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당사와 무관”
그린파워 “대우건설 탓”
  • ▲ 당진 현대제철 내 현대그린파워 발전소 사고현장 ⓒ연합뉴스
    ▲ 당진 현대제철 내 현대그린파워 발전소 사고현장 ⓒ연합뉴스

     

    지난 26일 오후 6시 43분께 충남 당진시 현대제철 내
    현대그린파워발전소에서 가스누출사고가 발생,
    근로자 1명이 숨지고 8명이 부상당했다.

     

    지역 관공서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사건개요는 다음과 같다.

     

    26일 오후 6시20분께 충남 당진시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의 항만 쪽 비(B)지구에서
    대우건설 하청업체 대광이앤씨 소속 양모 씨(51) 등 3명이
    그린파워 발전소 7호기의 보일러 예열기 안에 들어가 보수작업을 하던 중
    일산화탄소가 64%에 달하는 제철전로 가스인 엘디지(LDG)가 새어 나왔다고 한다.

     

    예열기 내부에서 다급한 소리가 들리자 
    현대그린파워 근로자 3명과 대우건설 근로자 2명, 대광이앤씨 근로자 1명이
    동료들을 구하러 들어갔지만,
    결국 같이 사고를 당하고 말았다.

     

    경찰조사결과 이번 가스누출사고는
    현장 안전 관리 소홀로 인한 [인재(人災)]라는 쪽으로
    수사무게중심이 잡히고 있다.

     

    사상자 9명 중 단 한명도 산소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고,
    가스경보기를 착용한 것도 3명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장비장구도 착용하지 않고
    예열기 내부로 진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특히 작업 도중에는 일산화탄소가 주성분인 유독가스가
    역류하지 않도록 밸브를 잠가야 하지만,
    3개의 밸브 가운데 하나가 열려 있었다“

        - 당진경찰서 [정남희] 수사과장


    이번 사건이 발생한 뒤
    현대제철, 현대그린파워. 대우건설관계자들에게
    어떻게 사건이 발생한 것이며,
    책임소재가 어떻게 되는 것인지 물어봤다.

     

    [현대제철]은 당초부터 사건발생과 동시에
    [현대그린파워]는 당사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 ▲ 현대그린파워 홈페이지 캡처
    ▲ 현대그린파워 홈페이지 캡처

     

    “연료공급계약에 의해 현대그린파워에
    발전연료인 부생가스를 공급할 뿐,
    발전설비의 건설 및 운영 유지 보수에는
    관여하지 않고 있다“

        -현대제철 관계자


    하지만 석연치 않은 설명이다.
    현대제철에서는 지난해 9월 철 구조물 해체작업 중이던
    근로자가 사망한 것부터 시작해,
    지난 5월 아르곤가스 누출로 근로자 5명이 사망한 사고,
    또 이번 가스사고까지 총 12명의 근로자가 사망했다.

     

    고용노동부가 현대제철 당진공장에 대해
    [산업안전보건 특별감독]을 실시해,
    현대제철 898건, 협력업체 156건 ,건설업체 69건 등
    총 1,123건의 산업안전법을 위반했다고 지적당한지
    5개월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게다가 별도의 법인이라고 하지만
    최소한 현대제철 공장부지 내에서 발생한 사건이며,
    현대그린파워는 현대제철(29%)이
    산업은행 등 재무투자자(42%), 한국중부발전(29%)과
    합자하여 만든 회사이기 때문이다.

  • ▲ 현대그린파워 홈페이지 캡처
    ▲ 현대그린파워 홈페이지 캡처

     

     

  • ▲ 현대그린파워 홈페이지 캡처
    ▲ 현대그린파워 홈페이지 캡처

     

    현대제철이 현대그린파워의 대주주인 만큼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도 개운치 않은 부분이다.

     

    현대제철 소속으로 현대그린파워에 몸을 담고 있는 인원은 없지만,
    현대제철 계열에서 아예 이직을 해
    현대그린파워 소속을 갖게 된 인원이 상당수 있다는 점도 특이점이다. 

     

    [현대제철과 관련 없는 별도 법인이며 당사와 무관한 사고입니다]
    라는 정도의 설명으로는,
    [현대제철 도마뱀 꼬리 자르듯 넘어간다]는 곱지 않은 시선들을
    설득시키기 부족해 보인다.

     

    [대우건설]역시 문제가 없다는 눈치다.

     

    사고 발생 당시
    [대우건설]은 고용노동부 천안지청에
    근로자들이 모두 가스경보기를 착용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제 가스경보기를 착용한 인원은 3명이었다.

     

    대우건설 관계자의 해명도 시원찮았다.

     

    “현대그린파워에서도 대우에서도 작업반장도
    경보기를 하나씩 갖고 있었다.
    법을 확인해보니 근로자들이 경보기를 다 찰 필요는 없다고 한다.

    작업자가 2명이라고 하면 한명이 착용을 해
    가스 누출 여부를 수시로 체크하며 작업을 하는 것으로 안다.
    가장 큰 문제는 밸브를 닫지 않아 가스가 누출된 것인데
    그 부분과 관련해서는 경찰에서 수사 중인 것으로 안다“

     

        -대우건설 관계자


    굉장히 무책임한 말이 아닐 수 없다.
    근로자 전원이 가스경보기를 착용한 것과
    3명이 착용한 것은 수치적으로도 다른 문제이며,
    [안전관리에 소홀했다]라고 인정하기 보다는
    하등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듯한 느낌이었다.

     

    게다가 대우건설이 시공한
    현대그린파워의 보일러 7호기는 상업운전 중에 있는데.
    완공된 지 2개월 만에 하자가 발생한 것이었다.

     

    거기에 대해서도 대우건설측은
    보일러 하자의 문제가 아니라 상업운전 과정에 있던 만큼,
    발주처에서 예열기 내부의 보강을 했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전해
    보수공사를 시작했고 며칠 동안 문제가 없다가
    마지막 날 가스가 유출돼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 설명했다.

     

    현대그린파워는 대우건설 측에 문제가 있었다는 눈치다.

     

    그린파워 관계자는
    경찰 및 국과수 등이 조사를 벌이고 있는 만큼
    입장을 밝히기 곤란하다는 입장이라며,
    누구 한명의 잘못이 아닌 얽혀있는 문제 아니겠냐고 말했다.

     

    그러나 당사는 발주처인 만큼
    시공사인 대우건설 측에 보수를 맡겼던 것이고 일임했던 것인데,
    이러한 안전사고가 발생해 유감이고 당황스럽다는 눈치다.

     

    결국 이 사고는 누구의 책임도 없는,
    안전관리를 스스로 안 챙긴 근로자들만의 잘못이 되어버렸다.
    모두들 책임 떠넘기기에 여념이 없는 것이다.


    문득 영화 실미도에 나온 설경구의 명대사

    [비겁한 변명입니다]라는 외침이 귀에 맴돈다.


    고로 및 전기로에서 발생하는 부생가스를 연료로 사용해

    전력을 생산, 판매하는 친환경 에너지사업을 하겠다는 취지를
    욕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만 그런 좋은 사업을 하는데 있어,
    대주주가 됐든, 시행사가 됐든, 시공사가 됐던 간에
    일말의 [책임감]은 있어야 한다.

     

    경찰과 국과수, 가스안전공사는
    가스누출 사고의 원인을 명확히 밝혀내,
    정말 그 누구의 책임도 아닌 문제인지
    궁금증을 풀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