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회, 특정 정당 소속 운영위원 2명 해임 시위 동원-총학선거 개입 증언 속출
  • ▲ 성신여자대학교 총학생회 운영과 관련해 특정 정당에서 활동했던 학생 등이 뒷선에서 학생회를 조정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성신여대 내부에서 '정체 세력화' 논란이 심화되고 있다. ⓒ뉴시스
    ▲ 성신여자대학교 총학생회 운영과 관련해 특정 정당에서 활동했던 학생 등이 뒷선에서 학생회를 조정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성신여대 내부에서 '정체 세력화' 논란이 심화되고 있다. ⓒ뉴시스


    비선 실세 '최순실 게이트'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국내 한 대학에서 특정 정당 당원으로 활동 중인 학생이 학생자치기구를 자신들의 입맛에 맞춰 뒷선에서 조정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이들은 후배 학생들은 정치 현장에 끌어 들이거나 학생회를 마음대로 주무르기 위해 사전에 총학생회 선거에서 특정 후보까지 내세우려 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관련 증언이 잇따르자 이들은 상대방에 대한 음해나 허위 사실까지 유표한 것으로 드러났다.

    2일 성신여자대학교 총학생회는 지난달 중순 민중연합당(옛 통진당) 당원으로 활동했던 학생회 운영 구성원 K모씨(09학번), P모씨(13학번)를 사전 총학 선거 개입·직위 남용·정치 세력화 등을 이유로 해임한 사실을 공개했다.

    성신여대 총학은 성명을 통해 이들로 인해 빚어진 문제 상황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학생기구 정치화에 대한 우려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성명서에 따르면 K씨 등은 민중연합당이 진행하는 행사에 후배들이 참석할 것을 요구했고, 양심수를 위한 문화제가 열린다며 한 교도소로 총학 관계자 등을 데려갔는데 막상 현장에서는 '이석기 의원을 석방하라' 등의 구호가 난무하는 정치 집회였다고 폭로했다.

    민중연합당은 옛 통합진보당 인물들이 포진하고 있는 정당으로 이석기 전 의원은 내란음모 혐의로 복역 중이며 정당은 헌정 사상 최초로 해산 결정이 내려졌었다.

    성신여대 총학은 민중연합당 당원이이었던 이들이 학생회 뒷선에서 활동했다는 다른 의혹을 상세히 다뤘다.

    P씨 등은 민중연합당 활동을 거부하거나 정치 성향이 맞지 않은 이들을 처음부터 아예 배제했고, 총학 선거에 나설 후보들을 사전에 결정해 출마를 설득했다는 것이다.

    갖은 정치활동 논란으로 총학 운영 구성원에서 해임된 이들은 해임 후 이후 SNS를 통해 '걔네들 X여야지' 등의 욕설과 '세력 싸움을 한다' '총학생회장 등이 감정적이다' 등의 비난글을 무차별적으로 올렸다고 총학생회는 주장했다.

    이 학교 총학생회는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청와대 비선 실세 논란과 다를게 뭐냐"며 "자신의 뜻과 다르다고 동료 학우들을 음해하고 모독하는 것"이 개탄스럽다고 밝혔다.

    또 "정치를 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비선을 만들고 정치 성향이 다르다고 배제하는 것은 학우 안위와 복지 문제가 뒤로 밀려나기 마련이다"고 비난했다.

    학생기구 정치화 논란 등에 대해 P씨 등은 SNS를 통해 '총학생회의 주장은 추측이다' '총학에 대한 음해는 없었다' '선거 개입은 없었다' 등 해명글을 남겼다.

    반면 '성신 최순실' '학생회 조종' '후배 이용' 등 증언이 오르내리면서 학생회 정치화 논란, 비선 실세 등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

    총학 정치 세력화 논란 속에 SNS에서는 해임된 2명 중 한 명이 '기습 시위'에서 경찰 연행을 강요했다는 내용까지 등장했다. 

    성신여대 동문이라고 밝히며 익명으로 작성된 해당 글에는 과거 특정 집회 참가에 앞서 '경찰에 연행돼야 파급력 있다' '정말 믿는 후배다' 등으로 참여를 부추긴 뒤 청와대 기습 시위에서 경찰에 연행될 것을 강요해 결국 경찰 연행 뒤 검찰 조사까지 받았지만 아무런 도움도 없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어 새학기가 시작되면 순진한 후배들을 상대로 정당 활동을 강요하면서 목적을 위해 험담을 내뱉었다 등 당시 상황을 전했다.

    성신여대 한 학생은 아예 학내 독립언론 '퍼블리카성신'을 좌지우지 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인물 중 1명이 마치 자신이 해당 매체 운영자처럼 행동했고, 이들에게 이용 당해 고통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앞서 성신여대 총학 측은 민중연합당 당원 등으로 인한 논란에 대해 사실만을 담았고, 앞으로 입장 발표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논란이 가속되면서 이소현 성신여대 총학생회장은 2일 새벽 장문의 글을 통해 현재 상황을 전달했다.

    이 총학생회장은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는 상황에 설명드려야겠다 생각했다. (K씨 등은) 학생회로서 본분을 다하기보다 자신의 직위를 이용, 후배들을 속이고 상처를 줬다. 두고 볼 수 없어 일종의 경고를 가했는데 그들의 태도는 변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성신여대 학생회 활동이 아닌 정치적 이용을 위해, 성신여대를 동원하려 했다. 심지어 2017년도 학생회 선출을 위한 선거도 개입해 세력을 이어 나가려 하고 있다. 학우들을 이용해 정당의 세력을 유지하려고 하는 이들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신여대 재학생은 약 1만명으로, 총학은 학생 복지 향상 등을 위한 활동을 벌이는 학생자치기구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학교 측에서는 상황을 주시하며 사태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성신여대 관계자는 "현재 학교에서는 이번 상황과 관련해 심각하게 지켜보고 있다. 학생 자치 영역이기 때문에 주시하고 있는데, 학생 활동을 빌미로 정치색을 드러내는 것에 우려를 표하고 있는 상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