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주 미래경영전략연구원장

4차산업혁명의 물결이 쓰나미처럼 거세게 밀려오고 있다. 혁명은 2020년 5세대 이동통신 상용화를 계기로 더욱 강한 태풍으로 확대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앞두고 국내를 대표하는 삼성, SK, LG, 현대 등 4대그룹 미래를 예상해 볼 필요가 있다. 

현 정부는 더 이상 친 대기업 정책을 펼치지 않을 것이고, 이미 기업들도 규모가 커졌기 때문에 독자 생존해야 한다. 그러나 상당기간 한국 경제를 지탱하고 선진국 진입을 위해서는 이들 그룹 경쟁력이 국가차원에서 매우 중요하다.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을 미국 페이스북, 아마존 닷컴, 구글, 넷플릭스, 테슬라의 FANGNS 기업들이 엄청난 자금과 세계 최고인재들을 기반으로 주도해 가고 있고, 중국을 대표하는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의 BAT기업들이 미국을 바짝 뒤 쫒고 있는 형국이다. 일본도 아베노믹스 영향으로 소니나 닌텐도와 같은 기업들이 되살아나고 있으며, 소프트 뱅트 손정의 사장의 미래대응 행보는 부러운 수준이다. 

그러나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은 미래 준비보다는 현재 과실만 따 먹으며 앞으로 대응에 소홀한 것 아니냐는 우려를 떨칠 수 없다. 

현재 가장 잘 나가고 있는 그룹은 반도체와 휴대폰을 앞세운 삼성전자가 끌고 가고 있는 삼성그룹이다. 2017년 11월 현재기준 국내 코스피 시가총액 1,660조원에 34%를 15개 삼성그룹 계열사가 차지하며 한국경제를 쥐락펴락하고 있다.

삼성그룹에 지나친 쏠림현상을 우려하는 시각이 많은데, 앞으로도 과연 삼성그룹이 계속 성장하고 한국을 주도하는 그룹으로 명성을 이어갈 수 있을까? 

우선 답부터 말하자면 “절대 확신할 수 없다”이다. 

왜냐하면 사업 포트폴리오가 너무 제조와 부품에 치중되어 있어 취약하다. 반도체나 휴대폰 그리고 TV를 포함한 가전부문이 잘 하고 있지만 중국의 거친 도전과 부활하는 일본 업체들과 경쟁은 힘겨워 보인다. 따라서 세트부문 경쟁력이 떨어질 경우 삼성SDI, 삼성전기와 같은 관계회사들이 어려워질 것이다.

구조면에서도 인터넷 사업도 없고, SW경쟁력도 취약하고 선진기업들과 대적할 만한 플랫폼도 없다. 최근에 프린트 사업을 매각하고 바이오 사업진출과 하만 인수를 통한 전장부품 사업 진입은 잘 했지만, 금융 분야는 IT기반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에 삼성이 잘 할 수 있는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금융전문가 부재로 호기를 놓치고 있는 것 같다. 

반면 SK그룹 미래는 밝은 편이다.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하는 사업 포트폴리오가 좋다. 서비스, 인터넷, 소재 사업에 반도체 제조 사업까지 그리고 산전수전(?)을 겪은 오너 경쟁력도 있다. 

단점은 너무 국내 중심이라는 것이다. 글로벌 경쟁력을 어떻게 조기에 강화 시키느냐가 미래 경쟁력의 핵심이다. 최근에는 반도체로 벌어들이는 돈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을 것이나, 이익금을 AI와 바이오, 우주산업 같은 미래 사업 분야에 투자를 해 나간다면 좋은 결실을 볼 것이다. 

LG는 근근이 버텨나갈 것 같다. 사업규모가 적지만 큰 행보 없이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준비를 조금씩 하고 있다. 하지만 LG그룹을 먹여 살릴만한 굵직한 차세대 먹 거리는 보이지 않는다. 자율주행차나 전기차, 로봇과 같은 사업에 진출해 보면 어떨까 한다. 

현대는 위험하다. 현대차가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해 뭘 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것 같다는 우려들이 나온다. 현대차가 한전 부지를 10조5,500억에 매입하고, 115층짜리 사옥을 짓겠다는 발상은 너무나 안일한 것이다. 현재 현대차 경쟁력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다가올 자율주행차나 전기차에 대한 기술력이나 사업역량이 지극히 취약한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사업포트폴리오 자체도 미래 지향적이지 않고, 2차 산업혁명 시절 중후장대 사업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아니지만, 같은 핏줄인 현대중공업 경우 조선시장이 어려운 틈을 이용해 세계 조선 1위답게 자율주행 선박과 초고속 유조선과 같은 기술격차를 벌릴 수 있는 기술과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렇다 할 결실이나 플랜들이 보이지 않는다. 4차 산업혁명에 맞는 사업구조 조정을 미래 중심적으로 혁신해야 하는데 그럴 움직임도, 주도할 리더도 안 보인다. 

서서히 덥혀지는 냄비 안에 웅크리고 있는 개구리 형국이다.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은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고 있다. 본 글에 대해 다른 의견들도 많이 있겠지만, 뭔가 변화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전 삼성전자 전무, '4차산업혁명 앞으로 5년'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