 
세금과 이자비용으로 각각 193만원을 냈다. 

전년 대비 증가율은 
세금 3.6%, 
공적연금·사회보험료 8.7%, 
이자비용 6.8% 등이다.

반면 소비지출은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전체 가구의 평균 소비지출은 2,307만원으로 
1년 전보다 5만원(0.2%)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필수 지출 항목인 
교육비(-2.9%)와 식료품(-2%)에 쓰는 돈마저 줄었다. 
 

“이자를 갚고 연금을 내느라 
 소비심리가 위축되는 현상이 계속되면서
 경기가 회복 국면으로 전환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 고가영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 가구 21.4% [빈곤] 상태

이번 조사에서는 
전체 가구의 16.5%가 빈곤층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빈곤층에 속하는 비율(빈곤율)은 
처분 가능한 소득이 
중위소득(소득을 일렬로 나열했을 때 정중앙에 위치하는 소득)의
절반에 못 미치는 사람들의 비율을 말한다.

조사 대상 가구의 21.4%는 
최근 2년 사이 
한 해라도 빈곤 상태를 경험했고, 
이 중 절반이 넘는 11%는 
2년 연속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2년 동안 빈곤층에서 탈출한 사람들(5%)보다 
새로 빈곤층으로 진입한 사람들(5.4%)의 비율이 
더 높게 나왔다. 

특히 1인 가구의 빈곤율은 49.6%에 달했다.

한편,
가계금융·복지조사는 
기존 가계금융조사에 복지 부문을 추가해 
지난해 처음으로 실시됐다. 

두 번째인 올해부터는 
전년도와 추이를 비교해 볼 수 있게 됐다. 

조사는 
지난 4월 
2만명을 상대로 심층적인 인터뷰를 통해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