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재신청·타 업체 매각 등 검토 당분간 손실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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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설계능력 부족, 공정지연 등으로 해양플랜트 건조과정에서 조(兆)단위 적자를 쌓은 국내 조선사들이 이번엔 발주사들의 잇단 묻지마식 계약취소 사태로 난감해하고 있다.

    저유가 기조 장기화로 세계 오일 메이저들 실적이 곤두박질쳤기 때문인데, 일방적 취소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조선사들이 떠안는 모습이다. 이들 업체는 해양플랜트 완공까지 많게는 수천억원의 추가비용을 들였는데, 이를 몽땅 손실로 처리해 회계에 반영하는 형편이다.

    국제기구에 중재신청을 하는 등의 대응을 펴고 있지만, 처리과정에서만 최소 1년 넘는 시간이 소요되는 등 당장의 손실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타 업체에 완공된 설비를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지만 이 역시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시추업체가 국내 대형 조선사에 일방적으로 해양플랜트 건조 계약을 취소통보하는 사태가 최근 빈번해지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달 29일 미국 퍼시픽드릴링(PDC)사로부터 드릴십 1척의 계약을 취소한다는 내용의 통보서를 받아들었다.

    올해 중순 선박명명식이 열린 바 있고, 인도 예정일이던 지난달 27일까지 문제 없이 이를 완공한 상황에서 돌연 뒤통수를 맞은 것이다. 총 계약규모는 5억1750만달러(약 5923억원) 였는데, 이 회사가 현재까지 회수한 금액은 1억8100만달러(약 2072억원)에 불과하다.

    현대중공업 역시 지난달 27일 노르웨이 프레드 올센 에너지로부터 과거 수주했던 반잠수식 시추선 1기 계약을 취소 통보 받았다.

    당초 올 3월이던 인도예정일이 12월로 지연됐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이는 프레드 올센 측의 잦은 설계변경 요구 탓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은 이로 인한 2200억여원의 손실을 3분기 회계에 반영했다. 이 회사 계열사인 현대삼호중공업도 비슷한 이유로 시추선 계약을 취소당하며, 약 1800억원을 손실처리했다.

    대우조선의 경우 최근 드릴십 건조 중도금을 제 때 지급받지 못하며 미주지역 선사에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이들 업체는 런던해사중재협회(LMAA)에 중재신청을 하고, 타 업체에 설비 매각을 검토하는 등 다 각도로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처리 기간도 상당하고, 저유가 국면이 심화된 탓에 당분간의 손실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2년과 2013년 국내 대형 조선사의 연간 수주액 중 해양플랜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60% 이상 이었다는 사실도 부담이다. 향후 해양설비 생산과정에서의 손실은 물론, 이같은 돌연 취소사태 역시 얼마든지 재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60만 달러 수준이던 드릴십 1일 용선료가 최근 절반 아래로 내려갔을 만큼 석유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며 "저유가로 오일 메이저가 무너지며 용선사, 조선사들 까지 연쇄적으로 피해가 번지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올 들어 나란히 조(兆) 단위 적자가 예상되는 국내 대형조선사와 같이 셰브론, 엑슨모빌, 로열더치셸,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등 4대 오일 메이저들의 3분기 실적 역시 적자전환 내지 반토막난 상황이다. 

    셰브론의 경우 전체 직원의 약 10%를 감축한다고 발표했고, BP도 경영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내년에 50억달러 상당의 자산을 처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