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적 재정정책과 구조개혁 시급 경제활성화법-금리인하-추경예산 진력해야
  • ▲ 구조조정을 앞둔 조선3사 ⓒ연합
    ▲ 구조조정을 앞둔 조선3사 ⓒ연합

    한국경제가 장기적인 구조적 불황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세계적 불황과 공급과잉으로 조선, 해운, 철강, 석유화학, 에너지 등 간판 업종들이 비틀거리고 있다. 입버릇 처럼 구조조정을 얘기하지만 기업과 채권단, 노조의 입장이 다르고 정치권의 표정도 뜨악하다.

    조선, 해운을 비롯한 주요 기업들의 구조조정으로 실직자가 쏟아져 나올 경우 실업률이 상승하고 겨우 풀리려던 소비심리가 얼어 붙을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 ▲ 미국기준금리 인상ⓒ연합
    ▲ 미국기준금리 인상ⓒ연합


    글로벌경제도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는 가운데 미국의 금리인상과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 악재가 이어질 전망이어서 상당한 후폭풍이 예고되고 있다.

    이제 겨우 수출과 내수 소비를 되살려 기지개를 펴려던 경제계는 다시 한번 ‘시계제로’의 상황을 맞게 됐다.

    여기에 20대 국회가 여소야대로 바뀌면서 청와대와 정부의 추진동력도 힘겨워 보인다. 혁신적인 정책을 내놓아도 국회에서 발목을 잡히면 법안은 무용지물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 어두워지는 한국의 경제성장률 

    최근 국내외 경제기관들마다 한국이 저성장체제에 접어들었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 ▲ 세계-한국경제 성장률 추이ⓒ블룸버그
    ▲ 세계-한국경제 성장률 추이ⓒ블룸버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1%에서 최근 2.7%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민간연구기관들도 성장률 전망치를 3%대에서 2%대로 하향 조정하고 있다. 정부 역시 6월 말 내놓는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서 3% 성장을 포기할 공산이 크다.

    OECD는 한국이 경제성장을 뒷받침하려면 △ 확장적 재정정책과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부 지출 규모와 구성을 조정하는 재정정책은 단기적으로 총수요를 늘려 경기를 부양할 수 있다. 구조개혁은 경쟁력과 생산성을 높여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도록 하는 정책이다.

    OECD는 한국 노동시장의 경직성과 이중성이 사회 통합과 성장잠재력 확충을 저해한다고 비판했다. 비정규직이 정규직에 비해 임금, 사회보장 범위, 직업훈련 기회 등이 턱없이 낮다 보니 심각한 임금 격차와 높은 상대적 빈곤률이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규제영향 평가에 기초한 ‘규제비용 총량제’를 도입하고, 각종 규제를 네거티브로 전환하는 등 개혁을 가속화해 서비스분야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R&D(연구개발) 투자 효율성을 높이라고 권고했다. OECD는 한국의 R&D 투자 규모는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기술이전과 상용화에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서비스업 R&D 비중은 전체 한국기업 R&D의 8%로 OECD 평균의 4분의 1가량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경제 활성화를 위한 법안들의 운명은

    경제성장률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경제활성화를 위한 정책들의 앞길은 험난한 상황이다.

    근로자파견 기한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고, 파견 업종의 확대를 위한 노동관계법 개정이 야당의 반대로 원안 통과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여당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이 법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야당은 비정규직 일자리만 늘어날 것이라 반대 입장이다.

    서비스법은 의료 민영화를 위한 꼼수라는 야당의 입장과 민영화는 기우라는 여당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며 합의에 실패했다.

    규제프리존특별법의 경우 대기업의 이·미용업 진출 허용 등 일부 내용이 막판 쟁점으로 떠오르며 처리되지 못했다. 20대 국회에서도 처리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인터넷은행 공식출범에 발목을 잡고 있는 산업자본법 지분을 50%까지 늘리는 은행법이 처리되지 않으면 카카오와KT는 은행의 최대주주가 될 수 없다.

  • ▲ 다음카카오 ⓒ연합
    ▲ 다음카카오 ⓒ연합


    국책은행의 자본 확충 방안이 윤곽을 잡히는 6월부터는 조선·해운 등의 구조조정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공기업과 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실탄(재원) 마련이 시급하다. 정부는 한국은행이 발권력을 발휘해 국책은행의 구조조정 기금을 지원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야당은 공기업의 방만 경영과 재벌의 경영실패를 공적자금으로 지원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20대 국회 출범을 앞두고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의 원내대표를 통해 각 당의 입장을 들어봤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 경제활성화 법안이 조속히 처리 되어야 한다 ” 며 “20대 국회의 가장 중요한 사안이며 야당과 협치를 통해 경제활성화관련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 청년일자리,서민주거안정,가계부채해소와 사교육비 해소 등의 현안을 해결하기 위안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겠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총선에서 승리한 야권이 경제활성화 법안들을 놓고 청와대 길들이기를 위해 '협치'라는 이름 아래 대대적으로 수정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박근혜노믹스가 본래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워지는게 아니냐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구조적 불황이 지속되다 보니 경제활성화 정책들이 시급하다”라며 “장기적 경제활성화 차원에서 금리인하와 추경예산 편성이 시급한 현안인데, 정부와 국회는 당리당략 보다 경제살리기 차원에서 총력을 다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