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살아야 분배도 는다IT 창업 트랜드는 소맥, 변화 못따르면 신용불량자
  • ▲ 뉴데일리 경제는 3일 '절규하는 한국경제'를 주제로 좌담회를 진행했다.  ⓒ 정재훈 기자
    ▲ 뉴데일리 경제는 3일 '절규하는 한국경제'를 주제로 좌담회를 진행했다. ⓒ 정재훈 기자


    트리플 절벽에 선 한국경제가 절규하고 있다. 북한의 핵도발, 유가 하락, 중국 증시 폭락 등 잇따른 악재로 수출, 고용, 물가 지표는 폭락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청년실업률은 9.2%를 기록,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정부가 청년 취업을 늘리기 위해 마련한 서비스법은 끝끝내 19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3% 달성은 녹록치 않다는 전망이 많다. 

    <뉴데일리경제>는 앞으로 3회에 걸쳐 경제 현장에서 뛰는 전문가들과 함께 한국 경제의 상황을 진단해 보고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기 위한 좌담회를 연재한다.

    첫 주제는 '산업붕괴 위기'로 내수침체, 대기업 낙수효과, 청년창업의 허와 실, 경제활성화를 비롯한 경제 정책의 방향성 등을 살펴봤다.  본지 양원석 차장의 사회로 이성호 인성이에스티 전무이사, 김범진 타이거컴퍼니 대표, 봉필규 경기도상인연합회장, 왕효근 도평건기 사장이 참석했다.



    ◆ 창업? 빚 권하는 사회, 안전장치는 無

    양원석 기자
    현장에서 느끼는 내수침체가 얼마나 심각한 지 말씀해 달라. 

    김범진 대표
    IT업계는 트렌드가 굉장히 빠르다. 최근까지 소맥(SoMAC)이라는 단어를 많이 썼다. 소셜(Social), 모바일(Mobile), 애널리틱스(Analytics), 클라우드(Cloud)인데 여기에 빅데이터가 전면으로 부상하면서 흐름이 또 달라지고 있다.

    지금 가산디지털단지에 IT회사만 10만개가 넘게 있다. 그 회사들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퇴출이다. 항상 위험에 노출돼 있다. 시장은 계속 글로벌화 되기 때문에 로컬 기업은 치열할 수 밖에 없다. 청년들이 해외로 나가려는 노력을 많이 기울일 수밖에 없다. (국가) 한쪽에서는 '창조경제'를 외치면서 창업을 장려하는데 경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사업이 해야 얼마나 되겠나, 연대보증 문제까지 다 신용불량자를 만드는 일이다.

    양원석 기자
    청년창업을 정부에서 적극 장려중인데 단발성 지원을 하더라도 약효는 있다. 청년 창업은 아이템이 무르익지 않은 상태로 도전해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렇게 무너진 청년 사업자가 경제생태계로 돌아올 패자부활 제도가 부족하다는 걱정이 많다.

     

     

  • ▲ 김범진 타이거컴퍼니 대표는 무리한 창업은
    ▲ 김범진 타이거컴퍼니 대표는 무리한 창업은 "연대보증 문제까지 신용불량자를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정재훈 기자



    김범진 대표
    현재 벤처기업 인큐베이팅, 소위 스타트업 지원을 5년 째 하고 있다. 거쳐간 회사만 해도 120여 곳인데 이 중 자리를 잡은 회사는 채 10%가 안된다. 겨우 회사를 유지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정부는 창업을 장려하고 있지만 스타트업의 퇴출과 진입은 자유롭지 못한 게 현실이다. 사회 전반적으로 M&A가 활성화 돼야 한다.

    왕효근 사장
    결국 시장을 풀어줄 수 있는 건 정책금융, 신용으로 접근해야 한다. 저 같은 경우도 대기업과 거래할 땐 반드시 서울신용보증에서 연대보증을 해야한다. 몇십억 부채의 위험을 감수해야만 일을 진행할 수 있다. 건설업체를 (시중)은행들은 상대를 하려고 하지 않는다.

    양원석 기자
    연대보증은 기업 대표로서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심한 경우에는 대부업체를 통한 대출을 받으려고 시도했다가 거절당하는 경우도 봤다. 우리 경제가 구조화 되면서 정부가 만든 보증기관이 시장을 옥죄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이성호 전무이사
    제가 운영하는 석유화학 부분으로 예를 들면, 평상시 공급기업은 공장 가동률은 평균 130%까지 유지가 된다. 24시간 쉬는 날 없이 일을 해야 하는데, 현재 정유사를 뺀 석유화학 부문의 공동 가동률은 70%이하이다. 생산을 하청받는 중소기업의 타격은 말할 것도 없다. 정치권이 느끼고 있는 적신호와 온도차이가 상당하다.



    ◆ 총선 앞두고 '경제위기', 마케팅 슬로건화

    양원석 기자
    제조업의 침체는 지역경제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기업 지역공장이 침체에 빠지면 지역경제는 죽을 수 밖에 없는데 지금 기댈 게 그거 밖에 없어 보인다. 대기업 낙수효과는 경제민주화와 또 연결이 된다. 경제민주화와 경제활성화 어느 쪽에 더 공감 하시는 지 궁금하다.

