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틸렌 수익 500~600弗 유지… "사업영역 한계 봉착 정유사 '곁눈질'"규모의 경제 실현보다 '스페셜티' 기술 확보 및 시설 확충 눈 돌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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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프타와 에틸렌 스프레드(제품간 가격차. 수익) 확대에 힘입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중국의 자급률 확대 정책과, 이란, 미국 등 가스기반 에탄크레커 신증설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공급이 늘어나는 가운데, 충분한 수요가 뒷받침 되지 않을 경우 가격 하락이 불가피해지고, 이는 실적 악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에쓰-오일(S-OIL)이 고도화설비(RFCC)를 기반으로 프로필렌 생산 확대와 이를 통한 PO(프로필렌옥사이드) 생산기지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간 가운데, 최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사들이 석유화학산업으로의 영토확장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부담감은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화학업계는 올해 에틸렌 시황에 대해 '전반적인 하락세'를 점치면서도, 그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 중국, 이란 등 증설에 박차를 가하면서 국내에 위협이 되고는 있지만, 셰일가스에 눌린 60달러 수준의 국제유가와 글로벌 경제호황이 증설 '충격파'를 흡수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특히 역내 시장인 중국의 자급화의 경우 중장기 전략으로 시간이 더 필요할 뿐만 아니라, 정부차원의 환경규제로 실시되는 '폐플라스틱 수입 제한'은 오히려 국내 업계에 기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17일 한국석유화학협회 관계자는 "최근 경제 상황이 좋아지고 있는 만큼, 공급이 늘어나는 상당 부분은 수요 증가분이 상쇄해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셰일가스 영향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50~60달러 수준의 박스권을 형성하고 있는 만큼, 급격한 유가 상승만 아니라면,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신증설'이라는 강력한 시장 변화를 피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그것도 정유사들의 진출이 가장큰 고민거리다.

석유화학산업의 경우 정유사에서 생산되는 나프타를 원료로 사용하는 만큼, 최근과 같은 강력한 시황이 이어질 경우 정유사들의 진출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동안 국내 정유사들의 경우 원유정제 과정에서 병산되는 나프타를 스플릿터를 통해 탄소 연결고리가 긴 중질나프타의 경우 자체 보유한 PX(섬유 및 PET 원료) 생산시설에 투입하고, 연결고리가 짧은 경질나프타의 경우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토탈, 여천NCC, 대한유화 등 석유화학 업체에 공급해 왔다.

문제의 촉발은 원료인 나프타와 에틸렌 제품간 가격 차이. 국제유가가 시나브로 상승기류를 타고 있지만, 여전히 t당 500~600달러 수준의 가격차를 보이면서 높은 수익이 유지되고 있다. 정유사들이 군침을 흘릴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실제 2012년 연평균 국제유가(국내 수입 80% 차지하는 두바이유 기준)는 109.06달러, 이후 2013년 105.32달러, 2014년 96.70달러, 2015년 50.77달러, 2016년 41.25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나프타와 에틸렌 가격은 각각 2012년 t당 947달러-1224달러(스프레드 277달러), 2013년 926달러-1356달러("430달러), 2014년 862달러-1397달러("535달러), 2015년 493달러-1105달러("612달러), 2016년 400달러-1043달러(643달러)를 기록하며 수익이 확대되고 있는 상태다.

강력한 무기인 원료(나프타)를 쥐락펴락 할 수 있는 정유사들이 PX(파라자일렌)를 넘어 에틸렌 등 석유화학 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이 같은 정유사들의 곁눈질은 셰일가스에 눌린 국제유가가 당분간 상승이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국제유가에 민감하게 움직일 수 밖에 없고, 정부의 눈치까지 봐야하는 휘발유, 경유, 등유 등 석유제품의 수익성은 사실상 '제로'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한계에 봉착한 정유사의 경우 가장 쉽고 빠르게 변화를 시도할 수 있는 분야인 NCC 시장 진출 고민에 빠질 수 밖에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유사들이 본격적으로 에틸렌 등 기초유분 생산시설 확보에 나설 경우 사실상 석유화학업계가 누릴 수 있는 호황은 투자가 완료되는 2~3년 수준에 불과하다"면서 덩치를 키우는 것 보다 스페셜티 등 고부가제품 생산을 위한 기술확보와 움직임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