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의향서도 없이 선언 먼저… 자금계획안도 안밝혀

  • ▲ 산업은행 이동걸 회장이 전일(26일) 금호타이어 관련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 뉴데일리
    ▲ 산업은행 이동걸 회장이 전일(26일) 금호타이어 관련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 뉴데일리


금호타이어 노동조합이 중국 타이어회사인 더블스타에 매각을 반대하는 동안 국내 타이어유통업체인 타이어뱅크가 그 틈을 비집고 들어섰다. 금호타이어 채권단 자율협약 종료(30일)를 사흘 앞두고 인수를 선언했다. 

하지만 산업은행은 타이어뱅크를 매각에 '변수'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산업은행 측은 "대응하지 않겠다"며 인수 가능성을 일축했다. 

가뜩이나 산은과 금호타이어 노조 간의 더블스타로 매각 합의 진실공방이 벌어지는 와중에 애초 약속한 대로 30일까지 노조의 선택을 기다리겠다는 방침이다. 


◇ 인수의향서 내기도 전에 인수선언부터   

김정규 타이어뱅크 회장은 27일 "국민여론과 노조, 채권단의 생각을 들어본 뒤 최종적으로 금호타이어 인수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그는 "금호타이어가 중국 더블스타에 통째로 매각되는 것을 보며 참으로 안타까운 심정으로 국내 기업으로 가만히 지켜볼 수 없어 인수를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금호타이어 노조는 "국내 업체의 인수 발표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타이어뱅크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한 '인수 선언'만 했을 뿐 금호타이어나 산업은행에 투자제안서를 보내지 않았다. 산업은행이 금호타이어 매각 시한을 이달 30일로 두고 있는 촉박한 상황에서 자금조달책 등을 담은 의향서 대신 선전포고부터 내던진 셈이다. 

  • ▲ 타이어뱅크 김정규 회장이 27일 오전 대전 서구 둔산동 상공회의소 회의실에서 금호타이어 인수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 타이어뱅크 김정규 회장이 27일 오전 대전 서구 둔산동 상공회의소 회의실에서 금호타이어 인수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 특히 타이어뱅크는 이날 금호타이어 인수대금에 관한 구체적인 자금동원방안을 밝히지 못했다. 김 회장은 "금호타이어 인수자금은 타이어뱅크를 증시에 상장하거나 채권단에 담보로 제공해 마련하겠다"고 했을 뿐이다. 

    또 글로벌기업 2곳의 공동인수 제안도 있었다며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해 공동인수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금호타이어 인수전이 6500억원을 동원해야 하는데 타이어뱅크가 끌어오기는 '무리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 타이어뱅크, 2년간 1원도 안쓰고 모아야 자금 마련

    산업은행은 타이어뱅크의 등장에 의외로 차분하다. 

    또 타이어뱅크의 이러한 선언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는 기조다. 기업금융만 60년 해온 산은 입장에서는 타이어뱅크의 자금력으로는 어림없다는 계산에서다. 

    타이어뱅크는 2003년 설립, 국내에 400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본사 직원수는 70명에 불과하고 2006년 기준 매출이 3300억원, 영업이익은 약 10%로 알려졌다. 

    단순계산으로 타이어뱅크가 금호타이어를 인수하기 위해서는 2년동안 직원 월급도 안주고 한푼도 안쓰고 모아야 가능하다. 

  • ▲ 산업은행은 타이어뱅크의 이러한 선언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는 기조다.ⓒ 뉴데일리
    ▲ 산업은행은 타이어뱅크의 이러한 선언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는 기조다.ⓒ 뉴데일리


  • 채권단 관계자는 "타이어뱅크는 금호타이어의 중국시장을 정상화할 능력이 안된다"면서 "국내 공장과 분리매각은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타이어뱅크가 대우건설 인수에 나섰다 물러선 호반건설처럼 홍보효과를 노리고 등장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보이고 있다. 

    산업은행은 지난 1월부터 한달씩 채권만기를 연장하며 노조를 설득해왔다. 

    이동걸 산은 회장이 전일 밝힌대로 30일까지 노조와 합의가 없으면 자율협약은 종료된다. 이 경우, 채권만기 연장 등 채권단의 지원방안이 소급적으로 효력을 상실해 대규모 연체상태에 놓이게 된다. 

    이 회장은 "금호타이어는 회생절차를 신청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금호타이어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현명한 선택을 해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