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면적 5만1천㎡, 글로벌 주방가전 공략 '전진기지' 모습 갖춰"가전제품 모듈화, 한 생산라인서 다양한 제품 생산 가능"
  • ▲ LG전자 직원이 6일 경남 창원시에 위치한 LG전자 창원1사업장 냉장고 생산라인에서 냉장고를 생산하고 있다. ⓒLG전자
    ▲ LG전자 직원이 6일 경남 창원시에 위치한 LG전자 창원1사업장 냉장고 생산라인에서 냉장고를 생산하고 있다. ⓒLG전자


    LG전자가 창원R&D센터를 기반으로 전 세계 생산기지들의 스마트 공정 구축을 추진한다. 제품의 디자인과 기능에 대한 고객 니즈가 다양해지고 있는 만큼 R&D센터가 '모듈러 디자인' 전략을 강화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간 냉장고와 세탁기 등 특정 제품만을 대상으로 생산이 이뤄졌다면, 앞으로는 가전제품들의 모듈화를 통해 유연한 생산 능력을 갖추게 돼 같은 라인에서 다양한 제품 생산이 가능해 진다. 

    지난 6일 찾은 경남 창원1사업장에 위치한 창원R&D센터는 LG전자 주방가전의 메카이자 산실로 불린다. 지난 2015년 3월부터 착공에 들어가 약 2년 6개월에 걸쳐 완공됐으며, 연면적 5만1000㎡(약 1만5400평)에 총 22층(지하 2층, 지상 20층) 건물로 조성된 미래형 융복합 연구소다.

    1500여명의 연구원들이 냉장고와 정수기, 오븐레인지, 식기세척기 등 주방가전 제품들을 연구개발 하고 있으며, 이곳에서 개발된 주방가전들은 전 세계 약 170개국에 공급된다.
     
    이날 지켜본 창원R&D센터를 통해 세계 주방가전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LG전자의 자신감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안전'과 '품질'이 최우선…"연간 1000만대 생산능력 갖춰"

    이날 LG전자는 본격적인 R&D센터 투어에 앞서 창원1사업장에 자리한 냉장고 생산라인(1라인)을 공개했다. 입구에서부터 길게 늘어선 LG 디오스 냉장고들이 이곳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제품들을 가늠케 했다. 

    제품을 살피던 도중 한 쪽 벽면에 부착된 '무재해기록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목표일 200일', '달성일 142일', '달성률 71%'라고 적혀진 숫자들이 눈에 띄었다. 생산라인 곳곳에서도 안전을 강조하는 문구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이곳저곳을 둘러보다 보면 쿵쾅거리는 기계음과 함께 어느샌가 생산라인이 모습을 드러낸다. 1976년부터 가동됐다고 보기에는 생산라인에 마련된 각종 설비들의 상태가 노후와는 거리가 먼 모습이었다. 이곳에서는 발포 공정을 비롯 조립, 검사 등 냉장고 전 생산공정이 모두 이뤄지며, 300여명의 인원이 매일 2000대 가량의 제품을 생산해낸다.

    총 길이 600m의 생산라인에서는 단독생산이 아닌 두 가지 제품을 동시에 생산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작업 시 발생할 수 있는 휴먼 에러를 방지하기 위해 작업 실수나 누락 시 생산 라인이 자동으로 정지하는 '풀 프루프(Fool Proof)' 시스템을 구축했다. 

    조립이 끝나면 LQC(기본성능전수검사) 시험실에서 20여명의 인원들이 전수기능을 검사하며, 이상이 발견될 경우 다시 재공정에 들어간다. 이 밖에도 라인 중앙에 위치한 '품질반성회 모니터'를 통해 전 근무자들이 불량 내역 및 품질 이슈 등을 공유해 품질성에 보다 만전을 기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창원사업장에서 운영 중인 5개 라인을 통해 연간 1000만대의 생산능력을 확보한 상태"라며 "이곳 라인의 경우 올해 전년대비 6% 증가한 134만대를 생산해냈다"고 설명했다.

  • ▲ LG전자 연구원들이 3D프린터로 만들어낸 냉장고 부품을 살펴보고 있다. ⓒLG전자
    ▲ LG전자 연구원들이 3D프린터로 만들어낸 냉장고 부품을 살펴보고 있다. ⓒLG전자

'시료보관실', '요리개발실' 등 세계 최고 수준의 R&D 인프라 갖춰

창원R&D센터는 생산라인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었다. 22층 규모의 건물은 냉장고에서 모티브를 얻어 디자인 됐으며, 건물 측면에서는 'World Victory'를 상징하는 'W'와 'V'자를 확인할 수 있었다.

