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넘게 지루한 법정분쟁에 피로감 누적
"양측 모두 소송서 패소땐 막대한 피해 우려"
업계 "결국 재판부 조정권고안 수용 할것"


  • 2010년부터 4년 넘게 끌어온 디아지오코리아와 관세청 간 ‘5000억원대 관세소송전’이 올해 내로 결판이 날 것으로 점쳐진다.

     

    ‘승패가 날때까지 끝까지 가겠다’며 팽팽히 맞서던 이전 양상과 달리, ‘재판부가 내놓은 조정권고안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어서다.

     

    15일 디아지오와 관세청 등에 따르면 ‘5000억원대 관세소송전’을 심리 중인 서울지방행정법원 행정6부(함상훈 부장판사)는 지난달 말 양측에 분쟁 당사자들끼리 협의점을 찾도록 하는 조정권고안을 보냈다.

     

    조정권고안에는 관세청이 과세처분한 금액의 60% 수준에서 합의점을 찾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관세청이 3차례에 걸쳐 디아지오에 부과한 세금은 5000억원대로, 양측이 권고안을 받아들인다면 디아지오가 납부하게 되는 세액은 3000억원 내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디아지오와 관세청이 맞부딪친 것은 지난 2009년부터다.

     

    당시 관세청 산하 서울본부세관은 윈저 등을 제조하는 디아지오의 한국법인 디아지오코리아에 5000억원이 넘는 관세 및 부가가치세를 3차례에 걸쳐 부과했다.

     

    2004년부터 2012년까지 해외본사에서 수입한 양주의 가격을 지나치게 낮게 신고했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세관은 이런 이유를 들어 2009년2월, 2004년2월부터 2007년6월까지 디아지오가 수입한 양주에 대해 1940억원을 과세했다.

     

    또 2011년9월엔 2차로 2008년2월부터 2010년10월까지의 수입분에 대해 2167억원을, 지난해 9월엔 3차로 2010년11월부터 2012년5월까지의 수입분에 대해 1000억여원을 부과했다.

     

    디아지오도 가만히 보고만 있지 않았다. 1차로 부과된 1940억원을 납부한 후 즉각 조세심판원에 불복청구하고 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기나 긴 관세소송전은 이렇게 시작됐다.

     

    소송전에 돌입하자 양측의 논리공방은 격렬해졌다.

     

    양측은 매 공판마다 1시간 가량의 PT(프레젠테이션) 자료를 준비해 자신들의 논리를 펴며 재판부를 설득했다.

     

    관세청은 ‘디아지오가 수입가격을 경쟁업체보다 낮게 신고해 세금을 탈루했다’고 주장했고, 반면 디아지오측은 ‘관세청의 지시대로 세금을 납부했는 데 이제와 탈세기업으로 몰고 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양측의 주장이 한치의 양보없이 팽팽히 맞서자 재판부는 4년이 넘는 기간 동안 몇번이나 선고기일을 미루다 결국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최근 조정권고안이라는 중재안을 내놨다.

     

    업계는 이번 조정권고안을 양측이 받아들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4년이라는 기간 동안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양측 모두 정신적·육체적으로 지쳐있고, 자칫 패소할 경우 입을 타격이 양측 모두 막대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관세청이 패소할 경우 세무당국으로서의 신뢰 저하뿐 아니라 소송비용 등 후폭풍이 몰아칠 게 뻔하고, 디아지오가 지면 엄청난 재무적 부담을 안아야 하기 때문에 조정권고안을 받아들일 것이라는 얘기다.

     

    관세청 관계자는 "검찰 지휘를 받고 있는 입장이어서 말하기가 조심스럽다"면서도 "조정권고안에는 언제까지 답변을 해야 한다고 명시가 돼 있지 않지만 늦어도 올해 안에는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디아지오 관계자는 "(조정권고안을 받아들일지 여부에 대해) 말하기가 참으로 난감하다. 다만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