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사 수용률 낮고, 대학가 전월세 하늘의 별따기치솟은 월세 보증금·임대료 부담 커
  • ▲ 오는 2월 신학기가 시작되지만 지방에서 서울로 진학하는 예비대학생들의 주거난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사진은 경희대 정문 주변 원룸촌.ⓒ뉴데일리경제
    ▲ 오는 2월 신학기가 시작되지만 지방에서 서울로 진학하는 예비대학생들의 주거난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사진은 경희대 정문 주변 원룸촌.ⓒ뉴데일리경제


    # 최근 서울 모 대학교 수시에 합격한 이성헌(가명·19)씨는 걱정이 태산이다. 신학기가 시작되는 오는 3월에 맞춰 고향인 대구에서 서울로 이사할 예정이지만, 대학교 기숙사가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장 잘 곳 마련이 급한 그는 학교 인근 부동산을 알아봤지만, 주변 원룸은 전세가 전혀 없었고 월세는 월 임대료가 너무 높았다. 심지어 간신히 잠만 잘 수 있는 고시텔 등도 채광이나 통풍이 좋은 방은 찾을 수 없었다.

    서울지역 대학가 일대 전·월세난이 심각하다. 재학생은 물론 졸업 후에도 학교 주변에 머무는 사회초년생이 많아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는 실정이다. 심지어 신입생들은 100% 기숙사에 들어갈 수 있다는 보장이 없어 서둘러 방 찾기에 나서고 있다.

    18일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권 대학의 기숙사 수용률은 △서울대 20.4% △연세대 31.2% △고려대 10.5% △서강대 12.2% △성균관대 22.5% △한양대 11.5% △중앙대 12.1% △경희대 18.8% △한국외대 17.7% △서울시립대 7.4% 등이다.

    지방권 출신 신입생을 우선 배정한다고 하더라도 100% 기숙사를 장담할 수 없는 수치다.


    지난 17일 뉴데일리경제는 경희대, 한국외대, 서울시립대, 한국예술종합대 등이 몰려 있는 회기·외대역 인근을 찾았다.   

    회기역에서 경희대 정문까지 거리에는 대로변에 상가가, 안쪽으로는 오피스텔, 원룸, 고시원 등 대학생 주거지가 형성돼 있다.

    주거지역에는 대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신입생으로 보이는 학생과 학부모가 방을 구하러 돌아다니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중개사무소들은 휴일에도 몰려드는 손님들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A 중개사무소 관계자는 "개학 전에 방을 구하려는 학생들의 문의가 부쩍 늘었다. 부산, 광주 등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과 학부모들이 함께 상담을 받는 경우도 많다"며 "보통 전세를 가장 선호하고 월세방을 잡는 경우 보증금을 높여 임대료 부담을 줄이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문제는 수요보다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는 것"이라며 "전세는 물건이 나오지 않고 있다. 월세는 그나마 상황이 낫지만 수요자 입장에선 마음에 드는 물건을 찾기 어려운 데다 집주인들이 임대료를 낮추는 것을 꺼리고 있어 협상이 쉽지 않다"고 귀띔했다. 

  • ▲ 대학생들은 주거난의 심각성을 생생하게 증언했다. 사진은 한국외대 후문에 있는 원룸촌 모습.ⓒ뉴데일리경제
    ▲ 대학생들은 주거난의 심각성을 생생하게 증언했다. 사진은 한국외대 후문에 있는 원룸촌 모습.ⓒ뉴데일리경제


    한국외대 후문 인근에도 대규모 원룸촌이 조성돼 있다. 이곳에서 만난 대학생들은 주거난의 심각성을 토로했다.

    대학생 최창인(가명·23)씨는 "회기-외대역 원룸 시세가 보통 보증금 500~1000만원대에 월세 40~50만원대다. 학생 입장에선 부담스러운 가격"이라며 "상대적으로 저렴한 셰어하우스(한 가구를 여러 사람이 공유하는 형태)라도 들어갈 수 있다면 운이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대학생 한선미(가명·21)씨도 "월세 부담 때문에 인천, 수원 등에서 통학하는 학우들도 있다"며 "보증금 없이 월세 20~30만원대인 고시텔(고시원에 개인 화장실 등을 갖춘 곳)도 그나마 쾌적한 방은 이미 주인이 있다"고 전했다.  

  • ▲ 최근 대학가에는 대학생뿐 아니라 졸업생, 직장인 등도 몰리고 있다. 사진은 회기역 근처 공인중개소 모습.ⓒ뉴데일리경제
    ▲ 최근 대학가에는 대학생뿐 아니라 졸업생, 직장인 등도 몰리고 있다. 사진은 회기역 근처 공인중개소 모습.ⓒ뉴데일리경제


    이처럼 대학가 주거난이 심화하는 이유는 수요-공급 불균형과 집주인들의 월세 선호 현상 때문이다.  

    경희대 정문 주변에서 원룸을 운영하는 박철희(53)씨는 "취직 연령이 갈수록 늦어지는 데다 취직 후 돈을 모으기 위해 계속 대학가에서 거주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연고가 없는 직장인들도 주거비를 아끼기 위해 빈방을 문의하기도 한다. 학생들 입장에선 방을 잡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집주인들은 월세로 가계를 꾸리는 노령층이 많아 전세 전환이나 임대료 인하가 쉽지 않다"며 "주변 집주인들은 대부분 40만~50만원대의 월세를 조건으로 걸고 있다"고 설명했다.

  • ▲ 대학가 주거난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사진은 한국외대 후문 전봇대에 있는 원룸 광고 모습.ⓒ뉴데일리경제
    ▲ 대학가 주거난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사진은 한국외대 후문 전봇대에 있는 원룸 광고 모습.ⓒ뉴데일리경제


    이러한 주거난은 △서대문구 연희동, 창천동, 대신동, 서교동 △마포구 신수동, 대흥동 △관악구 서림동, 대학동, 봉천동 등 다른 대학생 주거지역도 마찬가지였다.      

    신수동 F 공인중개소 대표는 "전세나 저렴한 월세방을 문의하는 학생들이 많지만 물건이 귀한 상황"이라며 "결국 이들은 월세 40~50만원대 원룸에 들어가거나 주거비를 아끼기 위해 잠만 자는 방, 고시원 등을 선택한다"고 말했다.   

    서림동 G 공인중개소 대표도 "집주인들이 전세는 처음부터 배제하고 물건을 내놓는다"며 "월세는 아직 물량이 있지만 학생들이 선호하는 풀옵션과 깔끔한 환경을 갖춘 방은 임대료가 40~50만원대 이상인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