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문 대통령 정책 발표 "30.6조원 예산 투입, 국민 비급여 부담 64% 감소 예상"
  • 정부가 국민 의료비 부담 완화를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인 30.6조원의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한다. 4대 중증질환에 한해 건강보험 적용됐던 초음파, MRI 검사가 치료 목적 시 전부 급여화되고, 상급병실 이용 시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9일 오후 3시 서울 강남구 서울성모병원에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2017~2022년)을 발표했다. 이는 대선 후보 시절 문 대통령이 내세운 국민 의료비 부담 완화 정책 공약의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다.


    30.6조원의 대규모 재정이 투입될 예정인 이번 보장성 강화 정책의 핵심은 의학적 비급여의 급여화다. 과거에는 값비싼 비급여 의료비를 부담했던 항목들이 이제는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현재는 비급여 항목 중 4대 중증질환 중심으로 일부 항목에만 본인부담률을 높여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있지만 올해부터 2022년까지 3800여개의 비급여 진료항목들이 단계적으로 보험 적용돼 환자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MRI와 초음파 등 치료에 필수적인 급여는 모두 급여화하고, 미용과 성형 등 치료와 무관한 부분만 비급여로 남긴다.


  • 일부 비용효과성이 떨어지는 비급여는 본인부담을 차등화함으로써 예비적으로 급여화하고 3~5년 후 평가를 통해 지속 여부를 결정한다. 이른바 예비급여다.


    항암제 등 약제는 약가협상 절차가 필요한 점을 고려해 환자 본인부담률을 차등 적용하는 선별급여를 도입한다.


    국민적 요구가 높은 생애주기별 한방의료 서비스도 예비급여 등을 통해 건강보험 적용이 확대된다. 그간 전액 본인부담이던 한약제 역시 선별급여(30~90% 환자 본인부담) 적용된다.


    내년부터 선택진료 의사에게 진료 시 지불해야 했던 추가비용도 사라진다. 제도 자체가 완전 폐지된다.


    4인실 이상 다인실에만 적용됐던 건강보험 혜택이 상급병실에까지 적용된다. 내년 하반기부터 단계적으로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1인실의 경우 중증 호흡기 질환자와 출산직후 산모 등 꼭 필요한 경우로 급여 혜택이 제한된다.


    간병비 부담 완화를 위해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제공 병상도 기존보다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지난 7월기준 2만3460병상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2020년까지 10만병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노인, 아동, 여성 등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한 필수적 의료비 부담을 대폭 경감한다. 대선 공약인 치매국가책임제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치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정밀 신경인지검사, MRI 등 고가 검사들을 급여화하고 중증 치매 환자 약 24만명에게는 산정특례를 적용해 본인부담률을 20~60%에서 10%로 대폭 인하한다.


    노인 틀니·치과임플란트의 본인부담률을 50%에서 30%로 인하한다. 의료계 숙원사업인 노인외래정액제도 손질된다. 노인외래정액제도는 65세이상 노인 외래 진료 시 1만5000원 이하 진료비에 대해 1500원만을 받도록 한 제도지만 내년 초진료는 1만5310원으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제도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정부는 2만~2만5천원 기준을 상향하고 본인부담률을 차등화할 방침이다.


    내년 어린이 전문재활치료 수가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권역별 어린이 재활병원 확충도 2019년 추진한다.


    만 44세 미만 여성에게 정부 예산으로 소득수준에 따라 지원하던 난임 시술(인공수정, 체외수정)은 오는 10월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기존 4대중증질환자에 한정해 건강보험을 적용하던 부인과 초음파 검사는 2018년부터 모든 여성에게 급여화한다.


    정부는 신포괄수가 적용기관 대폭 확대 등 새로운 비급여의 발생 차단을 위한 대책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신포괄수가제는 입원에서 퇴원까지 발생하는 입원료·처치료·약값 등을 묶어서(비급여 포함) 미리 가격을 정하는 제도다.


    정부는 이번 대책 시행을 통해 국민 의료비 부담은 약 18% 감소(2015년 기준 50.4만원→ 41.6만원)하고, 비급여 부담도 64%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책이 완료되면 건강보험 보장률은 2015년 기준 63.4%에서 70% 수준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투입되는 재정은 2016년말 기준 20조원에 달하는 건강보험 적립금과 정부 지원 확대, 건강보험료 지출 효율화 대책 등으로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 복지부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비중이 높아 국민이 직접 부담하는 의료비가 선진국보다 높았다"며 "이번 대책은 이전과 달리 '비급여의 점진적 축소'가 아니라 '의학적으로 필요한 비급여를 완전히 해소'하는 획기적인 전환"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