지하 2층부터 지상 19층까지 모두 연구개발을 위한 시설들이 자리해 있으며, 현재 근무 인원은 1500여명이다. 이날 언론에 공개된 시설은 지하 1·2층에 위치한 '시료보관실'과 3D 프린터실(4층), 요리개발실(14층)이다. 

LG전자는 건물의 지하 공간을 주차장이 아닌 시료보관실로 조성했다. 400평 규모의 공간에는 냉장고, 오븐, 식기세척기, 와인셀러 등의 시료들이 파트별로 구분돼 빼곡히 들어서 있었다. 보관 중인 시료는 750대에 이른다. 이전에는 각 제품을 담당하는 연구소에서 시료를 관리했지만, R&D센터에 전용 공간을 확보해 전체 보관 규모는 기존 대비 50% 더 커졌다.

회사 관계자는 "시료보관실은 신제품에 대한 모티브를 얻어 제품을 기획하는 출발점이자, 다양한 제품들을 비교해가며 개선점을 발견하고 신제품에 반영하는 데 중요한 공간"이라며 "최근 1년 이내 출시된 제품들과 개발단계의 모델들이 이곳에 보관된다"고 설명했다.

지상 4층에는 4대의 3D프린터를 통해 제품 모형을 만들어내는 3D프린터실이 자리잡고 있다. 제일 큰 장비인 'Fortus 900mc'를 포함한 전체 3D프린터의 가격은 약 18억원에 달한다. 해당 기기들을 통해 최대 90cm의 냉장고 프렌치도어부터 정밀하고 작은 부품까지 제작이 가능하다. 

특히 3D프린터 도입 이후 모형 제작에 소요되는 시간은 약 30% 감소했고, 비용도 연간 7억원 가량 줄어드는 등 연구의 효율성도 크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상 14층에 위치한 요리개발실은 연구원들이 전 세계의 다양한 요리들을 직접 조리하며 제품을 개발하는 장소다. 안쪽으로 들어서면 레스토랑에서나 볼법한 화덕부터 야외용 그릴, 제빵기, 오븐 등의 기기들이 곳곳에 마련돼 있다. 

이곳에서는 5명의 요리전문가들이 상주하며 여러 나라의 주방기기들을 구입해 맛과 제품을 비교해본다. 이를 통해 조리기기 개발, 요리성능 평가, 메뉴 개발 등의 연구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이날 참석자들에게는 이곳에 마련된 조리기기들을 이용해 만들어진 쿠키와 스테이크가 제공돼 큰 호응을 얻었다. 

이 밖에도 건물 1, 2층에는 LG전자의 시그니처 가전제품들을 비롯해 코드제로, 트윈워시, 스타일러 등 프리미엄 제품들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LG Inspiration Gallery'가 자리해 눈길을 끌었다. 

  • ▲ LG전자 연구원이 피자 전용 화덕을 사용해 음식을 조리하고 있다. ⓒLG전자
    ▲ LG전자 연구원이 피자 전용 화덕을 사용해 음식을 조리하고 있다. ⓒLG전자

  • R&D센터와 스마트 공장 간 시너지 기대

    LG전자는 이날 스마트 공장으로 재건축 중인 창원1사업장에 대한 소개와 함께 R&D센터와의 시너지 효과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LG전자는 창원1사업장을 대상으로 오는 2022년까지 6000억원을 투자해 노후건물 신축, 스마트 생산시스템 도입, 친환경 사업장 구축 등에 나선다.

    이에 따라 창원1사업장은 공정의 모듈화, 지능형 자율 생산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생산기술과 품질 경쟁력을 갖추게 되며, R&D센터와의 협업을 통해 막대한 시너지를 창출해 낼 수 있다는 의견이다.

    실제로 스마트 공장의 통합 생산 시스템은 '모듈러 디자인'을 기반으로 한다. 이는 제품의 주요 부품들을 몇 가지의 패키지로 구성하고 서로 다른 모듈을 조합해 다양한 모델을 만드는 것으로, R&D센터는 제품 기획 및 개발 단계에서 스마트 공장의 모듈러 디자인 전략을 대폭 강화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R&D센터가 단순히 새로운 연구소가 아닌 창원1사업장이 스마트 공장으로 변화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의 역할을 하게 된다는 의미다.

    송대현 H&A사업본부장 사장은 "창원R&D센터는 주방가전 제품들 간의 시너지를 보다 강화하는 것은 물론 미래 사업을 준비하는 전진기지"라며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개발 인프라를 바탕으로 글로벌 주방가전 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