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환 거부시, 민사 물론 [횡령죄] 형사 책임까지"돌려주지 않으면 고소하겠다" 정도로는 협박죄 불성립
  • ▲ 어떤 이유에서든 잘못 입금된 돈을 써버리거나 반환을 거부할 경우, 횡령죄의 책임을 면하기 어렵습니다. ⓒ 연합뉴스
    ▲ 어떤 이유에서든 잘못 입금된 돈을 써버리거나 반환을 거부할 경우, 횡령죄의 책임을 면하기 어렵습니다. ⓒ 연합뉴스

    [Q]

    X은행 이용 고객인 A씨는
    최근 당황스러운 일을 겪었다.
    통장 조회를 해 보니,
    원래 들어있던 돈보다 100만원 정도 늘어나 있었던 것.

    알고 보니,
    은행원이 A씨의 통장으로 돈을 잘못 입금한 것이었다.

    그 후,
    은행원은 계속 A씨에게 전화를 해서
    “돈을 돌려 달라”며 귀찮게 하고 있다.
    하지만 A씨는 돈을 돌려주고 싶지 않다.
    공돈을 날려버린다는 허탈감보다도,
    실수를 저지른 건 은행 측이면서,
    이제 와서 자신을 귀찮게 구는 게 너무나도 화가 난다.

    그런 이유로 전화도 안 받고 계속 무시했더니,
    은행 측이 문자 메시지를 보내왔다.
    “반환 요청에 응하지 않으시면,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귀찮게 구는 걸로 모자라, 협박까지 한다.
    뭐 이런 괘씸한 경우가 다 있을까.
    그보다, 정말 이런 걸로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긴 한 걸까?
    고객에게 협박하는 은행원에게
    내가 오히려 협박죄로 맞고소할 순 없을까?


    [A]

    이유야 어찌됐든,
    잘못 들어온 타인의 재산은
    잘 보관하고 있다가, 
    원래의 주인에게 돌려주는 것이 옳습니다.

    보관자가 반환을 거부한다면,
    지급명령신청․민사재판 등의 절차를 이용해
    이를 돌려받을 수 있겠지요.

    이와는 별도로 형사적인 처벌을 가할 수 있느냐가 문제되는데,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A씨는 횡령죄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형법]

    제355조 [횡령]
    ①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죄물을 횡령하거나 반환을 거부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횡령죄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써 버리거나 반환을 거부할 때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문제는
    이 사례처럼
    은행이 고객의 통장에 돈을 잘못 입금한 경우,
    고객을 [은행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고
    볼 수 있느냐는 점인데요,

    대법원은 여러 차례의 판례를 통해
    이를 긍정하고,
    [횡령죄]가 성립한다는 일관된 결론을 내린 바 있습니다.

    “어떤 예금계좌에 돈이 착오로 잘못 송금돼 입금된 경우에는
     그 예금주와 송금인 사이에 신의칙상 보관관계가 성립하므로
     송금 절차의 착오로 인해 피고인 명의의 은행 계좌에 입금된 돈을
     임의로 인출해 소비한 행위는
     횡령죄에 해당한다”
     (대판 2010. 12. 9, 2010도891)

    “재물을 보관하게 된 원인이
     반드시 소유자의 위탁행위에 기인한 것일 필요는 없다.
     피고인이 자신 명의의 계좌에 착오로 송금된 돈을
     다른 계좌로 이체하는 등 임의로 사용한 경우
     횡령죄가 성립한다”
     (대판 2005. 10. 28, 2005도5975)


    * 신의칙

    [신의성실의 원칙]을 줄인 말. 
    [신의성실]이란, 
    사회공동생활의 일원으로서 
    서로 상대방의 신뢰를 배반하지 않도록 
    성의를 가지고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판례에서는 [임의로 사용한 경우]만 문제삼지만,
    사용하지 않고 보관하고 있는 경우라도
    반환을 거부한다면,
    법조문에 따라 횡령죄가 되는 것은 물론입니다.

    한편,
    잘못은 자신들이 해 놓고,
    나에게 귀찮은 짓을 시키며,
    응하지 않을 경우, 형사 책임까지 지게 된다는 사실에 분개한 A씨.

    해당 문자 메시지를 보낸 은행원을
    협박죄로 고소하고 싶어합니다.
    과연 가능할까요?

    [형법]

    제283조 [협박]
    ① 사람을 협박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


    형법에서 말하는 [협박]의 의미에 대해
    학계에서는 여러 주장이 있습니다만,
    대법원의 입장은
    “일반적으로 사람에게 공포심을 일으킬 정도로 해악을 고지하는 것”
    을 의미합니다(대판 2010. 7. 15, 2010도1017).

    이 해악이 합법적인가, 불법적인가의 문제는 따지지 않습니다.
    즉,
    “형사책임을 묻게 하겠다”고 말함으로써
    상대방에게 공포심을 일으킬 경우에도,
    협박죄가 성립한다는 것이죠.

    그러나 
    은행원이 A씨에게 메시지를 발송한 정도로는
    [협박죄]를 묻기 어려워 보입니다.

    “정당한 권리행사나 직무집행으로서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때에는
     협박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그러나
     외관상 권리행사나 직무집행으로 보이더라도
     실질적으로 직무권한의 남용이 되어
     사회상규에 반할 때에는 협박죄가 성립한다”
     (대판 2007.9.27, 2007도606)


    A씨가 전화통화를 피하자,
    문자메시지를 통해
    형사 고소할 수 있음을 알린 정도로는
    사회상규에 반한다고 보기 어려워
    협박죄가 성립하기 어려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