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5, 6호기 중단 손실 1200억, 對정부 청구 포기 한전 주주들, 탈원전 정책실험 소송 걸 수도

  •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탈원전을 선언하고 있다. ⓒ 뉴데일리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탈원전을 선언하고 있다. ⓒ 뉴데일리


한국수력원자력이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라 발생한 신고리 5·6호기 손실 중단 비용을 정부에 청구하지 않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신규 원전 건설을 전면 중단키로 하면서 사실상 이미 공사가 진행 중인 신고리 5·6호기의 건설을 석달 간 일시 중단시켰다. 공사 중단은 최종적으로 한수원 이사회가 결정했으나 이사회가 열리기까지는 정부의 입김과 산업부 장관의 공사 중단 요청 공문이 결정적이었다. 

공사가 중단된 석달 간 국민공론화위원회를 통해 공사 여부를 묻기로 했는데 공론화위는 공사 재개를 결정했다. 석달 간 공사 중단에 따라 발생한 비용은 1200억원에 달한다. 


◇ "배임 아니다" 1200억 셀프 덤터기 

24일 한수원 등에 따르면 내부 법률 검토 등을 통해 정부에 손실 비용을 요구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법률검토 결과 지난해 산업부 장관이 한수원에 보낸 '신고리 5·6호기 공사중단 요청' 공문은 강제성이 없어 한수원이 정부에 손실을 요구하지 않아도 배임죄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수원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 비용을 정부에 청구할 지 검토한다는 입장이었다. 

당시 이관섭 사장은 한수원 국정감사에서 "한수원이 정부에 손실 보상 소송을 내는게 한수원 이사회의 배임과 관련해 꼭 필요한 조치인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수원은 3개월 간의 공론화 기간 동안 손실이 1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이를 신고리 5·6호기 건설사업비 예비비로 충당하기로 의사회서 의결했다. 

  • ▲ 신고리 5,6호기 건설현장 모습 ⓒ 한수원
    ▲ 신고리 5,6호기 건설현장 모습 ⓒ 한수원


  • 이후 지난 연말 이관섭 전 사장은 임기를 절반 이상 앞두고 물러났다. 이를 두고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협조하지 않아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는 뒷말이 나왔다. 

    반면 지난달 취임한 정재훈 사장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보조를 맞추는 모습이다. 정 사장은 취임식에서 "에너지 전환 정책을 두려워하지 말고 새 도약의 기회로 삼자"고 했다. 


    ◇ 정책실험 책임자無… 한전 주주들 소송걸 수도 

    한수원이 최근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은 현실적인 선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공기업인 한수원이 정부를 대상으로 손실보상을 요구할 경우, 정부의 핵심 에너지 정책인 탈원전에 대한 '거부'로 읽힐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한수원의 이러한 결론은 공기업의 정부 '눈치보기'가 크게 작용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먼저 주무부처인 산업부 장관이 보낸 공문에 해당 공기업이 강제성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는 데다가 1200억원이라는 손실을 입히고 책임지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점도 문제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관계자는 "무리한 정책 실험에 쏟은 비용이 1200억인데 책임지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서 "한수원의 대주주인 한전 주주들이 배임죄로 소송을 걸어볼 만하다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