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구조조정 성공적, 경기 산하기관 절반 축소 진행 중
  • ▲ 2014년 7월 2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3개 시·도지사 오찬 간담회에 참석한 박원순 서울시장(右)과 남경필 경기지사(中), 유정복 인천시장. ⓒ 사진 연합뉴스
    ▲ 2014년 7월 2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3개 시·도지사 오찬 간담회에 참석한 박원순 서울시장(右)과 남경필 경기지사(中), 유정복 인천시장. ⓒ 사진 연합뉴스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지방자치단체들이, 지방공기업 및 출연·출자기관의 군살빼기에 나서고 있지만, 통폐합 해당 기관 직원과 노조의 조직적인 반발, 이들과 이해관계가 있는 외부 단체들의 저항 등이 맞물리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과 경기, 인천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막대한 부채와 재정적자의 늪에 빠져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때문에 이들 시도는 비대해진 산하기관의 몸집을 줄이고, 경영을 합리화하는데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지방공기업과 산하기관의 방만 경영, 모럴 헤저드, 기능 및 역할의 비효율성 등은 국회 국정감사 및 시도의회의 행정사무감사의 단골 지적사항이란 점에서, 수도권 지자체의 산하기관 구조조정을 바라보는 여론은 나쁘지 않다.

수도권 지자체들도 부채를 줄이면서 동시에 주민 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산하기관 다이어트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러나 3개 시도의 기본적인 태도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경기와 인천이 통폐합을 통한 몸집 줄이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서울은 직접적인 구조조정보다는 경영혁신과 같은 간접적인 방법을 선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산하기관 구조조정은 전체적으로 지지부진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그 주요 원인으로는, 구조조정 당사자인 직원 및 노조의 반발이 꼽힌다. 이 문제를 정치쟁점으로 다루는 일부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발목잡기도 지방공기업 구조조정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산하기관에 대한 구조조정이 갈지자 행보를 보이면서, 수도권 지자체 및 산하기관의 낮은 청렴도 역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서울의 경우, 국민권익위의 청렴도 조사 결과 2년 연속 4등급을 받는 등 시와 산하기관의 청렴도가 전국 평균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 산하기관 구조조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현실과는 반대로 서울의 산하기관 구조조정은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수도권 광역 지자체 가운데 산하기관 구조조정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곳은 경기도다. 경기도는 남경필 지사 취임 이후, 25개 이르는 도 산하기관의 군살빼기를 주요 현안으로 지정하고,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경기도는 지난달 25일 연정실행위원회를 열고, 공공부문 경영컨설팅 전문기업인 엘리오앤컴퍼니가 제출한 용역 결과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 보고서는 25개 이르는 도 산하기관을 13개로 줄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경기도는 보고서를 바탕으로 의견 수렴과 조례 개정 절차를 거쳐 산하기관을 통폐합한다는 밑그림을 그려놓고 있다.

그러나 최근 경기도의 이런 계획은 의견을 수렴하는 단계에서부터 암초를 만났다.

통폐합 대상 기간 소속 직원과 노조는 경기도가 기관의 특성을 무시한 채 획일적인 경제논리로 몸집을 줄이는 데만 신경을 쓰고 있다며, 도의 구조조정 계획에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산하기관 직원과 노조는 물론이고 이해관계가 있는 시민단체들도 반대 대열에 동참하면서, 도의회도 한발 빼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산하기관 통폐합을 위해선 조례 재개정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도의회의 기류 변화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사안이다.

경기도의 산하기관 통폐합 작업은 이미 한 차례 무산된 전례가 있다.

앞서 도는 2014년 평생교육진흥원과 청소년수련원의 통합을 추진했으나 관련 조례안이 도의회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무산됐다.

경기도가 산하기관 직원 및 노조의 반발 등으로 멈칫거리고 있는 사이, 인천시는 산하기관 몸집 줄이기를 사실상 마무리했다.

특히 인천시는 부채 감축이 시의 최우선 과제인 만큼, 산하기관 구조조정 현안을 다루는 시의 태도에서는 절심함이 묻어난다.

인천시는 지난해 7월부터 행정자치부의 ‘1단계 지방공기업 구조개혁방안’에 따라, 기능이 유사하거나 중복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우선 통폐합을 추진해왔다.

