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가 의료시장, 경영난 불보듯 뻔해…모호한 재원 조달 방안"
  • 정부가 2022년까지 31조원을 투입해 건강보험 보장 범위를 획기적으로 확대하는 비급여 폐지 정책을 추진한다. 그러나 의료계는 제도 시행에 따른 비급여 풍선 효과와 현실적인 재원 조달 방식 등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9일 서울 강남구 서울성모병원에서 MRI, 초음파, 로봇수술, 상급병실 등 3800여개 비급여 항목을 오는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급여화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투입 예산은 30.6조원으로 역대 중기 보장성 강화 계획 중 최대 규모다.


    이는 국민들이 높은 비급여 의료비를 충당하기 위해 민간 실손보험에 기대면서 건강보험료 외 이중 부담의 원인을 근본적으로 손질한다는 취지다.


    의료계는 새롭게 발표된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우선 의료기관의 경영난, 그리고 비급여를 없애면서 발생하는 풍선 효과다.

    그간 의료기관들은 원가의 80%인 저수가 구조 속에 비급여 진료로 수익을 벌충해왔다.


    의료기관은 돈벌이를 위해 비급여진료를 남발하고, 민간보험에 기댄 환자들은 이에 동조해 비급여가 양산됐던 상황.


    기존 수익 창출 도구였던 비급여가 급여로 전환되면서 새로운 비급여가 발생하거나, 그동안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온 비급여가 급여권 내에서 남발될 것이라는 우려다.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김 윤 교수는 "기존 비급여 진료에는 틀림 없이 의료서비스의 과잉 제공 등이 섞여 있다. 병원이나 의사가 암암리에 했던 것을 급여로 전환하면서 해결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김 교수는 "정부는 현재 단계적으로 비급여를 급여화한다는 계획이지만 아주 단기간에 급여화하는, 일종의 큰 터닝포인트를 두는 급진적인 방식이 저항은 클 수 있지만 우려되는 비급여 풍선효과를 줄일 수 있다"고 제언했다.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장은 "원가에 못미치는 수가로, 의료기관은 이외의 손실분을 비급여로 보충해왔는데 그렇치 않아도 경영난을 겪고 있는 의료기관들, 특히 중소병원들과 동네의원 의사들에게 비급여의 통제는 경영난을 부채질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존 실손보험사들이 부담하던 비급여진료비가 건강보험 부담으로 바뀌었지만 이 반사이익에 대한 후속대책은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한전공의협의회 기동훈 회장은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올해 하반기부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따라 민간보험사가 반사이익을 얻는 만큼 실손보험료를 인하하도록 유도하겠다고 했다"면서 "그러나 정작 발표에서는 실손보험료 인하 얘기가 사라지고, 비급여의 급여화만 남았다"고 지적했다.


    막대한 규모로 투입되는 31조원에 달하는 재원 조달 역시도 우려의 지점이다.


    기 회장은 "비급여 부분을 급여화하겠다는 방법은 굉장히 자세하게 기술돼 있지만 재원 마련 방안은 너무 모호하다"면서 "치료에 필수적인 비급여 6.3조원, 3대비급여 5.8조원 총 12.1조원이라는 추계는 턱없는 과소추계"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올해 20조에 달하는 흑자를 기록했지만 향후 재정 파탄이 우려된다며 2018년도 수가 협상에서 방어적으로 나왔다"면서 "재정 흑자에 대한 정확한 분석 없이 비급여의 급여화에 투여한다는 것은 건보공단이 누누이 말했던 재정파탄의 위험성을 더욱 높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