    이성호 전무이사
    총선을 앞두고 지금 경제위기 상황이 정치적인 은유, 마케팅 슬로건으로 되는 것 같다. 경제민주화, 경제활성화는 억지로 정치적인 색으로 나눈 것이다. 성장을 위한 구체적인 아젠다가 있는지, 소상공인, 중소기업인들이 느낄만한 정책적인 아젠다가 없다는 게 문제이다. 실행안이 없다면 거시적인 슬로건만 남는다. 대공황에 접어든 한국경제 상황에서 경제 정책을 심판한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중환자의 전문의를 바꾼다는 여유로운 정치적인 논의가 아니냐.

    미국과 중국, 일본은 구조개혁이나 환율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아젠다가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제민주화는 추상적이고 대상 자체가 없다. 이런 접근 방식은 현장 경제인들의 힘을 빠지게 한다.

     

  • ▲ 이성호 인성이에스티 전무이사는
    ▲ 이성호 인성이에스티 전무이사는 "총선을 앞두고 현재 경제위기 상황이 정치적인 마케팅 슬로건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정재훈 기자



    봉필규 회장
    시장에서 느끼는 경기침체도 마찬가지다. 경기도 내에 부지가 조금만 마련되면 대형마트가 들어온다. 경기도는 역설적으로 정부로부터 역차별을 받고 있다. 제조업이 못들어오기 때문에 가장 쉬운 유통 쪽으로만 치고 들어온다. 그럼 전통시장, 골목시장 상인들은 몇중고를 겪게 된다.

    정치권은 당연히 경제활성화가 돼야 분배를 하고, 분배가 돼야 경제가 활성화되는 건데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를 두고 계속 다투고 있다. 자꾸 국민들을 향해 미사여구를 붙인다, 그냥 국민만 바라보고 일해줬으면 좋겠다.

    김범진 대표
    대기업의 낙수효과는 이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현대차가 차 한 대를 만들기 위해 부품이 2만개가 들어간다고 한다. 그런데 미국의 테슬러 전기차는 2천개 밖에 안든다. 만약에 태슬러가 진출하면 우리 기업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낙수효과에 대한 패러다임을 버려야 한다.

    왕효근 사장
    구조화 문제는 건설에서 가장 잘 나타난다. 선도그룹인 대기업의 역할이 가장 중요한데 모든 선도기업이 주춤하는 상태가 됐다. 건설 자체에서 파생되는 문제는 여러가지다. 그중 금융이 가장 문제라고 말하고 싶다. 금융이 혈액 역할을 해줘야 건설 과정이 돌아가는데 피가 가다가 말고, 안도는 것 같은 느낌을 많이 받는다.

     

  • ▲ 왕효근 도평건기 사장은 기업경영에 있어서
    ▲ 왕효근 도평건기 사장은 기업경영에 있어서 "금융이 혈액 역할을 해줘야 피가 돌아간다"고 밝혔다. ⓒ 정재훈 기자




    ◆ "국가가 대기업 키웠 듯, 中企 부양해야"

    이성호 전무이사
    각 산업별로 다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고 본다. 대한민국은 영화사가 택배와 홈쇼핑을 한다. 대기업이 모든 산업을 하는 후진국 스타일이다. 우리나라의 대기업 의존지수가 대단히 높다. 경제관료들은 IMF가 대기업 의존이 높다고 지적한 것을 굉장히 싫어한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10년 간 대기업 영업익은 꾸준히 늘었지만 현렵사들은 반토막에 그쳤다. 대기업 영업이익이 8~13% 오를 때 협력사는 3~4%밖에 이익이 안났다. 대기업 낙수효과가 중소기업으로 온다는게 아니라는 말이다. 그렇다고 대기업을 강력하게 손볼 수 없는 만큼 중소기업을 부양하는 강력한 국가정책이 나와야한다고 생각한다.

     

  • ▲ 봉필규 경기도상인연합회 회장은
    ▲ 봉필규 경기도상인연합회 회장은 "우리나라 대기업은 나라에서 키워줬다. 이제 소상공인 쪽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 정재훈 기자



    봉필규 회장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다 나라에서 키워준 게 맞다. 정부는 이제 소상공인 쪽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중소기업 적합 업종이 있는것처럼 대기업도 핵심(사업)만 했으면 좋겠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경제정책도 바뀌는데 그래선 안된다.

    양원석 기자
    총선이 코앞인데 정부와 정치권이 총선 때는 귀를 열지 않느냐. 다 기업을 경영하시는 분들인데 가장 시급한 개선사항이 뭐라고 생각하는가.

    김범진 대표
    과거에 대기업 위주의 중공업 등에 선택과 집중을 했다.이제 다시 수출 만이 살 길이다. 수출하기 좋은 중기 아이템을 선정해 5000만원, 1억원씩 대충 주지 말고 제대로된 투자를 했으면 좋겠다. 이를 평가하는 공무원들의 전문성이 부족하다면 외부 전문가로 채워 심사를 제대로 해 성공할만한 기업을 확실하게 밀어줬으면 좋겠다.

    이성호 전무이사
    오늘이 3월 3일인데 벌써 추경예산이 거론된다. 지금은 굉장히 위기이다. 정치권이 합의를 한 뒤 정책이 나오고 이를 같이 따르는 일관된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지금은 시그널도 각 정당별로 다양하고 한 정부 내에서도 작년 정책, 올해 정책이 다르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 기업 모두 이런 위기를 잘 돌파할 지 우려된다. 사회적인 공감이 없는 국가는 예외없이 디폴트까지 다 갔었다는 점을 정치인들이 알았으면 한다.

     

     

    사회-양원석 기자
    정리·글-최유경·김희진 기자
    사진-정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