시의 산하기관 통폐합은 관광→문화→경제분야의 3단계로 이뤄졌다.

인천시는 먼저 관광분야 산하기관인 국제교류재단, 의료관광재단, 인천도시공사 관광사업부를 통합, 이 세 기관의 기능을 합친 인천관광공사를 지난해 9월 만들었다.

문화부문은 인천문화재단과 강화고려역사재단을 하나의 조직으로 묶는 데 성공했다. 인천시는 관련 조례 개정 및 재단 청산, 법인 폐지 등의 절차를 거쳐 이르면 올해 7월 두 기관의 통합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현재 인천시는 3단계인 경제분야 산하기관 통합을 눈앞에 두고 있다.

경제분야는 인천테크노파크, 인천정보산업진흥원, 인천경제통상진흥원을 모두 폐지하고, 이들 세 기관의 기능을 합친 ‘인천경제산업정보테크노파크'를 신설하는 방안으로 추진됐다.

시는 최근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인천테크노파크 정관 변경 허가를 받아내면서, 통합을 위한 9부 능선을 넘었다.

인천시는 처음 세 기관을 모두 폐지한 뒤 새 법인을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이 경우 증여세 등 막대한 세금이 부과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1개 기관이 다른 두 개 기관을 흡수통합하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 출범하는 ‘인천경제산업정보테크노파크'는 7월 중 문을 열 예정이다.

인천시는 “산하기관 통합을 통해 연간 42억원의 예산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기 인천과 비교할 때, 서울시의 산하기관 구조조정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서울시는 2013년부터 산하기관 경영개선을 위한 외부 컨설팅을 의뢰하는 등 구조조정 작업을 벌이고 있다.

경기도와 인천시가 산하기관 통폐합을 통해 적극적인 몸집 줄이기와 예산 절감에 나서고 있는 것과는 달리, 서울시의 산하기관 구조조정은 ▲조직 및 인력 효율화 ▲사업구조 개편 ▲재정건전성 강화 등 ‘산하기관 별 내부 경영합리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 서울시 산하기관 가운데 현재까지 통합을 추진하는 곳은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 2곳 뿐이다.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 통합도, 노조의 경영참여를 사실상 보장한 노동이사제 도입 논란 등 산하기관 구조조정 본래의 취지와 다른 문제가 불거지면서 진통을 겪고 있다.

서울시 산하기관은 지방공기업과 출연기관 출자기관의 3가지 종류로 구분된다.

이 가운데 지방공기업은 ▲서울메트로 ▲서울도시철도공사 ▲서울시설공단 ▲농수산식품공사 ▲SH공사 등 5곳이다. 

시 산하기관 가운데 비중이 가장 큰 출연기관은 ▲서울의료원 ▲서울연구원 ▲서울산업진흥원(SBA) ▲신용보증재단 ▲세종문화회관 ▲여성가족재단 ▲서울시복지재단 ▲서울문화재단 ▲시립교향악단 ▲자원봉사센터 ▲서울디자인재단 ▲서울장학재단 ▲평생교육진흥원 등 13곳이며, 출자기관인 서울관광마케팅 1곳이다.

서울시는 산하기관 구조조정과 관련해 “재무구조 건전화와 기관 역할 재정립 등 경영혁신방안을 마련해,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서울시가 밝힌 기관별 주요 경영혁신 과제는, 그 내용이 추상적인 것은 물론 ‘조직의 군살을 빼 경영을 효율화 한다’는 구조조정 본래의 목적과도 거리가 멀어 보인다.

예를 들어 환경변화에 따른 기능 및 비전 정립과 사업구조 개편방안(SBA), 예술단 운영 활성화 방안(세종문화회관), 서울시 MICE 전담기구로서 공익적 역할 강화방안(서울관광마케팅), 친환경학교급식 기능 강화방안(농수산식품공사) 등은 서울시가 추진하는 구조조정의 목적이 어디에 있는지 의심케 한다.

산하기관에 대한 서울시의 경영컨설팅은 현재 진행 중이다.

앞서 시는 2013년 3월부터 2014년 2월까지 다국적 컨설팅 기업인 맥킨지와 삼일회계법인 컨소시엄에 30억원을 주고, 시 본청과 서울메트로, 서울도시철도공사, SH공사, 서울연구원, 서울시설공단에 대한 컨설팅을 실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