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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조6천억 적자 공기업에 '노동이사제'? 서울시의 몽니

바른사회시민회의 “제도 도입 시 공기업 구조조정 기대하기 힘들어”

입력 2016-03-28 16:45 | 수정 2016-05-12 09:05

▲ 바른사회시민회의는 28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공기업 노동이사제 도입의 문제점 진단’ 전문가 토론회를 열었다. ⓒ 바른사회시민회의 제공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의 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서울시가 근로자의 경영 참여를 제도화한 ‘노동이사제’ 도입을 적극 검토하면서, 서울시의 결정이 오히려 공기업의 구조조정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될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바른사회시민회의는 2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공기업 노동이사제 도입의 문제점 진단’ 전문가 토론회를 열고, 해당 제도가 안고 있는 위험을 분석했다.

서울시와 시의회 및 언론 보도에 따르면, 서울시는 내년 1월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를 합친 통합공사 설립을 추진 중이다.

두 기관이 예상대로 통합한다면, 서울지하철 1~8호선 운영을 총괄하는 거대 지방공사가 탄생하게 된다. 문제는 이 두 기관의 통합을 추진 중인 노사정 대표단이 통합공사의 경영에 ‘노조’의 참여를 법제화하기로 합의했다는 것이다.

노사정 대표단의 합의사항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들이 합의한 사항의 핵심은 노동이사제 및 노사간 경영협의회 도입이다. 노사정대표단은 이들 제도의 도입을 법제화하기 위해 새로 조례를 제정하고, 조례의 위임을 받아 통합공사가 정관으로 이들 제도를 명시한다는 세부계획을 합의안에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의 경영참여를 의무사항으로 법제화하는 것은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실험으로, 노사정 대표단이 합의한 방안이 예정대로 실행된다면, 국내 다른 공기업으로 파급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그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공공기관의 경영에 노조 혹은 근로자의 참여를 의무화한 법령은 없다. 노동이사제 도입을 추진 중인 노사정 대표단도, 이런 사실을 인식하고 근거법령을 마련하기 위해 새로 서울시 조례를 제정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노사정 대표단은 새로 제정하는 서울시 조례를 근거로, 통합공사의 정관에 노동이사제를 명문화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노사정 대표단의 이런 방안에 대해서는, 조례로 제정할 수 없는 사항을 규정한 지방자치법에 반하는 위헌적 발상이란 지적이 적지 않다.

해당 제도의 위헌 여부를 떠나, 노조의 경영참여를 의무화한 노동이사제 도입은, 공기업 구조조정을 가로막는 시대착오적 결정이란 비판이 힘을 얻고 있다.

두 기관을 합치려는 원래 목적이 4조6천억원에 달하는 부채를 줄이려는 데 있었다는 점에서, 서울시가 본래 목적을 망각한 채 노조의 기득권만 키워주는 엉뚱한 길로 가고 있다는 쓴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노동이사제 법제화가 안고 있는 문제를 법률제도적 측면과 거시 경제적 측면에서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했다.

이날 토론회를 지켜본 서울시 노동전문관은 발제 및 토론이 마무리된 뒤, “서울시는 노조의 경영참여를 법제화하기로 결정한 사실이 없으며, 관련 제도 도입 여부는 검토 중에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서울시 노동전문관은 “연구진들이 유럽 각 국가를 직접 방문하는 등 깊이 있는 연구를 진행했으며, 유럽의 다수 국가가 이 제도를 도입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서울시 노동전문관은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노조가 아닌 근로자가 경영에 참여하는 것”이라며, “이사로 경영에 참여하는 이상 해당 근로자는 노조원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서울시 노동전문관의 반론에 이날 토론회 사회를 맡은 조동근 교수(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는, “경영에 참여하는 근로자가 형식적으로 노조원이나 아니냐는 지엽적인 문제”라며, “통합 예정인 공공기관의 경영에 노조의 참여를 의무화하겠다는 기본 방침은 바뀐 게 없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이날 사회와 발제는 조동근 명지대 교수와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가 각각 맡았으며,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 최완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토론에 나섰다.

