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지원센터 성패, 핀테크 기업에 달렸다…창의성 발휘할 수 있는 '환경' 조성
  • 올해 초까지만해도 실체가 없던 금융권의 ‘핀테크(Fintech)' 사업이 하나 둘 구체적인 모양새를 갖추기 시작했다. 금융사들이 회사 내부에 핀테크 사업 전담팀(TFT)을 꾸린지 약 6개월이 지난 지금, 각각 사업 방향을 수립하고 핀테크 사업을 활성화할 수 있는 초석을 다진 상태다.

    넓게 보면 모든 은행들이 ‘핀테크 지원센터’를 만들고 기술력 있는 핀테크 기업을 발굴해 육성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조금씩 다르다.

    IBK기업은행과 NH농협은행은 핀테크 오픈플랫폼(표준화된 금융 응용프로그램 개발환경․API) 제공으로 가닥을 잡았고, 하나·외환은행과 KB금융, 신한금융그룹은 별도 공간을 마련해 기업을 육성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계획이다. 

    특히 신한금융그룹은 다른 금융사들이 은행 본사 내부에 핀테크 지원센터를 마련한 것과는 다르게 은행과 상관없는 별도 공간에 ‘신한퓨처스랩(Future's Lab)을 신설하고 기업 육성 공간을 따로 분리한 점이 눈길을 끈다. 핀테크 기업들이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데 초점을 맞춘 것. 

     
                            



  • 일반적으로 금융사들의 경우 본사 내부에 공간을 활용해 핀테크 지원센터를 마련하면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관리도 수월하다. 그렇다면 신한금융은 왜 은행 본사가 아닌 충무로 남산스퀘어 빌딩에 신한퓨처스랩을 마련했을까.

    최종윤 신한은행 미래채널부 핀테크사업팀 차장은 그 이유로 핀테크 기업이 최대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금융사와 핀테크 기업이 협업하기 위해서는 실무담당자들과 자주 만나 의견을 교환해야 하는데, 그러다보니 은행 본사 지원센터 내 핀테크 기업들이 입주하는 형태로 굳어진 것.

    최종윤 차장은 이에 대해 "대부분의 핀테크 기업들이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복장으로 근무하고 출퇴근 시간도 일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아무래도 은행 본점으로 출입하면 정장을 입고 정시에 출근하는 금융사의 분위기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결국 신한퓨처스랩을 비롯해 모든 핀테크 지원센터의 성패는 결국 창의적이고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보유한 핀테크 기업에 달려 있다"며 "핀테크 회사들이 최대한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과감히 은행 외부에 핀테크 지원공간을 따로 마련했다"고 밝혔다.

      
  • ▲ 내달 20일부터 핀테크 기업 5~7곳이 신한퓨처스랩 내 입주할 예정이다. ⓒ 신한퓨처스랩
    ▲ 내달 20일부터 핀테크 기업 5~7곳이 신한퓨처스랩 내 입주할 예정이다. ⓒ 신한퓨처스랩

  • 신한금융의 이러한 시도를 두고 업계에서는 긍정적인 시선과 함께 우려의 시선도 보내고 있다.
     
    신한퓨처스랩은 멘토들과의 활발한 교류를 위해 핀테크 회사들이 반드시 랩 사무실에 상주해야 하는데 상주할 수 있는 기간은 최사별로 최장 12주로 제한돼있다. 이미 사무실을 보유한 핀테크 회사들이 신한퓨처스랩에 상주하기에는 부담스러울 수 있는 조건인 셈.

    이에 대해 최종윤 차장은 "신한퓨처스랩의 운영 목적이 멘토단과 핀테크 회사들이 자주 만나 의견을 공유하기 위한 공간인 만큼, 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최소 인력만 상주하거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신한금융은 세계 4개국에서 핀테트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액센츄어와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핀테크 기업에 12주 동안 멘토링을 제공한 뒤 그 성과를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퓨처스랩 1기에 그치지 않고 향후 2·3·4기가 나올 수 있도록 퓨처스랩을 체계적으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신한퓨처스랩 육성과정 모집은 오는 21일까지고 최종 선정 기업은 내달 13일 발표된다. 이후 12주간의 육성 과정을 거친 뒤 10월 '데모데이'를 통해 그동안의 성과를 벤처투자자들에게 발표할 계획이다.
     
    기본적으로 특허권이나 아이템을 사업화할 수 있는 권리는 핀테크사가 갖게 되며, 협의를 통해 신한금융 계열사에 적용하거나 다른 금융사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만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