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마다 침묵, 독립성 흔들 탈원전 가이드라인 제시에도 묵묵부답

  • ▲ 지난해 11월 김용한 원안위원장이 신고리 5,6호기 건설 현장을 방문하고 있다. ⓒ 원안위
    ▲ 지난해 11월 김용한 원안위원장이 신고리 5,6호기 건설 현장을 방문하고 있다. ⓒ 원안위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기조가 신고리 5·6호기 건설 일시중단으로 이어지는 동안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제 역할을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원전 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를 뒤로하고 신고리 5·6호기 운명이 비전문가로 구성된 공론화위원회 손에 맡겨지면서 논란이 연일 확대되는 상황이다.
 

◇ 3개월 공론화委 가동되는 동안 원안위는?

27일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는 2만명 규모의 표본으로 1차 여론조사를 벌인 후 실제 공론조사에 참여할 시민배심원단을 350명 내외로 꾸리기로 결정했다. 

공론화위원회는 오는 10월 21일까지 90일 간 설문조사와 시민배심원단 구성, 공청회 및 토론회 개최 등 작업을 진행하게 된다. 

문제는 공론화위원회가 원전의 규제를 담당하는 원안위의 권한을 뛰어넘을 수 있느냐에 대한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는데 있다. 

특히 정치권을 중심으로 적법성 논란이 연일 잇따르는 상황이다. 

국민의당 김경진 의원은 "현재 원자력안전법에 보면 원전의 일반적 위험성을 기초로 해서 원자력 발전소를 중단시키거나 또는 공사를 멈추도록 할 수 있는 법적 근거 조항은 아예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의원은 "신고리 5,6호기가 2000년도에 최초의 개발 사업 예정구역 고시를 출범한 이래 2016년 최종적으로 첫삽을 뜰때까지 16년이 걸렸다"면서 "공식적으로 정부에서 3차례 허가가 났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신고리 5, 6호기 공사를 중단하려는 이유는 공사의 지반에 문제가 있다든지, 원자력 설비에 문제가 있다던지 이런 구체적 하자가 아니라 원전, 핵이라고 하는 잠정적 위험성으로 탈원전 방향을 잡은 데 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탈원전'이라는 정부의 정책 지향점에 대해 속도조절, 법적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한 원전 전문가는 "정부가 탈원전 정책에 속도를 낼 수록 법이 미비한 점이 더 부각될 수밖에 없다"면서 "법이 부족하면 법을 개정한 다음에 진행해도 충분하다. 순식간에 국가 에너지정책을 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했다. 

◇ '뒷북' 원안위, 원전 일시 중단여부 땐 침묵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유일의 원자력 규제기관으로 독립성을 보장받고 있다. 정부와 여야가 각가 3인씩 추천한 전문가 9명으로 구성돼 정부와 원전사업자로부터 독립성을 보장받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이 신고리 5, 6호기에 대해 직접적인 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사실상 원안위의 독립성을 침해, 역할을 제한하고 나섰다는 비판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고리원전 1호기 영구정지 기념식에 참석해 "탈핵국가로 가는 출발점이라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가는 대전환"이라며 "원전 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 하겠다"고 선언했다. 

동시에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은 전면 백지화하고 신고리 5,6호기는 빠른 시일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겠다"며 가이드라인까지 내놨다. 

  • ▲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고리원전 1호기 영구정지 기념식에 참석해
    ▲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고리원전 1호기 영구정지 기념식에 참석해 "탈핵국가로 가는 출발점이라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가는 대전환"이라며 "원전 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 하겠다"고 선언했다. ⓒ 뉴데일리


  • 정부에서 '탈원전' 여부를 공론화위에 맡기는 동안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사실상 할일을 찾지 못하고 있다. 

    원안위는 24일 "신고리 5, 6호기에 대해 사업자가 적절하게 안전성을 유지하는지 확인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미 지난 14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이사회서 신고리 5, 6호기의 일시정지가 결정된 마당에 열흘이 지나서야 TF를 구성한 것을 두고 뒷북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작 원전의 가동 중단 여부를 결정할 때는 제대로된 입장 표명 한 번 내지 않다가 뒤늦게 TF를 신설해 공사 일시중단 기간 동안 원자력안전법에 따라 각종 이행사항을 점검한다는 게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에 원안위 측은 "한수원으로부터 현장관리계획을 제출받아 타당성 검사를 끝냈다"면서 "이후 한수원이 이 계획에 따라 구조물에 대한 현장보호조치 및 기자재 품질관리르 적절하게 이행하는지 확인할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한 한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지금껏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가 수차례 탈원전 계획을 밝힌 마당에 원안위가 입장 표명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지 않았다"면서 "앞으로 공론화위도 비슷한 처지가 될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한편 신고리 원전 시공사인 삼성물산, 두산중공업, 한화건설 등 컨소시엄 3개사는 공사중단에 따른 보상을 신고리 5, 6호기 최종 결론이 난 뒤에 한꺼번에 받겠다고 선언했다. 

    한수원은 현재 신고리 원전 일시중단에 따라 발생한 손실액은 1천억원으로 내다보고 있다. 만일 공사가 최종 중단될 경우 피해보상 청구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또 시공업체와 한수원 간의 청구액 차이가 향후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