사회를 맡은 조동근 교수는 토론에 앞서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를 합치려는 서울시의 기본 태도에 강한 의문을 나타냈다.

조동근 교수는 “경영효율을 위한 것이라면 통합을 고려할 수 있지만,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한 구조조정을 저해하는 통합이라면 이를 추진할 이유가 없다. 우선 서울시장이 이런 무거운 사안을 근거 법률도 없는 상태에서 조례로 추진하려 한다는 사실이 경악스럽다”고 말했다.

조동근 교수는 노동이사제를 처음 도입한 유럽도 외면하는 구시대의 유물을 마치 새로운 패러다임처럼 소개하면서, 도입을 강행하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특히 조동근 교수는 “제도를 처음 도입한 독일이 허용한 건 근로자의 경영참여가 아니라 감독이사회 참여인데도 불구하고, 서울시가 이를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쓴소리를 냈다.

조동근 교수는 해당 제도가 갖고 있는 위헌성도 지적했다. 조 교수는 “노조 혹은 근로자의 경영참여는 법률에도 없는 사안”이라며, “서울시는 이런 중대 사안을 조례로 정하겠다고 하는데, 서울시장이 우리 법 체계의 근간을 임의로 좌우할 수 있는지 무척 우려스럽다”고 꼬집었다.

다음은 이날 발제 및 토론자들의 발표 내용을 발췌 요약한 것이다.


▲ 서울지하철 차량기지. ⓒ 사진 연합뉴스


발제, 전삼현 교수

노동이사제는 1970년대 독일을 중심으로 처음 도입됐지만 지금은 시장 환경에 대처하기 위한 신속한 의사결정을 가로막고, 결과에 대한 책임의 주체도 모호하게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노동개혁 과정에서도 드러났듯 우리나라 노조는 기득권 사수에 골몰하는 집단이기 때문에 섣불리 도입했다가는 많은 부작용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이사제는 근로자가 경영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노동계가 오랜 기간 동안 도입을 주장해 온 제도이지만, 독일의 경우를 보면 경영 효율성이 보장되기 어려운 단점들을 갖고 있다. 노동이사제를 도입한 기업은 경영효율성 저하로 경쟁력을 상실할 우려가 매우 높다.

소비자권익은 물론이고 장기적으로 국가산업발전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노동이사제 도입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노동계에서는 유럽의 예를 들면서 노동이사제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독일의 경우 글로벌 경쟁이 심화된 1990년 대 이후부터 기업들의 경쟁력이 하락하자, 근로자 경영참여를 제도적으로 개선하기 시작했다. 그 대표적 예가 2003년 사민당 당수인 슈뢰더가 마련한 ‘하르츠(Hartz) 개혁’이다. 슈뢰더 정부는 이를 통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제고했다.

오늘날 독일의 경쟁력 강화는 기민당이 정권을 장악한 이후에도 사민당이 마련한 개혁안을 그대로 계승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많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현재 통합지하철 공사가 추진하고 있는 노동이사제 도입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역행하는 것은 물론이고 청년실업률이 급증하고 있는 대한민국 노동시장의 현실을 감안할 때 시대적 수요에 역행하는 정책이다.

독일의 노동이사제도는 공동결정제도라는 법률을 근거를, 근로자의 경영참여를 보장하는 법제도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과하고 국회에서 제정한 법률에 근거규정이 없는 노동이사제를, 지방공기업인 서울지하철 공사에 도입한다는 것은 입법론적으로 논란이 많을 것으로 판단된다. 노동이사제는 지방자치법 규정 및 관련 판례를 볼 때, 위헌성 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근로자 경영참여 제도가 안고 있는 문제들은 독일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독일의 주식시장 규모는 미국의 약 5%에 불과하며 중국에 비해서도 훨씬 작다. 그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바로 근로자 경영참여 제도다. 

