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WC 살펴보니… "서비스 진화 속도, 나아진 게 없다""ARPU 하락 속 고가 요금제 부담… 투자 망설여""5G, 세계 최초 상용화 넘어 화성화 위해 '제로레이팅' 강화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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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폐막한 'MWC 2018'에서 이통사 경영진들이 2019년 5G 상용화 시대를 맞아 관련 서비스 수요에 대부분 부정적 입장을 내놔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5G가 기존 전송속도 보다 조금 빨라졌다는 것을 제외하면 현재 제공되는 서비스와 별반 차이가 없어 그의미가 크게 퇴색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MWC 2018'를 둘러본 이통사 수장들은 5G 서비스 진화 속도가 기대했던 것에 미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LTE 환경에서 진행되고 있는 AI, 자율주행, IoT 기술 등에 5G가 적용돼 속도가 빨라졌을 뿐 크게 발전된 서비스를 담아내지 못했다는 평이다.

    이에 따라 5G가 상용화돼 LTE보다 요금이 비싸진다면 과연 누가 5G를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모양새다.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은 "눈에 띄는 5G 서비스가 보이지 않아 고민"이라며 "현지서 다른 통신사 경영진을 만나도 5G 하면서 돈 벌기 쉽지 않겠다는 얘기를 이구동성으로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전과 비교해 서비스 진화 속도가 크게 나아진 게 없다"며 "이런 속도면 내년 상용화할 때 고객이 선뜻 고가의 5G 요금제에 가입할까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역시 "현지 일부 통신사업자들은 4G 설비에 투자한 걸 회수 못해 5G를 안 할 수도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며 "5G로 망하는 통신사가 나올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이 같이 5G 서비스의 발전 속도가 더딘 이유로 가입자당 매출(Average Revenue Per User, 이하 ARPU)의 하향추세를 꼽고 있다.

    요즘같이 통신요금 인하에 대한 요구가 높은 상황에서 ARPU가 점점 곤두박질 치고 있어, 통신사들이 적극적인 5G 네트워크 투자에 나서기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선진 시장을 중심으로 발발한 요금 경쟁으로 인해 ARPU는 전반적으로 하향 추세에 접어들었고 글로벌 통신 사업자들도 국내와 비슷한 처지에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몇몇 통신사들은 무분별한 5G 투자를 지양하고 속도조절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노르웨이 통신사인 텔레노 어(Telenor)의 시그베 브레케(Sigve Brekke) 대표는 "5G 시장은 3G나 4G와 다르다"며 "5G만의 서비스가 아직 등장하지 않은 상황에서 초기부터 막대한 자금을 들여 전국망 구축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스페인 최대 통신사인 텔레 포니카도 5G를 LTE 위에서 점진적이며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아가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중국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화웨이와 ZTE 등의 5G를 주도하려는 장비 업체와 다르게 중국 통신사들은 조심스러운 접근을 취하고 있다.

    차이나 모바일의 상빙(Shang Bing) 회장은 "5G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이 성숙될 때까지 투자 규모를 확정하지 않겠다"라고 했다.

    이에 업계는 국내 5G 잠재력을 최대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제로레이팅' 강화를 꼽고 있다. 제로레이팅이란, 동영상·음원 스트리밍·게임 등 특정 콘텐츠를 이용하면서 소비하는 데이터를 과금하지 않거나, 소액의 정액을 내고 이용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다시말해, 각종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쓸수 있게 해 고객들이 5G 요금을 내도록 독려하고, 이러한 요금을 바탕으로 5G 'B2B-B2C' 서비스도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SK텔레콤 이용 고객은 모바일 증강현실(AR)게임 포켓몬고를 할 때, 데이터 비용을 내지 않는다. 포켓몬고 제로레이팅 서비스를 통해 SK텔레콤 이용고객이 약 8개월간 누린 통신비 절감 혜택은 총 33억원에 달한다는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통신 기업들이 지난해부터 5G를 주창하기는 했으나, 이를 도입했을 때 기업이 거둘 수 있는 이점이 뭔지, 필요한 투자비가 얼마인지 명확치 않아 관련 네트워크 설비 투자에 다소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가오는 5G 시대에 콘텐츠 이용 부담을 낮추고 데이터 이용량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이 보다 적극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며 "해외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제로레이팅이 그 대안이 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