독일식 근로자 경영참여 제도에 대한 맹신은 국내시장에 대한 투자를 억제하는 것은 물론이고 일자리 창출을 방해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통합 서울지하철 공사가 근로자 경영참여를 제도화하는 경우, 성과연봉제, 저성과자 퇴출 등 공사의 재정건전성 개선을 위헌 구조 개선은 기대하기 어렵다. 오히려 공사의 방만한 경영으로 부채가 더 늘어날 위험이 크다. 향후 서울시민은 물론이고 국민들이 이를 부담해야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토론1. 오정근 교수

노동이사제 도입은 노동 및 공공부문 개혁을 바라는 국민적 열망에 대한 정면 도전이나 다름이 없다.

650개 공공부분 부채가 594조에 달한다. 1년 동안 공공부문 개혁한다고 노력했지만 8천억 밖에 줄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공기업에 노동이사제가 도입된다면 공공부문 구조조정은 기대할 수 없게 된다.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공공부문의 기득권은 더 강해질 것이다.

공공부분의 부채는 더 늘어나고 결국 미래세대에 대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제도를 처음 도입은 독일도 1980년대 후반부터 문제를 인식하고 개선을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외국 투자자들은 물론이고 독일 기업들조차 해외로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독일은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개혁에 착수했다. 그 결과 독일은 1994년 철도를 아예 민영화했다.

지금 세계 경제는 2차 산업인 제조업, 3차 산업인 서비스업을 넘어 4차 산업인 벤처기업을 육성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70년대 발상을 가지고 시대착오적 제도를 도입한다면, 우리 경제를 후퇴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토론2. 최완진 교수

유럽의 노동이사제는 노조 대표가 아니라 노조가 추천하는 외부 전문가들이 참석해 감시 기능에 집중한다. 그런 독일에서도 이 제도가 기업의 의사결정만 더디게 하고 책임소재를 모호하게 한다는 비판이 대두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이 제도를 도입할 경우, 노조의 정치 투쟁으로 경영효율화를 위한 성과연봉제 등 구조조정 방안이 현실화되기 어렵고, 노조가 강경 파업으로 치달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노동이사제 도입은 노조의 정치적 영향력을 키워 공기업 경영을 장악하도록 할 우려가 크다. 노동조합이 공기업 경영에 간섭하게 되면 공기업의 개혁이나 구조조정이 어려워지고, 결과적으로 공기업의 지배구조를 후진적으로 만들 가능성이 크다.

대기업과 공기업 노조들 가운데 상당수가 집단이기주의 행태를 버리지 못 하고 있는 현실에서, 노조에 ‘경영권 참여’를 허용할 경우 혼란과 갈등을 불러 올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회가 제정한 법률에 근거가 없는 ‘근로자 경영참여’를, 서울시가 조례와 정관을 통해 관철하는 것은 헌법적 가치에 위배 될 소지가 있다.


토론3. 최준선 교수

법률에도 없는 제도를 서울시 조례와 정관으로만 한다? 이것부터 문제다.

서울지하철은 시장 개인의 것이 아니다. 서울시민의 지하철이라면 제도를 도입하기 전에 시민에게 묻는 것이 먼저다. 상위법률 근거도 없이 시장 전권으로 제도를 변경할 수는 없다.

독일의 제도를 따랐다고 하는데 그것도 아닌 것 같다.

독일의 경우, 근로자 대표가 참여하는 건 감독이사회지 경영이사회가 아니다. 즉 독일은 이사회가 이원화돼 있는데, 독일 근로자 대표는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반면, 서울시 안을 보면 근로자 혹은 노조가 직접 경영에 참여토록 하고 있다. 독일하고 근본적 차이가 있다.

노동이사제는 세계적인 추세와 맞지 않는다. 외국자본의 투자 유치에도 장애물이 될 수 있다. 노조가 반대하면 인수합병도, 신속한 의사결정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근로자 경영참여에 관한한 프랑스의 노동자 지위가 가장 강한데, 이 경우도 법률에 근거가 있다. 이런 중대 사안을 조례로 제정하는 건 헌법 위반이다.

서울지하철의 진짜 주인인 서울시민의 의견 수렴도 없는 공기업 지배구조 변경 시도는 중단해야 한다. 적자가 4조6천억원에 달하는 공공기관을 공무원들의 시험 대상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양원석 wonseok@new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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